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장종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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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세상를 청정케 하기 위해서 먼저 개인이 깨끗해야 하듯이 시민 운동역시 세상을 정화하기 위해서 구성원의 몸가짐과 행동가짐이 깨끗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운동에서 도덕과 양심 등의 인간성이 중시되는 것입니다. 날로 혼탁하고 삭막하고 살벌해 가는 현실에서 이러한 인간성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으며 더우기 남을 변화시키고 청정케 하기란 더더욱 어려운 법입니다. 네 옳음만 옳고 네 옳음은 그르다는 오탁악세에서 모두 제 잘나고 남 그른 줄만 알고 사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시민운동은 사회의 영향력있는 단체로 성장하였고 사회는 높은 청정성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할 시점에 와 있다고 할 것입니다. 
겸손은 개인의 청정을 뜻하고 예절은 그 청정의 사회적인 메아리와 같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청정의 기본은 겸손이고 그 겸손이 행동으로 나오는 통로가 바로 예절입니다. 그래서 예절은 청정의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됩니다. 예절이란 단지 형식만 갖추고 꾸벅거리는 게 아니라 남을 사려思慮하는 마음의 행위입니다. 남이 열심히 말하는데 중간에 말을 가로 채는 사람,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고 옆 사람과 잡담하는 사람, 이해보다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 뒤에서 동료를 비난하는 행위, 손님을 모셔놓고 고성으로 악쓰거나 히드득거리는 사람, 천박한 어투와 몸짓 등은 좋은 실예가 될 것입니다.
이제 더이상 시민운동을 운동성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됩니다. 그간의 운동이 척박한 시대 상황속에서 부득히 운동성이 강조되었지만 이제 과격하고 투쟁적인 모습으로는 더이상 시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운동성을 무시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운동성도 강화되어야 합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서 운동한답시고 철새처럼 배회하는 자들이 많은 것도 큰 문제입니다. 어느 분의 지론에 의하면 시민운동의 수직이 운동성이라면 수평은 청정성이라고 합니다. 즉 이 둘의 조화에 의한 쌍방적 운동으로 진정한 시민운동이 갈무리된다는 뜻이지요.

청정성에 대해 좀 더 말해 보겠습니다. 청정성이란 결국 자기를 살피는 것입니다. 예절도 그렇고, 도덕도, 겸손도  전부 자기를 살피는 것으로 부터 출발합니다. 그렇게 자기를 볼 때 본질적으로 자기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없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면 몸안에 가득한 ‘잘나고 오만한 에너지’도 사라지게 된다고 합니다. 그게 사라지면 사물을 보는 객관적 혜안이 생기고 나아닌 남에 관한 관심의 전이가 발생한다고 하지요. 그것을 통칭 나눔이라고 말합니다.
이 나눔이 진정한 시민운동의 목적입니다.
그러니까 단지 시간을 내고 남에게 봉사하고 참여하는 것이 운동이 아니라 세상을 위해 내 것을 내어 놓는 것이 참다운 운동인 것입니다.
이렇게 내 것을 내놓는 ‘나눔’으로써 관계가 성장하는 것입니다. 인간관계도, 운동도 전부 이를 기초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나눔의 반대가 독식이라면 독식으로는 결코 성장할 수가 없습니다. 아까 예절은 청정의 사회적 메아리라고 했는데 성장할 수 있는 구체적 동기부여가 바로 예절입니다. 그래서 수행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이 예절, 예법 아닙니까? 예절을 통해서 몸이 추스려지면 바른 사고와 바른 언어가 형성됩니다. 그리므로 예절이 없는 인간존재란 단지 싸구려 사피언스에 불과한 것입니다.
인간은 이 나눔을 통해서 그 존재의미가 밖으로 확산됩니다. 나눔으로써 자신을 보다 깊고 넓은 세계로 이끌어갑니다. 자신을 부단히 계량하고 확장시키는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이 바야흐로 성숙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몸소 행동과 언행을 조심하고 운동가다운 성숙된 의식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한번 운동가이면 영원한 운동가입니다. 저기 가면 운동가이고 여기 가면 아닌 것이 아닙니다. 기쁜 일이나 어려운 일이나 서로 이해하고 흉금을 터놓고 뒤에서 비방하지 않고 좀더 솔직하게 우리 에게 주어진 역활을 감당하도록 합시다.

사실 지금의 참여연대는 답보상태에 있습니다. 모든 게 답답하기만 합니다. 사업계획 등도 목표와 비젼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습니다. 계획이란 아이템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좀더 비주얼하게 검토하고 치밀히 진행해야 할텐데 용두사미격으로 흐지부지 밑그림만 그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조직이 무기력해지고 정체성의 위기를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좋은 사업계획이란 기획자의 아이템과 동료회원들의 노력으로 가능합니다. 즉 기획이 20%라면 80%는 동료가 채워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모임이 견실해집니다. 어떤 단체이건 동료없이 혼자서 하는 단체는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동료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아무리 작은 사업이라도 먼저 계획을 회원에게 오픈하고 함께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집행위원들은 철저히 기획을 준비하고 나머지는 분과 회원들의 참여몫으로 배려해야 합니다. 그저 사업을 연중행사의 나열식으로 등치시키고 실무자나 집행위원들이 고군분투하는 단체는 희망이 없습니다. 또 외형적인 기획보다 내실이 충실하게 드러나는 사업계획을 선정해야 합니다. 그것을 선택과 집중이라고 말합니다. 처음 참여하는 회원들에게 거창한 기획은 문제가 많습니다. 사업의 효과는 장사하는 사람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획부터 효과를 염두에 둔다면 보다 많은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한번 선택한 계획은 공동전략과 치밀성이 필요합니다. 더우기 한 해의 핵심사업은 월별 목표치가 분명히 나타나야 합니다. 그래서 이를 3자의 시각에서 냉철하게 평가하고 결코 책임방기로 지나쳐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 부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분과별 업무보고입니다. 업무보고는 분과가 움직이는 동영상과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부분은 그냥 한 사람의 넋두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집행위원회 게시판이 무색하기만 합니다. 나는 참여연대가 제대로 발전하려면 지금같이 공동주제를 가지고 모든 집행위원이 역량투여하기 보다는 각 위원회가 자기 역량에 맞는 사업계획과 목표를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표 소임을 보내면서 문득문득 '나는 이 모임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스스로 묻고 있습니다. 아무튼 우리 모임에 사람도 모이고 일거리도 많아져서 정신없이 분주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침마다 기도 끝에 나는 이와 같이 축원합니다.'
‘수행하고 보시하고 봉사하는 것은 종교인만 아니라 모든 시민운동가의 목표입니다. 참여인권시민연대에 동참한 모든 분들이 저마다 순결한 수행을 하고 순결한 보시를 하고 많은 이웃에게 봉사하기를 기원합니다.’
우리 모두 새롭게 뜻을 다지고 정진하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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