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장종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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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삶은 어느 것이든지 성장하고 발전해야 합니다. 만일 그것이 정지된다면 쇠퇴로 이어지고 결국 사라지게 되지요. 그래서 인간의 삶에는 개인이나 사회나 발전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들은 발전이란 물질의 발전만을 생각하고 다른 것은 등한시하게 되었습니다. 진정한 발전이란  물질의 풍요와 편리뿐만 아니라 도덕 철학의 가치도 함께 병행해야 하는데 현대인들은 물질의 수액을 빠느라 다른 것을 도외시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물질과 정신이란 마치 반달과 같아서 그것이 서로 합할 때 하나의 완성체를 이루듯이 역사의 발전 또한 물질과 정신이 함께 어우러질 때 진정한 발전이 이뤄지는 것이지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보통 누가 잘 되었다 하면 으례 돈과 명예를 떠올려서 그 사람 출세했어, 성공했어 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인간 됨됨이는 살피지 않아요.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인생을 살아가고 얼마만큼 사회의 룰을 지키고 사는지, 그 사람이 타인에게 무엇을 어떻게 봉사하고 사는지 등은 아예 뒷전입니다. 아, 그 사람 원칙을 지키고 꿋꿋히 살아간다, 참 존경할 만하다가 아니라 아, 그 사람 집안이 어떻고, 건물이 어떻고, 급수는 몇 급이야, 이런 것만 살핀단 말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 아닙니까? 
과연 이러한 세상을 발전해 간다고 할수 있을까요?
다시 말해서 역사의 발전과 성장이란 과학의 발달이나 물질적 재산의 확대 만이 아니라 정신적 밑받침과 인간 신뢰의 지지를 얻었을 때 바람직한 역사의 진보가 이뤄진다는 뜻입니다. 나는 이러한 양자의 조화있는 발전지수가 우리가 희원希願하는 진정한 인간의 행복지수라고 믿습니다. 우리가 잘 먹고 잘 살고 행복하자고 만든 여러가지 물질이나 제도가 인간을 무한히 행복하게 해 준다면 군말없이 행복이란 물질과 제도가 되겠지요. 그것으로 인간의 행복이 영원히 보장 된다면 다른 귀찮은 것들을 견주어 이러쿵 저러쿵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골치아픈 종교도 필요없고, 도덕도, 철학도 , 양심도,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시민 운동도 다 소용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에게 무한한 행복을 줄 줄 알았던 물질과 과학이 악의 화신으로 변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지요.
이제 사람들은 물질은 행복의 신이 아니라 오히려 부익부 빈익빈을 조장하고 사람사이를 차별하는 불행의 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잠자리, 쾌적한 위생, 그리고 한량없는 눈요기가 인생의 행복이라고 설교하는 물신物神의 명령대로 인간은 충실한 종노릇을 해 왔지만 이제 그것이 어리석은 욕망의 뒷자락임을 깨달았지요. 하지만 이제 후회한들 브레이크가 파열된 자동차가 내리막길을 질주하는 그런 위험한 상태에 이르고 만 것입니다.
사람이 다 잘 살자고 한 일인데 가장 중시되어야 할 사람간의 관계가 경제니 이익의 하위개념으로 전락하고 조금만 그에 반해도 목숨을 걸고 아웅대는 삭막한 세상이 되었지요. 개인은 개인대로 집단은 집단대로 자기 욕구를 위해서 온 세상이 파멸할지라도 나만 좋다면 상관없다는 극단의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그럼 이 잘못된 실타레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우리 운동과 연관지어 살펴 보겠습니다.


