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조기집행, 부실시공 부를라 / 부실설계 우려 … 수의계약 확대도 문제
2009-01-15 오후 12:37:58 게재
정부와 지자체가 토목 및 건축공사 등을 1분기에 동시다발로 발주하면서 ‘공급과잉에 따른 부실시공’이 우려되고 있다. 또 조기집행 방침에 따라 공무원 면책제가 도입되고 수의계약이 확대되면서 ‘선거조직 관리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마저 안고 있다.
정부의 예산 조기집행 방침에 따라 올 상반기에만 150조원 정도의 돈이 풀릴 예정이다. 이중 지자체에서 조기 집행하는 예산규모는 대략 74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전남도는 전체 예산 4조3656억원 중 94%에 해당하는 4조1037억원을 조기 집행할 계획이며, 일반 입찰로 추진하던 사업도 긴급 입찰로 전환할 방침이다. 경북도와 23개 시·군도 상반기 중으로 8조503억원을 집행하며, 건설공사로 5257억원을 발주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자체의 조기집행을 독려하기 위해 ‘조기 집행과정에 잘못이 있더라도 고의나 비리가 없을 경우 책임을 면해주는 방안’까지 마련했다. 또 지자체별 조기집행 실적을 평가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까지 제시하며 ‘속도전’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면책방안까지 제시하며 조기집행을 독려하면서 당초 의도와 달리 ‘부실설계’가 우려되고 있다. 통상적인 설계절차는 사업설명회-현장측량-설계로 진행된다. 하지만 조기 집행 방침에 따라 이런 절차가 일부 생략된 채 설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기집행 실적을 평가해 인센티브를 주기로 한 정부 방침 때문에 ‘공사를 미리 발주하고 차후에 공사금액과 공사기간을 짜 맞추는 편법’마저 등장하고 있다.
조기집행이 단체장의 선거용으로 변질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면책제 도입 △계약방식 완화 △수의계약 요건 대폭 확대 등 단체장을 견제할 빗장이 모두 풀린 것이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의 오랜 관행이었던 ‘담합’과 ‘공사 나눠먹기’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남 모 지자체에의 한 핵심 인사는 “수의계약 금액이 높아지고 건수가 늘면서 단체장을 찾아오는 건설업자들이 크게 늘어났다”고 걱정했다.
조기집행 방침에 따라 행정절차가 대폭 간소화되면서 분쟁의 우려도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 공사발주를 위해선 흔히 주민설명회 등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와 교통영향평가, 재해영향평가 등도 최대한 단축되면서 부실화될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조기집행 원칙에 따라 이런 절차가 무시되거나 요식행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나기백 광주참여자치21 지방자치위원장은 “경기활성화를 위한 예산조기집행의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행정절차를 무시하거나 졸속으로 추진될 경우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국진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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