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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옛길을 지나며
지난 7월 23일 진주를 출발해서 강원도 답사를 떠나게 되었다. 몇일 전의 집중호우로 강원도지역에 피해가 크다는 뉴스를 들었지만 6월 초부터 미리 예정된 답사라 수재민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길을 나서게 되었다.
24일 대관령 옛길을 걸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조선시대 영동지방에 살던 백성들 중 이 험준한 태백산맥을 과연 몇 %가 평생 한번이라도 넘었을까? 조정의 관료나 관찰사가 부임할 때 과연 이 고개를 가마를 타고 넘었을까? 아니면 말을 타고? 그것도 아니면 걸어서? …
신사임당의 시비를 보았다. 잘 알려진 대로 율곡을 데리고 한양으로 떠나면서 친정 부모님에 대한 애절한 효심을 담은 내용이다. 신사임당은 이 대관령을 넘어 다시는 친정집을 밟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리라.
집중호우 뒤끝이라 산행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잠시 휴식을 취할 즈음, 사람들이 별로 지나지 않아서인지 다람쥐조차도 내 주위에서 꼬리를 치면서 맴돈다. 자두 한 조각을 베어서 주니 잽싸게 와서 주워 간다. 또 다른 놈이 다가 오고… 나는 자두 냄새만 맡고 자두는 모두 내어 주었다. 답사 때 가장 즐거운 것이 자연과 하나됨을 느끼는 이런 순간이다.
새로운 영동고속도로는 진주-대전고속도로처럼 산중턱을 지나 하늘을 날아다닌다. 대관령 자락에서 보는 고속도로는 아찔하기만 하다.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괴리감을 느끼는 순간이다. 산에다 성곽처럼 방음벽을 두를 수도 없고…
대관령을 넘어 횡계(도암)를 지난다. 수해 피해를 복구하는 손길들이 분주하다. 군장병들까지 힘을 보태어 수재민들의 처진 어깨를 어루만져주고 있다. 함께하지 못함에 죄스러운 마음 가득하다.
진부를 지난다. 피해가 가장 크다고 TV에서 연일 방송하는 곳이다. 고랭지 농업을 하는 산록의 배추밭이며 무우밭, 하천 주변의 농토는 물론 마을까지 휩쓸고 지나간 수마(水魔)의 위력에 우리 답사 일행은 모두 치를 떨었다.
고랭지 농업은 70년대 중반 영동고속도로 건설 이후 강원도 주민들의 큰 수입원이 되었다 지금은 강원도 어디를 가도 대규모 배추밭이나 무우밭, 담배밭 등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고랭지 농업 지역이 증가하였다. 그런데 이 밭들은 예전에는 숲으로 덮여 있던 곳이다.
대부분의 무우밭이나 배추밭 가운데에는 엄청난 크기의 골짜기가 생겼다. 산림의 황폐화로 물길이 바뀌고 토사의 침식량이 너무 많아졌다. 고랭지 밭에서 휩쓸려온 토사로 인해 하천의 수위가 낮아지고 이로 인해 홍수가 나고…, 그 홍수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 것이다.
시간당 몇십 밀리미터의 집중호우로 인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과도한 개발로 인한 피해가 몇 배 아니 몇 십 배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인간은 깨달아야 한다. 자연과 하나됨을 이루는 개발이야말로 인간에게 이익을 주고 고통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 진주도 또한 마찬가지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개발이 되어서는 안된다. 타산지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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