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탈규제·종부세 무력화…양극화 최악 우려 / 입력: 2008년 11월 15일 02:3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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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지방경제 고사 위기… 중기·서민 박탈감 커져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계층·지역간 양극화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부유층에 혜택이 집중되는 감세정책을 펴고 있는 데다 헌법재판소의 종합부동산세 가구별 합산과세 위헌 결정으로 서민과 부유층의 자산·소득 양극화의 골은 더 깊게 패게 됐다.
또 경제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내건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로 지방 경제는 고사 상태에 직면할 처지에 놓여 있다. 중소기업과 취약계층은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은 기대에 못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경실련은 13일 헌재의 종부세 가구별 합산과세에 대한 위헌결정에 대해 논평을 내고 “헌재의 결정은 법리적 구조에 집착해 자산의 양극화를 외면함으로써 특정계층의 투기적 이익까지 보장해줬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부유층을 위한 감세정책과 헌재의 결정으로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극에 달하게 됐고, 앞으로 계층간 자산·소득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9월 초 ‘세제개편안’을 통해 소득세율을 2%포인트 내리는 등 26조원 규모의 감세안을 내놨지만 감세 혜택의 88%가 소득 상위 10% 계층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평과세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된 종부세마저 사실상 무력화돼 앞으로 고가주택 수요는 더욱 커지고, 투기적 이익을 보장받은 부유층과 서민층의 자산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지방 포기정책’이 노골화돼 지역간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정·혁신도시 개발을 노무현 정부의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토이용의 효율화 방안’은 수도권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수도권으로의 경제력 집중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두영 충북 경실련 사무처장은 “지난 10년간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60%가 넘게 투입된 상황에서 정부는 수도권 규제를 대거 풀려 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지방 경제는 고사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헌재가 종부세 가구별 합산방식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게 됨에 따라 올해 종부세수가 5000억원이나 줄게 돼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는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정부는 그동안 종부세를 거둬 지자체에 전액 배분해왔다.
정부가 부유층을 위한 감세정책을 편 반면 서민층을 위한 복지정책을 내놓지 않아 취약계층은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복지예산삭감 저지를 위한 공동행동’은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은 수동적 복지, 소극적 복지”라며 “내년 보건복지 예산증가율은 9%로 지난 5년간 예산증가율 10.2%에 비해 오히려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경기침체 여파로 일용직과 비정규직, 자영업자들의 일자리 사정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임시근로자는 1년 전에 비해 8만5000명 감소했고, 일용직 근로자는 6만1000명 줄었다. 도·산매, 숙박업 등 자영업 종사자는 5만2000명 감소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서민들의 생활형편은 더 어려워지고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며 “정부는 서민 경제를 살리는 쪽으로 재정지출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관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