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

고원규 (객원논설위원, 한국국제대학교 교수)   
 
 축제는 삶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면서도 동시에 사람들의 소망과 기원을 담아내는 문화양식이다. 이러한 축제의 개념은 묘사적이지만 가치평가 측면에서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중적 의미란 문화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상존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축제에 대한 가치 판단을 삼을 때 문화적인 가치를 내세우기도 하고 경제적 효용을 강조하기도 한다. 따라서 축제를 수단으로 삼는 자의 편의에 따라 가치판단은 달라지기도 한다. 그들은 어떤 때는 축제의 문화적 가치를 강조하고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장이라고 설명한다. 또 경제적 가치를 내세울 때는 관광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크다고 과하게 포장하기도 한다.

문화적 가치와 경제적 효용성의 사이

 문제는 이러한 축제에 대한 가치기준은 가치를 부여하는 집단의 힘에 전적으로 의존할 때 생긴다. 적어도 1990년대에 들면서부터 많은 자치단체장들은 축제를 내세워 집단 정체성을 만들어 내고 지역사회를 결속시키는 방편으로 삼았다. 자치단체장들 누구나 할 것 없이 지역축제를 통해 그들의 정치적인 선전장으로 삼기도 하였다. 하지만 축제에 대한 별 가치인식 없이 만들어진 축제들은 동종교배를 일삼느라 흔한 유사 축제만을 낳았다. 양산된 축제들은 그렇고 그런 비슷한 것들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한 비판은 곧 지역축제가 예산만 흥청망청 낭비하는 행사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당시의 축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1990년대 후반 들어서 정부로 하여금 새로운 축제 평가기준을 세우도록 했다. 정부가 마련한 평가기준은 축제들 가운데 정부가 지원할만한 축제를 선별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련된 기준이 문화관광부가 우수축제들을 지정하여 지원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축제 평가 시스템은 한 측면에서 바라보면 일리 있는 정책 실천이었다. 정부로 봐서야 유사한 축제를 정리하고 특성 있는 축제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었다. 축제 평가 시스템이 나오자 자치단체들은 부랴부랴 정부의 지정축제가 되기 위해 준비에 나섰다. 정부가 지정한 우수 축제로 선택되는 것은 시장 군수님들에게 우수한 업적을 쌓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정부의 축제 정책은 자치단체 간에 우수 축제 지정을 놓고 경쟁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정부의 생각은 틀렸다. 그것은 축제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축제 만들기에 적용시켰기 때문이다. 이른바 문화관광체육부 지정 우수축제는 적어도 지방자치단체들에게 문화가치보다는 경제가치를 우선하도록 하는 편향적 가치판단 기준을 만들어 냈다. 이러한 기준은 모든 축제는 ‘관광축제’여야 한다는 축제 한줄 세우기의 정책 실천이나 다를 바 없다.
 정부의 축제 평가 지표 중 적지 않은 항목들이 외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 서비스를 지향한다. 이를테면 축제의 성공을 판단 기준이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찾아왔는가, 그리고 얼마나 쉽게 찾도록 안내시스템이 잘 작동하는가이다. 그래서 임시 주차장을 만들고, 행사장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안내 부쓰와 안내판을 정비하고 곳곳에 현수막을 내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쓸데없는 낭비도 많다. 작은 지방자치단체들의 운영본부에 가보라. 안 그래도 일손 바쁜 공무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기자도 없는 프레스센터, 외국인들이 찾지 않는 통역안내원 부스가 구색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구색 갖추기는 축제 평가 지표에 정해진 기본점수라도 따야 하는 방편 때문에 나온 것들이다. 그러한 잣대는 누가 잣대를 들이 대느냐에 따라 가치평가의 기준이 춤춘다. 눈금은 누가 들이대느냐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었다 하기도 한다. 잣대가 정확하지 않으면 온당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없다.
 최근 들어 정부가 도입한 이른바 대표축제의 명예졸업 제도는 더욱 심각하다. 작년에 명예축제가 된 대표축제들이 겪은 어려움은 축제비용의 대폭 축소였다. 예산의 감소는 행사내용의 부실로 이어졌다. 인큐베이터 밖으로 나온 명예축제들은 미쳐 은퇴 준비 없이 퇴직한 봉급생활자처럼 앞으로 재 살길을 스스로 찾아야할 형편이 되었다.  그들의 축제의 자립은 요원하다.
 ‘관광축제’는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문화예술, 생태자연, 역사와 민속, 지역특산물 등 어떤 축제이건 외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방문지역의 좋은 생활양식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어 문화적 가치가 있으면 관광축제이다. 더불어 축제를 여는 지역은 이곳의 음식, 특산물, 잠자리를 제공 해주고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으면 관광축제이다. 이른바 관광축제는 지역축제가 바깥 사회와 원활하게 소통하는 문화가치와 경제가치가 상존하는 축제를 일컫는다 할수 있다.

 ‘관광축제’는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축제의 문화적 가치와 경제적 효용성 사이에서 축제가 가야할 길을 찾기 못하고 헤맬 수밖에 없게 된 결과에는 정부의 편향적 축제 평가시스템이 작용한바가 크다. 지금 당장에는 돈이 안되지만 지역의 문화예술이나 역사와 민속 중에서 자치단체들이 공들여야 할 관광축제 소재는 많다. 그런 축제들은 한결 같이 공적 재정지원 없이 존립하기 어렵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경남일보 : 2011-12-27 00: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