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통합관리망 효율성이 던진 질문
최승우(좋은예산센터 예산 전문 활동가)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이하, 사통망)이라는 것이 있다. 이게 무엇에 쓰는 물건이냐 하면, 2009년 6월 14일 서울경제, <복지사업 ‘대수술’ 159개로 통폐합>에서 그 시작을 알 수 있다. 2009년 6월 11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대책회의 논의에서 ‘사회복지 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종합대책’에서 “2009년 9개 부처가 수행하는 249개 복지사업을 159개로 줄이는 방안을 토대로 지원 대상과 내용이 비슷한 146개 사업의 자금․집행체계를 일원화하고 서비스 범위, 지원기준, 전달체계 등을 통합해 56개 줄이는 것을 그 주 내용으로 한다.”는 계획이 마련된다. 이를 바탕으로 복지부는 “복지사업 수 증가와 사업 세분화에 따른 수혜자의 혼란과 불편, 중복수혜, 수혜자 간 형평성 저해, 집행기관의 과도한 행정부담 등 비효율성을 개선해 수혜자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는 데 역점을 둘 계획”을 밝히고, 정부는 보건․복지 서비스의 개인별․가구별 통합관리를 위해 사통망을 2009년 말쯤 구축하게 된다. 정부의 사통망 구축은 대상자별 누락, 중복 모니터링 등 사후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수급자의 자격변동 파악의 용이성과 담당 공무원의 부정행위 차단효과 및 부정․중복수급 등 비리 차단의 필요성 때문으로 보인다. 아울러, 사통망의 구축에 따라 이전까지 보건․복지 수급자의 적격여부를 15종(10개 기관)의 자료만으로 가리던 것에서 소득․재산과 서비스 혜택 이력 자료 218종(27개 기관)을 개인과 가구별로 통합하여 적격여부를 가리게 된다.
사통망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은 2011년 3월 28일 파이낸셜뉴스, <사회복지통합관리망 성과와 과제/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에서 들어보면, “이명박 정부는 초기부터 보건․복지 전달체계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고 이의 결정체가 바로 사통망의 구축이다. 사통망은 통합행정 전산망의 구축 차원을 넘어서 기존 행정 공급자 중심의 관리구조를 개인별․가구별 수요자 중심의 관리구조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수요자 중심으로 정보를 모으게 되면 사회복지 급여의 중복과 누락 현상의 대부분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전달체계의 혁명에 가깝다. 국세청, 건강보험공단 등 27개 기관의 200여종에 이르는 공적자료가 연계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됨으로써 전국의 사회복지 업무가 통합적으로 관리 가능하게 된다.”고 사통망의 효율성을 높게 평가한다. 또한, “사통망은 급여 결정 및 지급에 필요한 시간을 더욱 단축하고 공무원의 임의적인 행정처리를 줄임으로써 이전 체계에서 가능했던 횡령 사고를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전달체계의 개선은 궁극적으로 복지 체감도를 제고시킬 뿐만 아니라 부정수급 방치에 따른 국민의 복지 불신을 획기적으로 감소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힌다.
여하튼 사통망의 구축과 그 활용에 따라 보건․복지에 있어 인프라의 구축에 따른 효율성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은 문제는 사통망의 그 효율성을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것이다. 현 이명박 정부에서 사고한 사통망의 효율성은 복지 급여의 부정 수급 문제의 차단인 것으로 생각된다.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의 “복지는 신뢰의 기반 위에서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하다는 점에서 각종 부정․중복 수급 문제의 해소를 포함한 투명성 확보는 매우 긴요한 과제”라는 발언과 2009년 6월 14일 당시 권태신 국무총리 실장이 ‘사회복지 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종합대책’ 구축과 관련되어 “이번 종합대책은 공무원의 횡령과 부정․중복 수급을 방지하고 국민의 세금인 복지예산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힌 것에서 알 수 있다. 또한, 현 이명박 정부의 우려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원희목 한나라당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2월부터 2010년 8월 두 차례 사통망을 활용해 복지 대상자를 확인한 결과, 정부의 복지예산을 가짜로 타먹은 사람은 17만9,663명이며, 그 금액은 연간 3,288억 원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2010년 우리 정부의 복지예산은 약 81조2,000억 원이라고 할 때, 0.4%의 복지예산을 가짜 수급자들이 타 먹는 것이다. 정말 아주 매우 큰 낭비가 아닐 수 없으며, 복지예산의 0.4%를 놓치지 않고 효율성을 향상시키려는 꼼꼼하고 촘촘한 그물망 같은 복지 관리의 효율성에 경이를 표한다. 물론 현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효율성의 방향이 잘 못 되었다는 것은 아니며, 복지예산의 낭비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도 분노하고 효율성의 향상에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사통망의 역할이 단순하게 보건․복지 예산 중 개개인의 비리를 방지하고 적발하는 것에만 한정하는 효율성은 동탁이 사수관을 지킬 장수를 뽑을 때, 여포가 나서려고 하자 화웅이 손견을 닭에 비유하여 우도할계(牛刀割鷄,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다)라는 말로 자신이 출전한 것과 비슷한 모양이라 할 것이다.
