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무기” 핵과 핵발전

지난 4월 11일 가좌동 우체국 지하에 소재한 “노리터”에서 오후 7시부터 “야만의 무기”라는 주제로 핵발전소와 관련된 행사가 있다.

행사는 2부로 진행이 되었다. 1부는 지난 2003년부터 있었던 부안 핵폐기장 반대투쟁에 대한 다큐멘터리 상영 이었고 2부는 에너지정의연대의 장수희 활동가의 강연과 토론이 있었다.

부안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핵문제와 더불어 경제발전 및 그 발전에 소외된 사람들, 그리고 우리의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를 다루었다. 위도 사람들은 새만금과 영광 발전소의 개발 피해에 대한 보상도 받지 못하고 1997년 서해 훼리호로 수백명이 죽고 나서야 그 핏값으로 겨우 상수도와 도로 등의 기간시설을 갖추게 된 위도 사람들이 가구당 5억의 보상금을 기대하며 방사능 폐기장에 동의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직접 현금보상이 불가능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말장난이었다. 부안 군수는 군민들과 군의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신청하여 방사능 폐기장 도입을 시도했다. 주민들이 분노했던 것은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을 처리했던 것, 사실을 정확하게 알리지 않았던 것 등에 있으며 많은 주민들이 그 생업도 포기하며 싸움을 진행했다.

부안의 싸움은 단순히 위험시설이나 혐오시설의 지역내 반입을 저지하기 위한 싸움이 아니었다. 방사능 폐기장이 다른 지역으로 간 것에 대해서 투쟁의 참가자는 “결코 유쾌하지 않다. 우리 지역의 위험을 다른 지역으로 떠넘겨서 좋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정말 나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부안에서 저지를 당한 핵폐기장은 새로운 신청을 받아서 경주로 가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 관권투표의 무서움을 보여 주었다. 군산의 경우 투표 시작전에 벌써 4만명이 넘는 부재자가 신고 되었으며 투표과정에서 10여표가 한꺼번에 투표되었고 개표과정에서 두장에서 서너장씩 함께 겹쳐진 투표용지가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개표종사원들이 별일 아닌 듯이 던져 버리며 개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경주와 군산등에서는 90%에 육박하는 찬성율이 나왔다.

핵발전소 유치를 위한 주민투표의 과정은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었다. 개발과 발전에 대한 열망이 피흘리며 싸워 쟁취한 우리의 소중한 가치마저 부정하고 후퇴시켰다. 부정투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핵보다 더 무섭게 우리 사회를 파괴할 야만성이 우리 내부에 “개발과 발전”의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장수희(에너지 정의행동 부산지역 활동가) 강연 및 토론 요약

핵무기에 대한 반대는 있었으나 핵발전소에 대한 반대는 없었다. 환경당체들이 핵발전소와핵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체르노빌 핵사고 이후부터 이다. 현재 핵발전과 관련하여 환경단체 내에 전문가가 없는데 이는 핵문제가 성과가 없고 문제 자체를 파악학가 어려우며 지속적인 감시활동이 힘들기 때문이다.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공사)은 핵발전소라는 부정적인 이름대신에 원전(원자력발전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보급하려 했으나 이것도 이번 후쿠시마 원전의 사고로 부정적으로 이해되기 시작하고 있다. 저희 단체는 꼭 핵발전소, 핵폐기물 등의 용어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체르노빌의 사고는 세계 각지에 핵발전에 대한 의구심과 큰 충격을 주었으나 소련 사회가 폐쇄적인 사회주의 국가였기 때문에 그러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논리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일본의 경우 사고가 없으니 안전하다는 논리가 그간 널리 유포되어 왔다. 이번에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의 사고의 가장 큰 의미는 지금까지 널리 애용되어 왔던 원자력 안전신화의 해체에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개의 사고들은 지역 주민들이 발견하고 신고한 경우가 다수이며 핵발전소측은 대개 이를 은폐해 왔다.

일부 사람들은 핵발전소가 싸고 깨끗하다고 하지만 우라늄의 채취과정에 발생하는 방사능 오염과 사고대책금, 폐기물처리 시설 문제 등을 고려해 볼 때, 결코 싸거나 깨끗하지 않다.

핵발전소의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는 공동체 파괴에 있다. 부안의 다큐멘터리에 자세히 나오지 않았으나 핵관련 시설물이 들어왔거나 시도를 했던 지역들은 매우 극심한 지역내 대립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핵발전을 지금 당장 멈추자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핵발전소를 더 이상 만들지 말자는 것이며 새로운 대안에너지로 넘어가자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대안에너지에 대해서 일부에서는 비싸고 우리 기술력이 낙후되어 힘들다고 말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40여년 전에 핵발전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 논리이다. 1967~8년 경에 우리 나라에 핵발전소를 도입하려 했으나 이 때 국회에서 반대한 논리가 “비싸고 기술력이 낙후”되었기 때문에 도입에 반대했다.

핵발전소 반대 운동의 어려움은 과연 주민들이 불편을 감수할 수 있는가에 있다. 또한 불편을 감수하며 자신들이 누리는 것에 대해서 더 많은 비용부담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우리 사회는 책임질 부분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책임지지 않는 과소비를 많이 해왔다. 우리의 전기세는 단가의 평균 97% 정도로 저렴하다. 농업용은 단가의 30%, 공업용은 50%, 상업용은 70% 정도 내고 있으며 가정용 전기만이 단가의 100%를 지불하고 있다.지난 몇 년간 과도하게 싼 전기의 공급으로 인하여 우리 사회의 전기 소비 패턴이 바뀌었다. 과거 여름철이 전기사용 피크였다면 요즘은 겨울철 11시가 피크이다. 전기가 싸게 공급되면서 전기 난방기의 공급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기의 상당 부분을 핵발전소가 담당을 했다. 위험성에 대한 비용부담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렴하게 이용한 것이다.

우리 나라는 KINS에서 전국의 방사능량을 점검하여 공표하고 있다. 후쿠시마의 영향으로 방사능 물질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를 정부에서는 인체에 해를 입힐 정도가 아니며 자연상태의 방사능보다 낮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나 자연상태의 방사능은 몸에 축적되지 않으며 사라지는 것이지만 지금 측정되고 있는 방사능의 경우 체내에 축적되어 체내 피폭을 일으킬 위험이 높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현재 운영중인 핵발전소를 감시하는 것이며 새로운 핵발전소 건설을 중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핵발전소와 직접 연관이 없는 진주이지만 에너지 절약 선언을 통한 핵발전소추가증축을 반대하는 운동을 해 주셨으면 한다.(경남지역 환경단체들의 선언이 있었으나 발표자는 몰랐다. 그만큼 서로의 연계가 잘 안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핵발전소는 우리가 책임져야 할 문제이다. 후세들에게 위험을 그대로 물려주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