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이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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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적인 관점으로 바라 본 월드컵과 열기
                                                                           
                                                                                                          이 한우 
월드컵에 대한 열기로 전국이 끓어 오르고 있다. 전통적 강국들이 속속 탈락하는 이변으로 인하여  세계적으로는 윌드컵의 열기가 김빠진 맥주처럼 거품이 빠지는 가운데 사상 최초로 8강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의 열기는 붉은 악마를 필두로 거리응원이라는 유래없는 방식으로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는 중이다. 가끔 월드컵의 열기의 뒷편으로 가려진 노점상들의 한숨이나, 축구공을 만드는 파키스탄의 어린이 노동의 실상이 조금씩 보도되고는 있지만 함성에 묻혀 버리기 일쑤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이상열기에 대하여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여기서는 이미 고전이 되어버렸지만 여전히 역사 및 문화 분석에 탁월한 도구가 되는 마르크스주의적 해석의 방법을 동원하여 분석해 보고자 한다.
문화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접근방법은 문화적 텍스트와 실천행위는 반드시 그것이 산출된 역사적 상황과의 연관 속에서 분석되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역사적 상황은 그 시기에 특정한 '생산양식'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므로 역사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제적인 것에 있다. 한 사회의 물질적 지배력을 갖는 계급은 동시에 지적 지배력도 갖는 것이다. 지배 계급은 자신들의 이익이 이성적이고 보편적이라고 끝없이 선전 강요하고 여기에서 이데올로기적 투쟁이 발생한다.
여기까지는 고전적 마르크스 주의의 역사에 대한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막시즘에 입각한 대중문화에 대한 연구는 아도르노, 벤야민, 호르크하이머, 뢰벤탈, 마르쿠제로 대표되는 프랑크푸르트 학파를 빼놓을 수 없다.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관점에 의하면 대중문화는 기득권적인 사회적 권위를 유지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대중을 '체제적 순응'에 물들게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뢰벤탈의 주장대로 대중문화는 '규격화, 상투성. 보수성 .허위. 조작된 소비상품'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문화를 생산함으로써, 노동계급의 정치성을 희석시키고, 억압적이고 착취적인 자본주의의 구조에 종속시키는데 기여할 뿐이다'라고 하였다. 오로지 '긍정적 문화'만이 이러한 종속구조를 탈피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든다고 하였다. 여기서 '긍정적 문화'란 '사회적 현상을 역사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지배계층의 이데올로기적 허구를 드러내어 발전적으로 해체하는데 도움이 되는 문화적 제현상'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역사나 문화를 생산의 관점에서 분석한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을 넘어서 막스주의를 재해석한 알튀세르에 의하면 사회적 정체성은 생산보다는 소비에 관련되어 있다라고 주장한다. 즉, 소비란 수동적인 것이 아니고 능동적인 행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적 텍스트의 소비를 통해서 대중은 역사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축제'를 연구한 러시아의 바흐친에 의하면, 배우와 관객의 구분이 없는 중세의 카니발 같은 축제를 예로 들며 축제란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려는 인간 본성의 잠재적 측면을 허용하는 것'으로서, '성스러운 것과 세속적인 것, 높은 것과 낮은 것, 위대한 것과 사소한 것, 그리고 현명한 것과 우둔한 것을 섞어 버린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축제와 정통스포츠가 다른 점은 정통 스포츠는 백인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지배이데올로기의확립에 기여한다고 하였다.
한편  막시즘의 여타의  관점으로 보면 축제는 이데올로기적 조종으로 규정할 수 있으며, 그 조종은 공식적으로 인가된 한도 내에서의 사회질서의 파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회질서를 보호하는 공인된 안정장치라는 틀 안에 있다'라고 하였다.
여기에 대해 피스크는 축제에 함유하고 가능성을 인정하며 ' 축제를 결과적으로 사회적 통제를 더 효과적으로 수행하도록 하는 안정장치로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축제는 저항적이고 파괴적인 대중의 위력과 그 인내를 인정하는 한 방편으로 보아야한다'고 주장하였다. 여기까지 간략하게 고전적 막시즘과 후기 막시스트들의 문화에 대한 관점을 고찰해 보았다. 이러헌 관점에서 월드컵과 관련된 한국사회의 현상을 생각해 보기로 하자.
일전 박노자 교수는 오마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월드컵 열기를 '집단적 히스테리'라고 규정하였다. 나치의 히틀러의 선동적 광기의 정치에 비견될 만한 사건으로 단정한 것이다. 일견 듣기에 거북할 지 모르지만 사실 그러한 측면은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견해와 다를 바 없다. 물론 최근의 월드컵을 둘러싼 현상에는 정치적 지배계층의 음모라던가 하는 것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월드컵의 열기 때문에 집권당인 민주당은 저조한 투표참여율로 인하여 오히려 손해를 본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니, 이러한 열기는 단순히 한국민의 저력과 애국심을 보여주는 증거이며 이러한 열기를 이용하여 국가발전의 동력이 되게하여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사실 그러한 측면이 있다.  개인주의가 만연된 사회에서 수십만명의 사람이 광화문에 시청 앞에 집결한다. 사실 아무리 전광판이 커도 집에서 텔레비를 시청하는 것보다 잘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전국적으로 여기저기 전광판 앞에 집결한 군중의 규모는 몇백만을 넘어서 버렸다.  또한 초기에 모임을 주도한 젊은 청년들을 중심으로한 행사가 점차 변을 넓혀나가 초등학생을 비롯한 일반인들 까지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동원된 것이 아니라 자발적이라는 것이다.