2011년 7월 19일 한국일보, <기초수급자 탈락 통보에 노인들 잇단 자살>을 보면, “2011년 6월 12일 충북 청주 64세 조모씨가 30년 전 부인과 이혼한 뒤 연락이 끊긴 자녀의 소득이 드러나면서 수급자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고 연탄불을 피워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하였으며, 경남 남해군 74세 윤모씨는 딸 5명의 소득이 드러나면서 수급대상자에서 제외되어 복지시설 무료 이용에서 80만 원의 본인부담이 발생하게 되자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을 볼 수 있다. 이 모두가 사통망 개통으로 소득․재산조사가 꼼꼼해 지면서 탈락자들이 예년보다 늘어나면서 발생한 문제들이다. 여기서 버럭 화를 내면서, “능력 있는 분들이 본인이 부담을 해야, 정말 능력 없는 분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 아니냐”는 반문도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2011년 7월 22일 한겨레신문, <‘기초수급자 기준완화’ 외치면서 … 10만명에 급여중단 통보>에는 “부양의무자는 기초생활 수급자의 1촌 직계와 그 배우자를 가리키며,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려면 소득인정액(소득과 재산 등을 합쳐 환산한 금액) 기준과 부양의무자 기준을 동시에 총족하여야 하는데, 부양의무자 기준을 충족하려면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없어야 한다.”고 한다. 문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2010년 3월 낸 자료에 “전체 비수급 빈곤가구 중 54.5%가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처럼 부양의무자 기준이 너무 엄격한 탓에 생계․주거 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빈곤층’이 많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복지부는 최근 소득기준 완화 방침을 내놓는데,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을 최저생계비의 130% 이상에서 185% 이상으로 올려 ‘사각지대 빈곤층’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 기준에 따라 계산해보면, “2010년 최저생계비가 2인 가족기준 85만8,747원, 4인 가족기준 136만 3,091원이라고 할 때, 1촌 직계와 그 배우자가 최저생계비의 185% 2인 가족의 경우 약 1,588, 682원, 4인 가족의 경우 약 2,521,718원의 소득이 있게 되면, 수급자격이 박탈되거나 급여 삭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절박한 빈곤에 의해 생계 및 주거 등에서 일상적으로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개인들의 대부분은 이미 가족이 해체되어 버린 상황을 경험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가족의 사적 부양의무가 불가능한 분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2011년 7월 22일 한겨레신문, <“딸 14년간 못봤는데, 사위가 소득 있다고…” 기초수급자 급여 삭감 분통>을 보면, “서울 서대문구 63세 김모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매달 43만원 받아 생계를 꾸려왔는데, 2011년 6월부터 8만원 줄어든 35만원이 입금되었는데, 그 이유가 딸이 고등학교 1학년이던, 1998년 IMF 구제금융에 부도를 맞아서 빚 독촉에 집을 나와 가족과 헤어졌는데, 13년 동안 못 보았던 딸이 결혼을 해 사위의 소득이 발생하였기 때문이다.”고 한다. 서울 서대문구 63세 김모씨가 8만원을 더 받기 위해서는 정부에 김모씨와 딸의 가족관계 단절을 입증해야 한다. 대다수의 빈곤에 의해 가족이 해체된 분들에게 사통망의 효율성을 위해 가족관계 단절을 입증하라는 것은 너무 잔인한 이야기이다. 다시 기사에 따르면, “정부가 겉으로는 ‘복지 확대’를 내세우면서도, 뒤에서는 사통망을 활용해 수급자를 걸려내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으며, 사통망을 바탕으로 더욱 엄격해진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해 급여 중단을 통보받은 사람들은 2011년 7월 현재 10만3,000여명에 이르며, 급여 삭감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 같다.”고 한다.
사통망은 보건․복지에 있어 중요한 인프라이지만, 사통망이 우리 사회의 빈곤으로 인한 가족 해체를 방지하고 차단하고 해결할 수는 없다. 사통망을 이용해 복지예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0.4%의 효율성을 위해 합리적인 보완책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막무가내로 우리 사회의 빈곤층의 가슴을 후벼 파는 행정과 정책이 무조건적으로 정당성을 가질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 사회의 어떤 전문가는 나를 포함해 우리 모두에게 비용편익 분석을 통해 사통망의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일부 빈곤층의 아픔과 희생으로 우리 사회가 지불하는 비용대비 편익이 높다는 분석을 이야기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 소망은 그 이야기에 우리 사회가 동의하지 않기 바랄 뿐이며, 그건 너무 슬픈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