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복지보조금 관리 `허점투성이'>(종합)
수천억 규모..차명계좌 만들어 빼돌려도 적발못해
복지보조금 지원제도 전면 개선 `시급'
연합뉴스 | 여운창 기자 | 입력 2009.03.10 15:05 | 수정 2009.03.10 16:17 | 누가 봤을까? 40대 남성, 전라
(무안=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서울·부산에 이어 전남지역에서도 공무원이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복지 보조금 수억원을 빼돌린 사건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전남지역의 각종 사회복지 예산만 연간 1조4천억원에 달하지만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보조금 지급업무와 허술한 관리·감독으로 곳곳에서 줄줄이 새고 있어 보조금 지원제도 전반에 관한 개선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전남도에 따르면 도내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와 노인, 장애인 등 저소득층 취약계층을 위한 각종 사회복지예산은 5종, 160여개 항목으로 올해 지원 규모는 각종 시설·사업을 포함해 1조4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중 직접 수혜자에 지원되는 보조금의 주요 항목은 기초생활보장급여, 노령연금, 장애인 수당, 노인교통수당, 한부모가족 지원수당 등 5개로 7천억원 규모이며 현재 감사원이 도내 지자체에 대해 하는 감사도 이 부분에 집중돼 있다.
이들 각종 보조금은 읍·면.동사무소에서 담당 공무원이 수혜대상자를 파악해 시·군에 통보하면 시.군은 이를 확인하고 광역 지자체를 통해 정부 복지행정시스템인 '세올시스템'에 수혜대상자의 이름과 계좌 등을 등록, 매월 현 보건복지가족부에서 금융기관을 통해 수혜대상자의 계좌에 입금된다.
그러나 도내에서 기초생활보장급여를 받는 사람만 12만1천명에 달하고 노령연금 대상자는 무려 31만3천명에 달해 지자체 몇몇 공무원이 이를 모두 확인하고 관리·감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수혜대상자를 선정할 때에도 해당 주민이 실제로 보조금을 받을 만큼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인지도 담당공무원의 보고만으로 판단할 뿐 이를 실제로 확인하는 과정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읍.면.동사무소의 직원이 차명계좌를 만들어 상급기관에 보고하더라도 수혜대상자가 실제로 지원대상에 해당하는지를 점검하기 어렵고 또 등록계좌가 수혜대상자 것인지도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된 해남읍사무소 여직원 장모(40)씨도 5년여를 같은 곳에서 근무하면서 10억원에 달하는 복지 보조금을 빼돌렸으나 그동안 군이나 도 감사에서 한 번도 적발되지 않았다.
장씨는 남편과 아들, 지인, 기초생활수급자 이름으로 차명계좌 34개를 개설하고 매달 1명에서 최대 36명까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아닌 사람을 생계급여와 주거급여 대상자로 끼워넣는 수법으로 5년간 758명분 복지급여 3억6천만원을 횡령했다.
또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해야 할 생계급여와 주거급여 1천624명분 6억4천만원을 자신이 관리하는 차명계좌로 빼돌려 5억원을 모친에게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5억원은 토지취득, 채무변제, 모친 병원비, 자동차 구입, 해외여행비 등 사적용도로 사용했으나 5년 동안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이로 미뤄 이와 유사한 사례는 감사원 감사에서 또 나올 수 있으며 감사원 감사와는 별도로 전남도가 행정안전부의 지침에 따라 벌이는 도내 22개 일선 시·군 상대 감사에서도 추가로 드러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복지보조금이 허술하게 관리되는 것을 막으려면 사회복지 보조금 지급시스템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혜대상자의 엄격한 심사, 투명한 보조금 지급 경로와 사후 검증 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하다.
전남도 관계자는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사회복지 보조금 지급 시스템을 개선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일선 지자체에서도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보조금 집행과 관리·감독을 더욱 철저히 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betty@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