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수년 전부터 우리 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와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경영구조의 개선을 서둘렀고, 하나의 방편으로 인력감축과 감축인력의 공간을 대체하기 위한 자동화에 치중하였다. 산업화의 기운이 쇠하고 갑자기 밀어닥친 정보화의 점화 이후 지구촌 일자리 사정은 더욱 악화되었고, 급기야 성장은 있되 고용이 없는 상황으로 치닫더니 이제는 그러한 환경이 아예 고착되어 가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지난 90년대 중반 지방자치제를 실시한 우리나라는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할 것 없이 일자리 만들기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올려두었고, 그 수단으로 기업유치나 외자유치에 치중하였다. 그러나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대세 앞에선 기업이나 외자유치로 일자리를 늘리면서 동시에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란 참으로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많은 정치지도자들은 마치 경쟁을 하듯 하나같이 일자리 만들기 약속을 한다. 결과적으로 가장 실천을 못하는 약속으로 남는 공수표를 남발하게 되지만 그만큼 일자리에 목말라하는 것이 우리의 시름이자 민심이 된 지 오래다. 각종 선거에서는 좋은 일자리 만들기와 늘리기가 이루어질 수 없는 단골공약이 되어 버렸다. 약속을 안 하자니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뚜렷한 밑천이나 기본적인 현황도 모르는 채 약속을 하고 보니 실천 가능성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게 또한 현실이다.
고용노동부를 비롯하여 그간 중앙정부에 의존하던 일자리 창출정책도 지방정부로 점화되었다. 중앙정부에 의존하던 정책이 급기야 지난 2006년에는 지역고용심의회를 만들고 지역맞춤형 일자리창출 지원사업을 실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그렇지만 그러한 지역고용 정책들은 적은 예산규모로 구호에만 머물렀다.
우선 시장지향형 일자리를 찾고 만들기란 공공의 영역을 한참 벗어난다. 특히 중앙정부도 아닌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지역 기업들의 몫이 큰 것이다. 공공영역의 시장성 일자리 정책은 창업 장려를 비롯한 지역의 산업정책 강화와 산업육성 외에는 별 방도가 없다. 그런 와중에 몇 년 전부터 정부는 지방보다는 수도권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 붓는다.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다소간의 비시장적 요소가 있지만 공익성과 공공성이 크고 지역의 토속과 전통자원을 활용하면서 정체성을 살리는 지역에서의 일자리 만들기 수단들도 한계에 봉착하기 일쑤였다. 지역에서의 일자리 만들기가 힘든 이유들이다.
이런 가운데 고용노동부에서는 고용부문의 정책과 환경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다 줄 하나의 시책을 발굴하여 시행하려 준비하고 있다. 이른바 ‘일자리 공시제’라는 정책이 그것이다. 일자리 공시제란 자치단체장이 그 지역의 주민들에게 임기 중에 추진할 일자리의 목표와 수단과 대책을 제시(공시)하고, 중앙정부는 지자체의 일자리 대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컨설팅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각종 일자리 만들기 사업에 대해 다양한 주체들이 연계·협력하여 추진하도록 하며 결과적으로 그 추진성과를 확인하고 공표하는 등 이른바 지역고용 활성화 전략이다.
현재까지 전국 16개 시·도와 195개의 기초자치단체가 참여하고 있고, 우리 지역에서도 경남도를 비롯하여 15개 시·군이 자율적으로 참가하면서 자기 지역실정에 맞으면서 더 좋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계획을 입안하고 또한 공시를 서두르고 있다. 일자리 만들기 공시를 위한 계획안에는 해당 지역의 시장구조와 현황과 특징을 상세하게 분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어떤 군 지역의 산업 및 노동시장 구조는 제조업이 아닌 1차산업과 관광산업 중심이면서 고령화로 인력의 수급과 운용이 매우 어려운 실정인데도 제조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면 실천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일자리 공시제는 해당 자치단체장이 내건 공약을 걸러서 지역 주민들의 공감대를 얻으면서 동시에 실효성을 높이는 역할도 병행한다.
일자리란 사람에게 소득을 발생시킬 수 있는 일로서 직업이나 직장을 의미한다. 일자리는 고용에 비해 보다 넓은 개념이다. 반면에 고용은 기업(사용자)이 임금(급료)을 주고 근로자를 취업시키는 것으로 일자리의 협의적 개념이다. 고용이 시장지향성에 가깝다면 일자리는 공익성과 공공성 그리고 사회적 안전망까지도 포함하게 된다. 우리 지역에서의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고 더 좋게 다듬는 일이야말로 사회통합으로 인권을 신장하고 복지를 증대하면서 지역경쟁력을 제고하는 첩경이다.
일자리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 만나는 접점이자 생산적 복지의 정점이다. 일자리 공시제의 이해와 실천에 관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