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사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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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31일

드디어 20회 마지막 모임을 마쳤습니다. 이번 모임은 저녁 식사를 하면서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는 <볼케이노>

 서 ** 씨가 케익을 사오셨고, 민** 씨가 브라우니 빵과 카스테라를 직접 만들어 오셨음. 
 강** 씨와 박** 씨가 예쁜 향수(두 분이 다니는 교회에서 만든 것임)를 10개 가져와서 선물해주심.

**영화를 보고나서  나눈  꽤 진지한 소감과 토론을 정리해놨습니다. 읽어보시고 자기가 한 말이 제대로 적혀 있지 않으면 고치거나 첨언 해주세요.

1. 구 **
우울한 영화였다. 울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누나 둘이랑 나는 늘 엄마만 편들고 아버지를 소외시켜왔다. 앞으로 아버지와의 관계를 어떻게 이을까, 이어가야할텐데 방법은 뭘까 숙제를 던져준 듯 하다. 

2. 노 **
뇌졸증으로 갑작스럽게 쓰러진 아내를 남편이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걸 볼 때 해피엔딩을 기대했다. 그런데 아내를 죽이다니 충격이었다. 자식들은 부모인 두 부부 사이가 안좋다고 여겼는데 사실 두 부부 사이는 나쁘지 않았다. 

3. 강**
가족들한테 따돌림 받고 직장도 잃은 아버지 이야기, 보면서 우리 시댁이 떠올랐다. 아버지를 이해못하는 자녀들이라 말 못하고 계시던 우리 시아버지는 내가 결혼하자 날 붙들고 엄청 많은 하소연을 하셨다.  소외된 사람을 조금이라고 이해하고 돌보고 지켜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4. 박*라
아내가 남편보고 왜 요즘에 그렇게 툴툴대는지 물었는데 대답을 안했다. 영화 보면서 내내 나 역시 왜 남편이 저렇게 불만이 많은지 궁금했다. 그런데  대표님이 영화보고난 후 자신이 태어나 자라던 섬이 화산 폭발 후 떠나오면서 37년이라는 긴 세월을 가장이라는 책임에 묶여 살아야 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말씀하셔서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불만 많고 불행한 사람들 역시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는 내면의 이유가 반드시 있다는 걸 느낀다. 그런 이유에 대해 알고서 마음을 헤아리는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5. 서 **
사람이 죽기 직전에 곁에 동반자가 없으면 정말 안되겠구나 그런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내 몸이 짐이 될 것이다. 나는 혼자 살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크다. 몇 년전에 장기 기증하려고 서류를 냈는데 무슨 이유인지 제대로 접수되지 못했다. 이번에 다시 장기기증을 알아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든 영화다.

 6. 민**
남편이 아내를 치료하고 돌보는 게 귀찮거나 힘들어서 죽인 게 아닌 것 같다. 죽는 게 사는 거보단 아내에게 훨씬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자식들은 아버지가 툴툴거리는 이유를 모르고 이해 못하고 불만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이 왜 그러는지 알 것이다. 나중에 남편이 아내를 돌보는 과정을 보면서 자식들도 아버지에 대한 오해를 많이 풀었다고 본다.  마지막에 남편이 절벽에서 바다로 뛰어들지 않은 것은 참 영화적이지 않은데 난 그런 점이 좋았다. 전혀 극적이지 않고 일상적인 정말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큐처럼 그리고 있다. 곧 나에게도 다가올 미래를 그리고 있어 많이 공감했다. 때로 우리 남편과 우리가 늙어서 치매에 걸리거나 하는 경우에 대해 얘기하곤 한다. 난 당신이 치매 걸리면 손잡고 가다가 길거리에서 놓아버릴 거야 라고 우스갯소리도 물론 했다. 어쨌든 인간적인 존엄이 없으면 더 이상 사는 건 의미가 없다고 본다. 그럴 경우 배우자가 끝내주는 게 좋지만 말처럼 쉽진 않을 것이다. 