그럼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우선,인터넷 세대의 등장을 들 수 있다. 이 세대는 개인적, 즉흥적, 단순성, 다양성 등을 특징으로 하며 혈연,학연,지연이라는 한국적 전통적인 가치보다는 동일한  취향, 경향의 집단에 몰입하는 특징을 갖추고 있다. 또한 개방적이며 헌신적-물론 자신의 개인적인 의지와 일치하는 한도 내에서- 이며 열정적 몰입의 특징도 갖추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이라는 네트웍을 매개로 쉽게 집단화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정치적으로 나타난 사건이 '노사모'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답답한 정치적 현실은 젊은 층들에게 정치적 무관심과 현실에 대한 불만을 증폭시켜 왔으며 이러한 시점에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 바로 축구라는 월드컵이다. 올림픽이 대부분 기록 경기이어서 이변이 적은 반면에 둥근 공 하나에 결정되는 축구는 그 특성상 이변이 많이 일어날 수 있으며 어느 경기보다 격렬하고 관중을 몰입시키는 마력이 있는 경기이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대중화되어 있는 유일한 스포츠인 것이다. 이러한 축구 역시 다른 스포츠가 그렇듯이 백인우월주의적 가부장적이며 자본주의적인 특성을 나타내어 왔다. 물론, 축구는 남미세가 다른 스포츠 보다는 강한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도 출전권만 해도 유럽에 비해 아시아,아프리카는 박대받고 있다. 또한, 올림픽은  지금은 거의 사문화되어 버렸지만 '올림픽 정신'이라는 것이 그래도 버티고 있다하지만 피파가 주도하는 월드컵은 아예 거대 스포츠 기업과의 합작으로 탄생한 가장 자본주의적인 문화텍스트를 제공하는 공룡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연유로 월드컵이 올림픽을 능가하는 자본시장이 되고말았다. 그러나, 축구라고 하는 스포츠의 특성이 어느 경기보다도 조직력과 정신력이 중요하며 또한 수 만명의 관중들의 응원이 강한 변수로 작용하는 특성상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이 이번 월드컵에서 주최국의 이점을 업고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16강 진출에 대한 염원에는 서구우월주의적인  벽을 넘어서고자 하는 내적 욕망이 있엇다고 본다. 한국이 눈부신 경제적 발전을 하였다고 하지만 아직도 아시아의 변방에 있는 일본의 속국으로 있엇던 작고 비문화적인 나라라고 하는 폭 넓은 인식이 서구사회에 만연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월드컵 전에 수 차례 보도되면서 우리국민을 자극했던 프랑스 언론의 보신탕 사건도 그 기저에는 한국인에 대한 비하가 배경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속국이었던 세네갈이 프랑스를 꺽자 한국인들은 시원한 대리만족을 느꼈으며 그간 노력한 여러 가지 요인이 겹치면서  한국팀이 선전하자 사람들을 거리로 뛰쳐 나오게 만든 것이다. 사실, 집에서 편하게 텔레비젼을 통해 시청하는 것이 훨씬 잘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광판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집단적으로 모여들고 몇시간 동안이나 서서 동일한 구호와 박수를 반복하는 것은 일견 힘들어 보이지만 실상은 군중심리와 분위기에 몰입된 젊은 층들은 오히려 그런 분위기가 주는 동일감, 일체감을 느끼면서 피로를 잊는 것이다. 여기에서 문화적 분석을 해 보면, 이러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붉은 악마로 대변되는 응원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여기에는 인터넷 세대라는 특징에다가 더구나, IT기술로 대변되는 대형 전광판, 위성중계들이 가져오는 새로운 매개물들이 분의기를 증폭시킨 것이다.
