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장종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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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사회가 건강하려면 그 속에 수많은 조직과 법규 그리고 사람이 제대로 움직여야 합니다. 제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공생적 관계가 잘 유지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어느 한 쪽이 지나치게 소유하고 일방적 독점을 하게 되면 공생적 관계가 무너지고 결국 그 사회는 병들고 썩게 됩니다.
지금의 한국사회가 이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를 바로 잡기 위해서 시민이 변혁의 선봉에 나서는데 그것을 이른바 시민운동이라고 합니다. 사회의 개혁과 사람의 권익 증대는 물론 국가나 지방정부가 원천적으로 해야겠지만 그들에게 모든 것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노릇입니다. 특히 한국과 같은 정치 후진적 토양에서 국가의 무소불위한 권한을 통제하고 자본의 지배력을 제한해서 보다 정의롭고 약자보호적이며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는 희망은 더욱 비관적입니다. 여기에 우리들의 고민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일은 누군가 나서야 하고 마냥 국가와 시장 원리에 맡겨서는 안되기 때문에 이에 찬동하는 시민들이 직접 나서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 이러한 시민이란 누구입니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특별하게 교육을 받은 별난 자일까요? 아니면 시간이 남아돌아 주체하지 못하는 한주들일까요?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시간이 남아도는 자도 아니고 특별한 교육을 받은 자도 아니고 지극히 정상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보통 시민이라는 겁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은 우리 사회가 건강해야만 나와 내 가족이 건강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이지요. 그것이 다를 뿐입니다. 중생이 아프니 내가 아프다라는 말 아십니까? 이 말은 유마거사의 법구인데 풀어 말하자면 사회가 아프니 내가 아프다는 말입니다. 시민운동의 진정한 가치가 있다면 나는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몸을 비유하자면 아무리 한 쪽이 건강해도 다른 한 쪽이 병들었다면 결국 유기적 관계속에서 함께 병들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연생연멸입니다. 즉 이런 상생相生의 고리를 아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가족과 이웃과 세상을 돌보고자 하는 운동이 시민운동의 목표가 됩니다. 어느 분은 개혁이니 시민운동이란 말만 나와도 진보라는 색안경을 쓰고 보지만 그것은 편견에 불과합니다. 굳이 구분하자면 진보는 정치적 혁명을 꿈꾸는 운동이고 시민운동은 지역사회의 여러 병폐에 맞서서 모든 사회 구성원의 인권과 복지, 경제 등 다수의 공공선을 추구하는 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정치 권력과 경제권력의 세력을 향해 다양한 층위의 시민 조직이 끊임없이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변혁적 시민사회를 이뤄나가는 것이 시민 운동이라고 볼 때 양자간에 일정 부분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시민운동의 창출에는 80 년대까지 민중운동 중심의 사회운동의 성과가 밀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개념 정리는 결코 민중운동의 성과를 펌하하자는 것이 아니라 다만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의특징을 구분하자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무튼 시민운동은 과거의 격렬한 투쟁방식이 아니라 시민이 실생활과 연계하여 좀 더 온건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새로운 사회운동입입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대전제가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이 시민이 없는 시민운동은 미래지향적이지 못하며 희망이 없다고 말합니다. 시민운동이 아무리 사회의 신뢰와 찬사를 받는다 할지라도 참여하는 시민이 없다면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그간의 시민운동은 이러한 시민 대변운동으로, 주로 언론을 의지한  여론 플레이였지만 이제는 지역주민이 직접 참여하여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민참여형으로 변화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견주어 보자면 언론에 기댄 여론 플레이는 이슈의 문제제기형에 그치기 십상이고 즉자적이고 한시적이라서 지속적으로 파이팅할 힘이 부족합니다. 더우기 언론이 등을 돌리고 여론이 사그러들면 응집력은 한 순간에 무너지고 지속적 활동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되지요. 그러나 시민참여형은 아무리 여론이 무너지고 언론이 등을 돌려도 그와 상관없이 조직만 결속된다면 응집력을 극대화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지방정부나 기업을 비판하고 집행처를 감시하는 일은 주민의 직접 참여와 조직화, 그리고 의식변화로 나아가야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바야흐로 시대는 시민 참여의 장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당연히 우리 단체도 이와같은 변화가 요청됩니다. 운동의 과제는 물론이고 운동양식, 조직구조 모든 부분에 변화가 뒤따라야 합니다. 그래서 올해 조직관리 위원회를 신설하였고 회원 참여를 촉진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마련하였습니다. 회원 참여라고 해서 무조건 숫자늘리기가 아니라 단순한 후원회원 100명보다 직접 참여하고 봉사하는 회원 10명을 조직화하는것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회원이 양생되려면 무엇보다 위원회 별로 분과 조직을 만들고 그 안에 회원이 활동할 수 있는 구체적 일감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과거처럼 한번의 시위나 대안을 마련하고 끝내기 보다는 지속적으로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함으로서 충분한 일감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또는 월간지를 만들고 교정을 함께 하고 봉투를 붙히고 발송하는 작업을 통해서, 또는 시의원  지역 감시단을 만들어 동시다발로 압력을 가하고 실제 액션이 이뤄지는 과정을 통해 소속감과 성취감이 생길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새 활동가가 생기는 것이지, 가만히 소액회비만  받는다고 어느날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닐 것입니다.
이것이 각 위원회 리더의 중요한 역활 가운데 하나가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역사는 매우 짧습니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이룰 수 없듯이 저희 연대도 아직 초보적 단계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만 앞설 뿐, 특출한 묘안도 능력도 부족합니다. 더우기 일천한 우리 시민운동 역사에서 미래의 모든 것이 실험대상이며 따로 마련된 준거도 없습니다. 오직 믿는 것은 최선을 다하는 것 뿐입니다. 때론 실수도 할 것이고 태만도 있을 것입니다. 열심히 했는데 소기의 성과가 없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시적 성과나 외부의 평가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평가입니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더도 말고 각 위원회가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회원 여러분,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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