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지역에 농민운동과 소년운동의 역사를 담은 뜻깊은 기념비가 잇따라 세워졌다.

진주시 농민회와 가톨릭농민회 마산교구연합회가 공동으로 15일 오전 진주시 금산면에 있는 가톨릭농민회 연수원에서 농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농민운동기념비 제막식을 가졌다.

연수원 앞마당에 세워진 농민운동기념비는 가로 3.5m, 높이 3m 규모이며, 뒷면에는 진주지역 농민운동의 발자취와 기념비 건립에 도움을 준 기관·단체와 개인의 명단 등이 새겨져 있다.

이 비문에는 진주지역 농민운동이 지난 1976년 가톨릭농민회 경남협의회의 결성으로 조직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쌀값 제값받기와 농협 민주화활동을 중심으로 활발히 일어났다는 기록이 새겨져 있다. 아울러 1979년 규산질비료 강매시정운동, 1982년 진양협의회 부당 을류농지세 시정운동, 1983년 관방분회 수세현물납부운동, 1985년 불량종자피해보상운동, 고성·진주 소몰이 시위 등은 운동 과제와 투쟁을 전국으로 확산하는 기폭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15일 오전 진주시 금산면 가톨릭농민회 연수원 앞 마당에서 진주 농민운동 기념비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장명호 기자

가톨릭농민회 마산교구연합회 정현찬 회장은 15일 "가톨릭농민회 경남협의회는 오랜 군부 통치 시대에 온갖 탄압 속에서도 농민의 존엄과 농촌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온몸으로 맞서왔다"며 "농민회 동지들의 땀과 눈물이요, 지역 농민운동을 이어온 힘이고 역사"라고 말했다.

또, 그는 "농민운동기념비를 세우게 된 것은 어렵게 지켜온 지난날의 성과를 이어받아 발전시키고, 오늘날 또 위협받고 있는 식량주권과 민주주의를 지켜나가기 위한 약속이고 다짐"이라며 "이번 제막식은 단순히 농민운동기념비를 세우는 것을 넘어 지역의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모으는 자리다. 그 의미를 더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사단법인 진주문화사랑모임이 진주 교육지원청 내에 세운 '우리나라 소년운동 발상지 기념비'. /진주문화사랑모임

지난 10일에는 사단법인 진주문화사랑모임(이사장 리영달·진주문화원 전 원장)이 우리나라 소년운동의 발상지를 널리 알리고 나라사랑 정신을 후세에 물려주려고 진주 교육지원청 내에 '우리나라 소년운동 발상지 기념비'를 세웠다.

진주문화사랑모임이 2007년 역사의 도시 진주에서 1920년 우리나라 소년운동이 제일 먼저 일어난 것을 기념하려고 기념비를 세우기로 결정하고 자치단체 예산 1000만 원과 회원 회비 500만 원을 들여 3년 만에 완공한 기념비다.

1920년 8월 진주서 조직된 '진주소년회'가 1923년 소파 방정환 등이 어린이날을 제정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또 진주 출신의 강영호·고경인 씨 등은 어린이날 제정에 직접 참가하기도 해 명실공히 진주가 우리나라 어린이 운동의 발상지라는 사실을 리명길 이사장 등이 오래 전부터 시민들에게 알려왔다.

하지만 시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2007년부터 진주문화사랑모임에서 진주 소년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널리 알리려고 마련한 세미나 등으로 지역의 뜻있는 인사들의 호응을 얻어 이번에 결실을 보게 됐다.

기념비 앞면에는 진주가 소년운동의 발상지임을 증명하는 당시 동아일보 기사와 1921년 3월 27일 독립만세 운동을 벌이려다 진주 제2보통학교(현 진주봉래초교) 3학년이던 강민호 등 8명이 체포돼 실형을 선고받은 사실 등을 기록했고, 뒷면에는 소년운동 선구자 강영호 선생의 약력을 소개하고 있다.

리영달 이사장은 "암울했던 일제시대에 미래 주인공들인 소년들에게 나라사랑 정신을 심어 주려고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소년 운동의 불을 지핀 곳이 바로 진주"라며 "진주문화사랑모임은 그동안 김시민 장군 공신교서 반환, 신현수 선생 송덕비 이전 등 뜻깊은 사업들을 해왔고 이번 기념비 건립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했다"고 밝혔다.

정재옥 사무국장은 "진주가 소년운동의 발상지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하지만 기념비 건립은 시작에 불과하며 이를 계기로 기념사업 등을 펼쳐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