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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상현
조회 : 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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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도시가 밝아졌어요, 이 사람들의 힘이죠 |
 2010-12-20 |
시청 앞 공터, 정겨운 쉼터 되고
뒷골목 꽃단장, 버스에 LED 번호 …
2년간 아이디어 30여 건 반영해
민관협력대회 시민단체 최우수상
 직장인·주부·대학생 등으로 구성된 전북 익산 희망연대의 사회창안 서포터스들이 빗자루·물뿌리개·꽃다발 등을 들고 사진촬영에 임했다. 시민들의 이색 풀뿌리 아이디어를 잘 쓸어담아 물을 주고 꽃피우자는 의지를 담았다. [익산=프리랜서 오종찬]
익산 혁신 주도하는 ‘익산희망연대’
#장면1=전북 익산시 남중동 시청 앞 광장. 700㎡ 넓이의 쉼터 가운데에 수십 년 된 소나무가 있고, 주변 산책로를 따라 파라솔과 벤치·의자 등이 곳곳에 놓여 있다. 조경수와 수석·연못 등이 아기자기하게 조화를 이룬 이 쉼터는 시청 직원은 물론 민원인들의 보금자리다. 여름밤이면 분수대가 시원스레 물을 뿜고, 야간 조명까지 나오는 환상적인 분위기의 명소가 됐다. 박기성 익산시청 공보계장은 “별 쓸모 없던 동산이 시민의 안식처로 탈바꿈하면서 40년 된 시청의 거무튀튀한 얼굴마저 환하게 변했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말했다.
#장면2=익산 배산 네거리에서 원대까지 가는 남북로는 2년 전만 해도 을씨년스러웠다. 차도와 인도를 나누는 향나무 가로수가 1㎞의 거리에 죽 늘어서 운전자와 행인 사이를 벽처럼 가렸다. 밤만 되면 어두컴컴한 인도에 인적이 드물었다. 때때로 여성들이 성추행당했다는 소문까지 나돌아 우범지대 취급을 받기도 했다. 그러다 수십 년 된 가로수를 2008년 잘라내고 화단을 조성한 뒤 튤립과 팬지·국화 등을 심었다. 남북로는 철 따라 예쁜 꽃들이 만개해 익산 시내에서 가장 안전하고 화사한 길의 하나로 변신했다.
#장면3=시내버스 승객들은 밤이나 흐린 날씨에 불편함을 호소한다. 버스의 아크릴 번호판 숫자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번호를 가까이에서 보려고 차도에 내려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익산시민들이 이런 어려움에서 벗어난 건 2년 전이다. 164대의 시내버스 모두 선명한 LED(발광다이오드) 번호판을 달고 다니기 때문이다. 차량 앞뒤의 전광판은 선명한 빛을 발해 수십m 앞에서도 쉽사리 번호를 알아볼 수 있다. 이 덕분에 버스뿐 아니라 도로 전체 분위기가 환해졌다고 시민들은 반겼다.
 인구 30만여 명의 익산시 행정에 근래 새바람이 불고 있다. 위의 세 가지 사례는 관 주도가 아니라 민초들의 아이디어와 중지를 모아 추진한 것들이다. 기업의 제안제도처럼 시민 제안제도가 도시 혁신을 불러오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곳은 풀뿌리 시민단체 ‘익산희망연대’다. 이 단체는 최근 민간협력포럼이 주관하고 국토해양부가 후원한 ‘2010 민관협력공모대회’에서 시민단체 부문 최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두 해 동안 희망연대의 개선 아이디어가 반영된 경우가 30여 건에 이른다. 앞서 열거한 시청광장 쉼터와 남북로 화단, 버스 LED 번호판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 밖에 재활용품 분리수거함의 색상 통일이라든지 시내버스 정류장의 공공디자인 도입을 주도했다. 체육공원의 시계, 육교의 미끄럼 방지 시설도 희망연대의 아이디어였다. 연말 착공하는 ‘미륵사지 가는 자전거길’ 아이디어는 ‘물이 없는 삭막한 도시’라는 소리를 들어온 익산의 풍물을 확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문종길 교사의 창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국토해양부의 공모사업에서 최우상을 받으면서 국비 10억2000여만원을 타내는 성과까지 올렸다. 공사가 마무리되는 내년 말이면 그동안 방치된 8㎞의 탑천이 자연생태하천으로 거듭난다. 고택·향교와 돌담길이 조화를 이룬 함라의 한옥문화체험 마을, 금강 곰개나루의 오토캠핑장 조성 아이디어도 관광도시 익산의 이미지를 한껏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시민들이 2007년부터 희망연대를 통해 쏟아낸 아이디어는 1068개에 이른다. 이 중 좋은 정책 110개를 골라 익산시에 제안했다. 이한수 익산시장은 “희망연대는 실천적 시민운동의 표본”이라며 “가급적 수용하는 쪽으로, 전향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희망연대는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 익산 지역에서 활동하던 운동권 출신이 주축이 돼 2003년 창립됐다. 이 단체의 임형택(37) 사회창안팀장은 “시민단체 중에 우리 사회의 민주화에 기여한 곳이 많지만 지역주민이 진짜 주인이 되는 단체를 만들자는 데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회원 600여 명이 형편에 따라 월 회비로 1만~10만원씩을 낸다. 의사·교사·공무원·가정주부·학생들이 주축이다. 초기에 담장 벽화 그려주기, 작은 도서관 만들기 등 작은 일부터 시작했다가 3년 전부터 지역사회를 바꿀 만한 굵직한 ‘사회창안 프로젝트’에 나섰다.
아이디어 숙성화 과정이 중요하다. 일반 시민의 참신한 생각이 해당 분야 전문가와 공무원, 지방의회를 거치면서 6단계에 걸쳐 꼼꼼하게 평가를 받는다. 될성부른 내용이면 넣을 건 넣고 뺄 건 빼서 ‘순도’를 높인 뒤 시에 청원을 한다. 시민창안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도 병행한다.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창안학교’, 손수 정책을 만들어 보는 ‘창조스쿨’을 매년 정기적으로 연다. 서포터스는 프로 스포츠 구단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을 연구하고 현장에 가 검증하는 ‘창안 서포터스’ 30명이 활약하고 있다. 시의원들이 주축이 된 ‘사회창안 클럽’도 올해 결성했다. 김정필(43·한의사) 희망연대 대표는 “큰 이슈보다 일반 시민의 눈높이와 필요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익산=장대석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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