발전은 자기 반성으로 부터

한 마디로 역사의 발전은 개개인의 변화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변화란 다름아닌 정신적인 가치 세계의 변화를 말합니다. 그것은 머리로 파악하는게 아니라 어떤 용도나 목적에 직접 다가가는 것을 뜻하지요. 즉, 가치 세계는 추상적 염원이 아니라 구체적인 움직임을 뜻하고 우리가 무엇을 지향하느냐에 따라 가치와 비가치로 갈라집니다. 풀어 말하면 그것은 우리가 물질주의를 극복하고 모든 유혹과 착각을 이기는 삶을 사느냐. 아니면 물질의 유혹에 몸뚱이를 맡기고 나와 내 가족만의 안위를 위해 삶을 사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를 뜻합니다. 좀 이야기가 어려워졌지만 아무튼 가치의 변화란 이 경계에서 바른 방향으로 옮기는 발걸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흔히 우리가 사는 세상의 고통과 부자유의 원인을 잘못된 사회구조에서 찾고 부패한 일부 집단이나 배부른 탕자에서 찾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원인은 모두 개인의 이기와 욕망에서 비롯됩니다. 왜냐면 잘못된 사회구조를 만든 것도 개인이고 제도나 집단을 만든 것도 다 개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집단보다 개인이 훨씬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사실 집단이란 일정 부분의 개인이 변하면 의외로 쉽게 변하는 법입니다. 이와같이 개개인이 먼저 변화하고 그 영향으로 다음, 가까운 이웃이 변화하고 점점 다수의 집단적 의식을 동반하면서 -자각한 선각자의 집단- 마침내 외부의 세계가 개조되는 것이지요.
그것이 이른바 유토피아입니다.
물론 사회 규범을 통한 물리적 방법의 유토피아도 상상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또 다른 억압을 초래하기 때문에 올바른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개인이 개조되고 변화하기 위해서 가장 요청되는 덕목이 무엇일까요? 생각하기에 따라 여러 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나는 그것을 반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철학자 칸트는 별과 인간의 의지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했지만 나는 그보다 훨씬 아름다운 것이 반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치환이 부른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는 역설적인 비유가 아니라 사람에게 꽃이 가지지 않는 반성이란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사람이 어찌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겠습니까? 사전적으로  반성이란 뉘우친다는 말이고 약간 사족을 달자면 자신의 잘못된 행위身와 말口과 생각意, 또는 부풀린 자신을 제대로 본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잘못 파악된 자신이 반성이란 여과기를 통과할 때 아름다운 사람으로 변하는 것이지요. 

이 반성이란 여과기는 우리 운동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 될 것입니다. 일전에 어느 기자회견에 갔을 때 00 일보 기자가 질문 말미에 ‘그것이 대다수의 시민들의 생각입니까? 아니면 당신들의 생각입니까? 이렇게 묻는 겁니다. 꼭 나에게는 ‘당신들이 주장하는 일은 전체 시민의 생각이 아니라 당신들 몇 사람의 생각 아닙니까?’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로 들렸지요. 정곡을 찔렸다고 할까요. 그것이 우리 운동을 직시하는 냉엄한 비판같았습니다. 모든 시민단체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우리 중에 그런 사고와 행동을 가지고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그래서 입만 벙긋하면 민중을 대변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 말에 속을 사람들이 별로 없지요. 우리의 역활이란 역사 대중이 실제로 사회의 주체가 되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인데 자칫 민중들을 우리가 요구하는 사상과 주장에 맞춰서 오히려 이용물로 선전하는 것은 아닌지 깊히 반성 할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과 몇 명이 모여서 외쳐 대는 탁상론을 마치 전체 시민의 요구인양 선전하는 행위라면 또 다른 지배의 형태가 되겠지요. 이런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고치지 않는 한, 우리는 민중의 날개가 되기는 커녕 오히려 선량한 다수의 시민을 팔아 세상을 욕되게 하는 집단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것도 일종의 부풀린 자신, 잘못 파악하고 있는 자신과 같다고 할 것입니다.

회원에 대해서

다음, 회원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대부분의 시민단체는 힘도 없고 자금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를 동조하고 후원하는 회원의 힘이 필요합니다. 이런 이유때문에 항상 주된 관심사는 회원 배가운동입니다. .
그러나 여기에서 한번 생각할 일이 있습니다. 어느 모임이나 마찬가지이지만 기존 회원들이 잘 화합하고 건실해야 그 회가 발전합니다. 새 회원이 들어와도 분위기가 좋으면 쉽게 적응되고 탈회하지 않지요. 정말 보람되고 재미있다면 나가라고 해도 나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일 기존 회원들의 사고방식이나 태도가 불량하고 늘 자기 고집만 주장하고 혼자 똑똑한 척 하는 무리들이 날뛴다면 아무리 새 회원을 영입해 봤자 어느날 다 떠나버립니다. 그러니까 결국 중요한 것은 회원 배가가 아니라 먼저 그 회의 전체 정신이나 소속원의 자질이 문제가 됩니다. 더우기 우리 운동의 경우, 일반단체의 경우보다 그것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클 것입니다.
결코 정신과 자질이란 회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스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연 내 자신이 이 운동 속에서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가. 혹, 해만 끼치는 송충이는 아닌지, 나만 잘났다고 아랫목에 앉아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의구심을 늘 화두처럼 던져야 합니다. 그 답을 찾은 연후에 회원문제를 생각해도 늦지 않지요. 서로 화합이 안되어서 회가 깨졌다는 말은 있어도 자금이 없어서 회가 무너졌다는 말은 듣지 못햇습니다. 이렇듯 회원의 배가문제란 이 전체 정신과 자아반성에 비하면 뒷 일에 불과한 것입니다.
 