7. 정**
최근 들어 노화와 죽음에 관해 관심을 많이 가져서 선택한 영화이다. 우리 할아버지가 치매에 걸렸는데 시장에서 몽둥이를 사와서 뭣에 쓸거냐 물었더니 할머니를 때려잡겠다고  하셨다. 할아버지의 친형제 한 분이 조울증으로 자기 아내를 죽여서 감옥에 가 있는지라 우리 식구들은 초긴장상태이다. 영화에서 아내는 남편이 음식 맛없다고 탓해도 그리 큰 반응이 없더라. 우리 할머니 같으면 그 자리에서 음식을 갖다버렸을 것이다. 할아버지랑 각방 쓴 지도 오래됐고 대화자체가 불가능하다. 수십년간 쌓인 분노, 그  분노의 원인이 무엇인지보다는 말하는 타이밍, 소통을 시작하는 지점이 중요할 것 같다. 그래야 개선이 되지 않을까. 영화에서도 그 할아버지가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고 싶다'며 입을 떼었을 때 비로소 대화가 시작되었고 딥키스로 이어지면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8. 박*원
첫번째 느낀 거는 있을 때 잘해야겠다는 것이다. 애들 키우기 위해 섬을 떠나온 할아버지도 불행한 삶인 건 이해하지만 어쨌든 곁에 있을 때 잘해야 한다. 두번 째 느낀 점은 누구를 '위해서' 살면 안된다는 거다. 영화 속의 아들도 딸도 손자까지도 그 누구도 행복해보이질 않았다. 일단은 자신이 행복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가족을 위해 산 게 도리어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었다. 세번째는 만일 우리집에서 이런 상황이 일어난다면 어째얄까? 하는 고민을 했다. 다행히 우리 할아버지랑은 자연사를 하셨지만... 그래도 안락사에 대해 생각해봐얄 것 같다.

 9. 서** (새로온 회원)
영화에 나온 배우의 얼굴에서 완고함, 무기력,  똥고집 같은 걸 바로 느꼈다.  스토리를 알든모르든 얼굴에서 이미 삶이 보이는 거 아닐까. 영화 도입부터 순탄지 못한 식사자리라는, 그 '힘듦'에 대해 공감이 갔다. 나 역시 노후의 삶을 준비해야 하는데 보통 수준인 월급쟁이들이 노후에 필요하다는 몇 억을 모으기가 어디 쉬운가. 영화에서 남편은 은퇴했는데 아내는 여전히 일하러 가는 걸 보면서 육십 넘은 나를 상상하게 되더라. 노년의 삶을 좌우 하는 게 질병이라 생각한다. 징조없이 오는 게 무섭다. 영화에서 할아버지가 공공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간호하는 걸 보고 처음엔 되게 답답했다. 하지만 차츰 그로 인해 손자와의 관계, 딸과의 관계에 있어서 감정선이 바뀌는 걸 보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내의 간병이나 생사를 남편이 혼자서 독단으로 판단하여 실행하는 건 여전히 고민해볼 문제라고 본다. 내 가족이 누군가 영화 속 아내와 같은 상황이 된다면 나는 공공서비스, 양로원 등과 직접 간호에서 무엇을  택할지도 여전히 모르겠다.

10. 석**
친정부모관계가 떠올랐다. 어머니가 참 힘들게 평생을 살았는데.. 그래선지 이 영화 속 남자를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남자 중심으로 보는 게 불편했다. 나 역시 친정부모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관객들이 남자 주인공 편이 되어 봐준 것 아니냐.  어쨌든 어떤 사람이든 불쌍하게,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면 공감되지 않은 삶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부부관계에서도 서로 각자를 주인공으로 여기고 지켜봐주도록 노력하다보면 나아지겠지..

11. 최**
음악은 느렸지만 참 힘들고 빡센 삶을 다룬 영화다. 훌륭한 영화를 추천한 정**씨께 고맙다. 어부로 살고 싶었던 한 남자가 자기 삶을 포기하고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면서 무너져내리는 이야기이다. 도시에서의 삶도 직장을 은퇴하면서 실패로 느껴졌는지 자살(차안에서 배기가스 흡입 장면)을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물려받은 배에 물이 새어들 때 죽어버리려다가 멀리 자신이 떠나온 섬을 보고 다시 살 희망을 갖는다. 남자 주인공이 처음부터 그리 불만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사진 속 그는 행복했을 때도 많았다. 자식들한테 외면받지만 그나마 아내는 그를 이해한다. 화산폭발이라는,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고난 속에서 살아내야 했던 보편적인 아버지, 모두의 아버지를 상징하고 있다. 가업을 잇고 생존을 책임지는 아버지라는 자리에 대해 잔잔하지만 격정적으로 보여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