밀양(密陽.Secret Sunshine)
지금 시각이 자정.발등에 불이 떨어져야만 행동실시가 되는 이 지독한 습성을 어쩌면 좋나요..
과연 오늘밤 잠은 자게 될런지..ㅠㅠ..
이창동 감독. 전도연. 송강호. '밀양'의 원작자 이청준 작가까지도... 제가 무척이나 신뢰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입니다.
제 취향이긴 하지만,제 기준으론 완벽하고 환상적인 팀으로 구성된
'밀양'이라는 영화는 촬영시작할 때부터 어떤 직감같은게 있어서 청사진이 확 펼쳐졌지요.
결국, 세계최고의 제 6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타게 되었고
아주 오래전 그녀가 데뷔할 때부터 팬이던 저는
드뎌,올것이 오고 말았구나! 하고 후련하고 기뻤지만
그다지 놀라운 사실은 아니었습니다.
영화도 좋은 평을 받았지요.
자,그럼 영화를 본 소감을 풀어보겠습니다.
개봉첫날! 석가탄신일 늦은 밤에 온 가족이 롯데 시네마로 달려가서 봤습니다.
(예상대로,아이들은 셋 다 자 주었습니다..ㅎㅎ.)
그렇게 부잡스럽거나 웅변적이지 않고 은은하면서 메시지 전달이 강한 영화가 저는 참 좋습니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가 주로 그런식이죠..그래서 좋습니다.
영화 줄거리에 앞서 이 말이 먼저 떠 오르네요.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가 자신의 책에서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사실판단으로는 절대 가치판단을 도출할 수 없다.즉,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는 말..
우리가 알 수 있는건 오직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 뿐,
우리에게는 그 어떤 이유도, 의미도, 가치도 없다.
다만 이 추악한 세상에 살아가는 불쌍한 유기체일 뿐.
밀양(密陽.Secret Sunshine)
(지명이 다가 아닌 중의적인 의미의 제목입니다)
비밀의 볕이라 했습니다..
그 비밀의 볕을 맴도는 송강호는 볕을 따라다니는 그림자 일까요..
남편의 죽음으로 그가 살고 싶다던 고향으로 아들과 함께 내려온 신애..
어느 곳에서나 있을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
교회전도 하는 목소리 톤과 얼굴이 표정만 봐도..부담스런 분..
입방아 찧어대는 동네 아주머니들..
평범한 마을에 나타난 한 여인의 지독하리 만큼 마음아픈 삶을 보여준 영화 밀양..
전도연의 극한 슬픔의 연기, 송강호의 영화에 물 흐르듯 엊혀 가는 연기가 너무나 좋았고
강하게 뇌리에 남습니다.
특히 아들을 잃고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속으로 삭히려다 길건너에 보이는
"상처받은 영혼을 위한 기도회"란 문구를 바라보는 신애의 눈빛.
힘든일을 겪고 찾아간 그 기도회에서 오열하는 그녀의 한맺힌 울음소리..
토해낸 울분이 그녀로 하여금 하나님이란 존재를 만나게 하고 마음에 안식을 얻게 되었지만.
아들을 죽인 죄수의 말에...그녀는 혼란을 겪고 교회에 반하는 행동을 일삼고.
(여기서 저는 반기독교가 아니라 반종교라는 조금 넓은 범주로 보았습니다.
신애가 기독교가 아니라 불교를 믿는다 해도 가슴에서 할퀴어 오는 고통을 내던져버릴 수는 없을테니까요.)
야외에서 장로를 유혹하던 그녀...하늘을 악랄하게 바라보며 "잘 보구 있지?"라고 말하는 신애.
안스러워 눈물이 났습니다..
그런 고독한 그녀 곁을 그림자 처럼 지켜주는 김사장..(송강호)
그녀와 연관 된 일이라면 오지랖 넓다는 핀잔은 아무것도 아닌 양..그저 바라만 보고
같은 공간에 있는 것 만으로도 만족해 하는 이남자..
신애가 퇴원을 해서 컷트하러 간 미용실에서 마주친 유괴범의 딸(유괴공범이기도 한)..
현실에서 도피하려던 그녀...현실을 맞닥드리다..
사람은 좋든 싫든 현실을 피할 수는 없나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직접 머리카락을 잘라내는 신애..
밀양이란 곳에서 겪은 시간, 사건, 고통 만큼의 길이만큼..싹둑!! 잘라내는 그녀,
그녀에게 거울을 들어주며 방긋 웃어주는 남자.
그리고 그 그늘 옆으로 한줌 내리쬐는 햇볕..
비밀스런 볕이 아닌, 이젠 그들에게도 소박하지만 찬란한 햇볕이 깃들기를..
마치면서
마음이 영 갑갑합니다.
여러각도로 할 말이 더 있는 것 같은데
마음이 촉박해서 정리가 잘 안되네요..
6월6일(수)에 다시 한 번 더 보고 정리를 하면 조금 더 만족스러운 감상문을
내 놓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영 아쉽고 찜찜하군요..ㅠㅠ..
영화를 보는 중간에 가슴이 콱 막혀 힘이 들어 잠시 일어나서 나갔다 올 정도로
몰입을 하며 본 영화인데
역시..한번가지곤 안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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