운동은 봉사아닌 내 일

다음, 봉사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는 흔히 시민단체를 봉사단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시민운동을 한다고 하면 아, 사회를 위해서 봉사하시는군요 라고 남에게 칭찬을 듣습니다. 분명히 우리 단체는 봉사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왜냐면 우리는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interest groups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비영리단체라고 하고 엔지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남이 아닌 내가 이 운동을 봉사라고 생각한다면 어떨까요? 즉, 남들이 봉사라고 말하면 모르거니와 당사자인 자신이 ‘나는 봉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과연 참다운 운동자의 자세일까요?
모든 인간의 갈등이란 내가 해 준 것, 내가 했다는 것, 이런 것 때문에 발생하는 것 아닙니까?  내가 봉사했으니 너도 봉사해라. 부부지간이건 부자지간이건 문제의 발생은 다 이렇게 나는 했는데 너는 왜? 하면서 벌어지고 충돌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령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가  나는 자식에게 봉사하고 있다고 생각할까요? 만일 그렇게 생각한다면 참 어머니가 아니겠지요. 자식사랑을 비유로 들었지만 어머니는 자식에 대한 사랑을 봉사가 아닌 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정말 봉사하는 사람은 그것이 타인에 대한 봉사라고 생각하지 않지요. 우리 주위에도 이 일에 참여했다가 어느 날 슬그머니 사라지는 사람들을 보는데 그들이 사라지는 이유가 이 운동의 모습에 실망하든지. 너무 과격하다든지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본디 이유는 그들이 처음부터 타인에 대한 봉사로 임했기때문입니다. 그래서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이니까 조금만 거슬려도 쉽게 실망하고 짜증이 생기고 바쁘다는 핑계로 등을 돌리는 것이지요. 만일 자기 일에 실망했다면 쉽게 포기하고 등을 돌릴 수 있겠습니까? 그것이 남의 일이기 때문에 주저없이 등을 돌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민운동을 타인에 대한 봉사라고 생각한다면 참으로 위험한 생각입니다.
운동이란 봉사활동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기 인생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운동을 한다는 것은 시민을 위해서도 아니고 국가를 위해서도 아니고, 다만 자기 실현을 위한 방법이고 내 인생을 잘 살기 위한 몸짓일 뿐입니다. 우리는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 여럿이 함께 가는 것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 처럼 정말 봉사하고 헌신하는 사람은 운동과 자기 일을 구분짓지 않지요. 운동이 곧 자기 일이고 자기 일이 곧 운동인 자타불이自他不異가 되는 것입니다. 그것을 불가에서는 무상無相의 정신이라고 하지요. 무엇보다 이런 질적 전환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나는 보다 나은 사회, 노동자가 해방되는 그런 사회를 꿈꾸며 활동하신다고 생각하신다면 먼저 눈을 감고 자신의 안을 들여다 보십시오. 그리고 이 운동이 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나는 혹, 말로만 떠들면서 실제로는 꾀만 부리며 이리 저리 계산하고 이 핑계 저핑계 재면서 위선적인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닌지? 남을 돕는 거룩한 일을 합네 하면서 운동놀음과 공치사에  빠진 것은 아닌지? 우리가 역사속에 헌신하는 이 길이 실제로 누워 떡먹기보다 쉽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이렇게 비춰 보아 그것이 불행히도 자신의 모습이라면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말고 말고 이 길을 단념해야 할 것입니다.
알아두십시오. 이 길은 단순한 취미활동이나 친목단체가 아닙니다. 이 길은 내가 가는 인생의 중요한 무대이고 일터입니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 한 판 열정을 쏟아야 할 그런 길이지요.
그래서 우리들을 서로 동지라고 부르는 것 아닙니까? 
내 일이기 때문에 그것이 아픔이 되는 것이고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생각하고 마음을 거둬 잡는 것이 우리의 목적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결국 봉사나 헌신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는 운동을 열심히 했을 리가 없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이 내 인생의 소망과 다르다면 그것을 과연 헌신이나 봉사라고 할 수 있을까요? 내 일 자체를 나를 위한 헌신이라고 부를 수 없는 노릇 아닙니까?

