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복지예산…서울시, 수십억원 빼돌릴 동안 뒷짐만 / 뉴시스 | 기사입력 2009.02.17 22:07
서울=뉴시스】
서울 양천구청 공무원이 각종 장애인 관련 수당을 부풀려 청구하는 방식으로 26억억원을 빼돌렸다.
8급 기능직 공무원인 안모씨(37)는 3년여 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 복지예산을 빼돌렸지만 서울시와 양천구청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
사실상 시청와 구청 모두 수십억원이 공무원 개인 주머니로 들어갈 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예산 집행과 관리의 허술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8급 기능직 공무원의 수십억원 횡령, 어떻게 이뤄졌나
안씨의 예산 빼돌리기는 구청 사회복지과에 재직하던 2005년 5월부터 서울시에 장애인 복지관련 예산과 수당을 과다 청구하는 부풀리기 방식으로 이뤄졌다.
안씨는 각 동사무소로부터 장애인 수당 지급 대상자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수급 대상자를 임의로 끼워 넣는 방식으로 적게는 700만원에서 많게는 9000만원의 수당을 부풀렸다.
부풀려진 금액은 본인과 배우자, 모친 명의의 5개 계좌에 인터넷뱅킹을 통해 분산 입금시켰다.
인터넷 뱅킹을 할 수 있는 공인인증서 관리를 안씨가 전담하고 있어 다른 직원들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고, 간단한 서류조작으로 횡령 사실을 숨길 수 있었다.
안씨의 뒷돈 챙기기는 안씨가 구청 사회복지과에서 보건소로 옮기기 전인 지난해 8월까지 꼬박 3년3개월 동안 계속됐지만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았다.
◇구멍 뚫린 복지예산…고양이에게 생선 맡기고 뒷짐만
문제는 구청 복지예산 담당 공무원인 안씨가 수십억원의 거액을 빼돌릴 동안 서울시와 양천구청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
안씨는 경찰조사에서 "시에서 장애수당을 지급할 때 지급 대상자에 대한 확인 없이 구청에서 청구하는 대로 지급이 이뤄지고 있어 이를 악용했다"고 진술했다.
장애인 수당은 인터넷 뱅킹으로 수급대상자에게 계좌이체되고 실제 내역은 담당자인 안씨만이 알 수 있었다. 상급자에게는 간단한 서류 조작을 통해 감쪽 같이 속일 수 있었다.
이렇듯 복지예산 담당자에게 있어 각종 수당 빼돌리기는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뤄질 수 있다는 반증이다.
서울시와 양천구청 역시 지난해 11월 강원도 공무원의 횡령과 지난달 부산시 공무원의 기초생계비 횡령 사건이 불거지자 부랴부랴 자체감사를 벌이는 과정에서나 비로소 적발해낼 수 있었다.
결국 안씨의 대담한 범행은 예산의 편성과 집행 과정의 허술함에서 기인했고, 관리감독 기관의 무사안일한 관행도 한몫 했다는 지적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 놓고 서울시와 양천구청 모두 뒷짐만 지고 있었던 셈이다.
서울시는 뒤늦게 추가로 감사 인력을 동원해 유사사례 발생여부를 직접 감사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뒷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함께하는시민행동 최인욱 예산감시국장은 "수년간 공금을 횡령 해 왔다는 것은 내부기관의 감사기능이 제역할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라며 "감사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오종택기자
ohjt@newsi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