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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미끼상품’으로 고객 유인 ‘속보이는 상술’
두 얼굴의 대형마트 ③ 최저가격의 불편한 진실
창원의 한 대형마트 매장 입구 가장 눈에 잘 보이는 곳에 계절과일인 귤이 전시·판매되고 있다./전강용기자/
저마다 ‘최저 가격’임을 내세우는 대형마트. 과연 모든 제품이 저렴할까?
마트 업계 간의 경쟁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큰 의미가 없다. 이들 간의 가격차이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마트끼리가 아닌 전통시장과 비교하면 가격차이는 확연하다. 공산품에서야 대형마트가 저렴하겠지만 농수축산물은 그렇지 않다. 해마다 설과 추석 명절 차례용품에 대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비교 조사에서 전통시장이 훨씬 저렴하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식품은 전통시장이 훨씬 저렴= 중소기업청 산하 시장경영진흥원이 경남을 포함해 전국 16개 시도, 25개 지역의 전통시장과 인근 대형마트의 추석 차례용품 가격을 비교한 결과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평균 20.6%나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결과 올해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 데 전통시장에서는 평균 16만6458원이 드는 반면 대형마트는 평균 20만9557원이 들어 4만원 이상 저렴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생육과 채소, 임산물 등 총 25개 품목을 조사했으며, 이 중 79%에 달하는 19개 품목에서 전통시장이 가격이 싼 것으로 확인됐다.
송편, 두부 등 기타 품목의 전통시장 판매가격이 대형마트 대비 37.3%로 가장 저렴했고, 생육(21.9%), 채소·임산물(20.3%), 선어류(15.8%) 등 순으로 대형마트보다 가격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 차례용품 비용도 마찬가지. 시장경영진흥원이 전국 36개 전통시장·동일상권에 포함된 대형마트의 설 차례용품 22개 품목에 대한 가격비교 조사를 한 결과 4인 가족 기준으로 올해 설 차례상을 차리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전통시장이 평균 17만1751원인 반면, 대형마트는 평균 21만5011원으로 전통시장이 약 4만3000원가량(20.1%)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사리 등 채소·임산물 평균가격은 전통시장이 2만6633원으로 대형마트 3만9988원에 비해 33.4%나 저렴했고, 쇠고기·돼지고기와 같은 생육은 23.3%, 조기·동태포·황태 등 어류는 15.9%나 저렴한 것으로 조사되는 등 전체 22개 품목 중 19개 품목에서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끼상품= 가격차이가 나는데도 많은 소비자들이 대형마트를 찾는 것은 쇼핑 편리성 때문도 있겠지만, 대형마트가 저렴하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경우 전단지를 없애긴 했지만, 대형마트가 매주 뿌리는 전단지에 나오는 상품 대부분은 ‘미끼상품’이다. 영어로는 loss leader. 원가 이하로 판매되는 손실(loss)을 통해 다른 상점에 비해 앞서나간다(leader)는 의미다.
즉 소비자들에게 다른 모든 상품이 저렴하다는 인식을 줌으로써 마진율이 좋은 다른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일부 상품을 원가 이하로 판매해 고객을 유인하는 것이다.
이들 미끼상품은 통상 한정 상품으로 선착순 판매가 특징이다. 전단을 보고 매장에 가면 이미 다 팔렸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고객들은 물건이 동나면 같은 품목의 다른 상품을 사거나, 혹은 계획에 없던 쇼핑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지출이 많아지는 셈이니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미끼상품으로 잃는 손실분을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는 것이다. 마케팅에서는 사려는 물건이 없어도 구매하는 심리를 ‘일관성의 법칙’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계절 과일, 비싼 상품이 ‘미끼’= 수박처럼 계절을 상징하는 큰 과일도 대표적인 미끼상품이다. 이런 상품은 특히 고객들이 들어오는 입구 쪽에서 판매를 함으로써 고객들에게 ‘싸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 참외와 귤 등 크기와 색상이 눈에 띄는 과일이 미끼상품이 된다.
대형마트는 미숙과를 조기 대량 매입·판매함으로써 가격경쟁력을 갖지만 맛에서는 도매시장 과일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소비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올해 김장비용. 대형마트는 경쟁적으로 ‘배추’를 전면에 내세워 저렴하다는 것을 홍보한다. 바로 배추가 미끼상품이 되는 것이다. 그나마도 물량이 제한적이고, 행사도 일시적이다.
행사기간에만 배추가 저렴할 뿐 김장 관련 상품이 모두 싼 것이 아니다. 기획재정부 허가 전문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협회의 조사결과는 대형마트의 ‘최저 가격’ 홍보가 허상임을 보여준다.
물가협회는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인천·수원 등 전국 7대 도시 전통시장 9곳과 대형마트 9곳을 대상으로 김장용품 15개 품목(배추 16포기, 무 11개 등)에 대해 일제 가격조사를 벌인 결과 배추는 2.5kg 한 포기당 전통시장은 2730원이었지만, 대형마트는 3170원으로 16.1%나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무(1.5kg)도 전통시장이 1910원으로 대형마트 2430원에 비해 27.4%나 저렴했다. 알타리무는 52.2%, 쪽파는 93.1%, 미나리는 92.0%나 저렴했다.
15개 품목을 합한 올해 김장비용도 전통시장이 23만5780원인데 비해 대형마트는 30만5830원으로 7만원이나 차이가 발생했다. 대형마트가 41.8%나 더 비싼 것이다.
경남소비자단체협의회 윤성현 사무국장은 “묶음상품, 끼워 팔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소비자들이 이를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대형마트이다”며 “소비자단체 조사결과 실제로는 비싼 경우도 있는 만큼 대형마트의 홍보내용이나 가격표시를 무작정 믿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윤 사무국장은 “소비자들도 꼼꼼하게 가격비교를 해 현명한 소비를 해야 할 것이다”고 당부했다.
경남일보 / 2010.11.16 / 차상호기자 cha83@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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