한恨의 운동

지금의 내가 이렇게 행복한 것은 보이지 않은 이의 고통과 아픔으로 비롯되었고 그래서 그들 덕택에 나를 비롯한 내 가족이 잘 먹고 잘 산다면 그것은 빚이고 이를 갚는 길이 시민운동이라는 연기緣起적 사고가 우리의 가슴에 메모리가 되어야 합니다. 이 길을 유식한 말로 자기 실현의 길이라고 합니다. 왜냐면 자기의 인생관을 참되이 실천한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이제 사회가 변했으니 그런 정열적이고 광적인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그러나 그것이 머리띠를 묶고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말한다면 모르겠지만 운동의 의지나 정열이 식어도 된다는 뜻이라면 동의할 수 없습니다. 종전의 민중운동이 지배계급, 그것도 대부분 정치집단을 향한 외침이었다면 지금의 시민사회운동은 사람이 살아 가는 곳에 웅크린 모든 악의 집단을 향한 외침이기 때문에 우리의 의지나 열정은 오히려 한 단계 높아야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의지나 열정은 그것이 내 가슴 속에 메어지는 한恨같은 것이고 그 한이 없다면 우리가 어떻게 운동을 하겠습니까? 두 말없이 그런 가슴이 없다면  지속적인 실천의 동력이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래서 한이 없이 그냥 드나드는 사람은 결국 변질되거나 이탈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겠지요. 매장량이 없는데 생산량이 좋을리 없는 것 아닙니까? 

나는 민중을 위해 산다고 하면서 기실 건달처럼 경박하게 사는 사람들을 제일 증오합니다. 그런 자들은 차라리 자기 이익을 위해서 눈 먼 수전노보다 권력의 노예가 되어 버린 독재자보다 더 구제 불능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민중을 위한답시고 다니면서 불성실한 삶을 사는 사람들 때문에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 까지 싸잡아 욕을 먹는 것을 볼 때 안타깝기 그지 없지요. 
그래서 우리가 만나는 화요일은 그런 한으로 오고 싶고 ,보고 싶고 기다려 져야 합니다. 없는 시간을 쪼개서 바쁜데 억지로 온다는생각은 결코 한으로, 가슴으로 오는게 아닙니다. 진정한 의지는 자발성이지요. 나 역시 지금은 나아졌지만 예전엔 그런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아픔이나 고통같은 한이라는게 없었지요. 그냥 형식적으로 나타나고, 떠들다가 다른 일이 생기면 안 가고 그랬지만 그것이 얼마나 위선적인 모습이고 내 인생을 황폐화시키는가를 반성하면서 수많은 잘못을 깨달았지요.
 
절대 타인에게 이익을 준다는 입장에서 수행자의 목표와 우리의 목표는 조금도 다를 바 없습니다. 아니, 우리의 조건은 그보다 훨씬 열약합니다. 그리고 수행자의 지상과제인 세상의 구제에 대한 의무감도 우리에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스스로 이 길을 자임하고 나섰다는 것은 대단히 기특한 일입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가 바로 그런 자리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의 삶속에서 저 수행자의 무리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반조返照하는 습관에 충실할 필요가 있습니다. 말을 조심하고 행동을 조심하고 경제지표의 높낮이에 즉물卽物의 모습을 보이지 말고 무엇보다 세속적이고 위선적인 자기의 썩어빠진 정신을 바라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왜냐면 그 길이 곧 자기 실현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불가에 ‘산 정신은 활동을 원하고 병든 정신은 눕기를 원한다’는 말이 있는데 산 정신이란 바로 자신에게 경고를 보내는 메시지와 같고 병든 정신이란 자신에게 구애하는 메시지와 같다고 할 것 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자의로 평탄 한 길을 마다하고 가시밭길을 택했다면 반드시 이와같은 자기 경고의 점검이 필요할 것이고 그것이 없다면 그는 순수한 운동의 구현자가 아니라 적당히 변질된 주사급主事級에 불과하다는 점을 자각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