눈여겨 보아야 할 사실 중 하나는 붉은 악마 식의 응원에 관한 것이다. 지금 까지의 스포츠에 대한 응원의 전통적 방식은 경기를 하는 선수들 한 계층, 그리고, 치어리더를 중심으로한 전문 응원팀 한 계층-이들은 화려한 의상과 일반인이 따라올 수 없는 율동이 특징이다- 그리고 관중 및 시청자이다. 여기에서 운동장에 있는 관중조차 응원에는 적극적 가담자가 되지 못한다. 대형 확성기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과 거기에 맞추어 전문적으로 춤을 추는 치어리더들을 구경하며 가끔 씩 수동적으로 응원에 참여할 뿐이다. 그러나, 월드컵을 중심으로한 붉은 악마류의 응원은 상당히 다른 측면이 있다. 덜 조직적이고 단순하며 자발적인 특징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숫자가 주는 방대한 힘이 하나의 자율적 규율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우선 복장을 붉은 색으로 통일하고 -권위주의적 군부시대라면 상상도 못할 붉은 색을- 단순한 구호를 반복한다. '대한민국'이라는 우리 한국인의 음률구조에 잘맞으며 통일성과 힘을 북돋우기기 쉬운 네박자를 선택했으며, 몸짓도 아주 쉬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을 택했다는 것에 있다. 거기에 대형 확성기를 통한 가수의 노래가 아니라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마력적인 단음의 북소리를 반복하여 두들김으로서 수시간 반복되는 단조로움을 벗어나 집단적 최면현상까지 이르게 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자발적 관중의 응원이 방송의 주목을 받음으로 더욱 증폭되어 관중이 더욱 늘어남으로써 관중 자체가 방송에서 중요한 요소로 등장되었다는 점이다. 방송이 경기하는 선수뿐 아니라 관중들에게 전에 없이 카메라를 들이됨으로써 관중 또한 적극적으로 경기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이 지금까지의 경기와 판이하게 달라진 점이다. 더구나, 거리 응원이라는 특이한 방식이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음으로써 이제는 경기장의 관중만이 아니라 여태껏까지는 완전히 수동적인 자세로 관전하던 시청자마저 경기에 적극 참여자로의 기분을 느끼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 현상을 설명하고 이제 마르크스적 관점으로 한번 생각을 해보자.
월드컵 축구는 세계적으로 가장 대중적인 문화적 텍스트이다. 이렇게 높은 시청률과 관중 동원에다가 그 열광에 이르면  올림픽을 훨씬 능가한다. 이러한 텍스트의 생산에는 피파와 다국적 스포츠 기업이 합작이다. 여기에는 필수적으로 방송이 결합되고 수많은 기업 스폰서가 붙게된다. 올림픽처럼 허울이라도 남은 스포츠 정신은 아예없다. 축구라고 하는 단일 종목으로 세계를 묶는 것은 축구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국가간의 경쟁을 부추겨 민족주의 감정을 자극해 시청률을 올리고 결국 피파와 다국적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마르크스의 말대로 역사던 문화적 텍스트던 생산양식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면 바로 월드컵이라는 문화적 텍스트의 생산양식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가장 자본주의적이고 이익추구적이며 백인우월주의적이고 국수주의적이며 나아가 파쇼적인 생산양식인 셈이다. 이러한 생산양식의 결과 당연히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선동과 이 현상을 정치적으로 이용할려고 하는 기득적 정치권의 이익의 조장에 의해 애국심이라고 하는 양식으로 포장된 과열 열기라는 문화적 텍스트의 '소비형태'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집단 최면의 효과와 다름이 없어 국민들의 정치적 불만이나 변화에 대한 열망을 스포츠의 광기로 분출시킬 려는 의도에 말려드는 셈이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박노자 교수의 '집단 히스테리'라는 분석이 타당할 수 있다. 한편, 문화적텍스트를 생산보다는 소비에 관점을 둔 아도르노의 분석에 의하면 월드컵이라는 문화적 텍스트를 국민들이 어떻게 소비하느냐 하는 점을 들여다 보아야 한다. 생산수단을 보유한 집단이 소비도 결정한다는 고전마르크스주의적 관점으로 보면 소비형태 역시 기득권이 의도한대로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중문화의 소비라는 것이 능동적, 적극적으로 이루어 진다면 소비가 생산양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한, 축제를 연구한 바흐친이나 피스크의 분석을 대입하면 월드컵의 열기를 축제로 치환할 수 있다. 처음에는 붉은 악마로 대변되는 일군의 무리에 의해 촉발된 열기나 지금은 초등학생에서 중년층까지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자발성, 헌신성, 비조직성, 열의성을 고려해보면 중세 카니발적 축제의 모습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피스크의 말대로 축제가 가지고 있는 ' 저항적이고 파괴적인 대중의 위력과 인내를 인정한 한 방편'으로 이 월드컵의 열기를 이해할 수 있는지 또한 의문이다. 왜냐하면 축제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기득권적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역동적인 힘, 그리하여 역사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힘이 우리의 현재의 월드컵의 열기에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결국 생산수단을 가진 기득권의 생산물에 오히려 과잉 소비의 형태로 소비한 것에 지나지 않게 되며 결국  '가부장적 자본주의적 기존질서의 확립'에 기여한 꼴이 되고마는 것이다.
어떻 형태로 드러날 지는 향후 깊은 관찰이 있어야 하리라고 여겨지며, 이 월드텁의 열기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형태를 고찰해 보았다. 한국사회의 대중적 역동성이 잘 나타난 이 열기가 역사발전에 긍정적인 동인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