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복지를 둘러싼 환경 변화
지방자치가 발전하면서 지역맞춤형 복지정책 실현이 요구되고 있다. 사회복지의 주요 정책 방향 또한 격리된 수용시설 중심의 보호에서 주민이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지역사회서비스, 재가복지서비스로 전환되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2005년부터 시작된 사회복지사업의 대거 지방이양으로 지역복지서비스 공급자로서 지방정부의 역할이 점차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사회복지서비스의 관리 및 공급주체 역시 지방으로 이동하고 있다. 시·군·구마다 ‘지역사회복지계획’ 수립이 의무화되어 2007~10년(4개년)까지 제1차 지역사회복지계획이 시행되었으며, 현재는 2011~14년에 이르는 제2차 계획이 제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지역사회복지계획을 심의하고, 사회복지기관들 간의 민관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시·군·구 지역복지협의체 역시 2005년부터 구성되는 등 복지사업에 대한 기초자치단체의 책임이 예전에 비해 강화되고 있다.
지역주민의 요구에 부응한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이라는 지역내적 요인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사업의 지양이양이라는 외부요인 등이 더해져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간에 지역에서 복지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하게 되면서 지역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는 권리 및 책임도 과거에 비해 상당히 커진 상황이다. 이를 잘 활용하여 보다 적극적인 복지정책을 지역차원에서 마련하고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복지정책의 기본 밑바탕인 지역복지예산을 볼수 있어야 한다.
들어가기에 앞서 잠깐 요약하자면, 지자체의 복지예산은 ‘사회보장비’로 분류되며, 총 8개부문으로 나눠진다. 8개부문은 기초생활보장, 취약계층지원, 보육가족 및 여성, 노인청소년, 노동, 보훈, 주택, 사회복지일반이다. 그동안 노동, 주택부문은 사회보장비 부문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으나, 지방예산체계가 새로이 변하면서 사회보장비로 새로 포함됐다. 이러한 지자체의 복지예산이 어느 부서에서 집행되는지는 각 지자체마다 다르다. 부서명도 지자체마다 다르고, 똑같은 사업이라 해도 행정편의에 따라 부서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복지예산 많다고 복지 잘하는 거 아니다
현재 대부분의 사회복지사업은 국고보조사업으로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매칭펀드로 진행된다. 그러나 지역간 재정자립도 및 재정자주도의 격차가 매우 큰 상황에서 일부 지자체는 지자체의 재정지출 부담 때문에 국고보조금사업 신청시 규모를 축소할 여지가 있다. 이는 기초생활보장제도처럼 전국적으로 균등하게 보장해야 할 국민생활 최저선과 관련한 사럽 진행시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기초보장제도 예산의 매칭펀드 비율을 보면 서울은 50%, 그 외 지역은 80%를 중앙정부에서 지원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낙후한 지역은 재정자립도가 낮은데 반해 빈곤층은 많다. 재정자립도가 광역시도중 가장 낮은 전남의 경우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비율이 전국평균에 비해 두배 이상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에 따라서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지방비 부담액이 전국 상위를 차지하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일부 지자체는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수급자격심사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하거나, 적극적인 수급자 발굴 노력을 소홀히 할 수 있다. 또한 재정이 부족한 지자체의 독자적인 복지사업 예산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며, 전체 주민에 대한 복지서비스의 축소 역시 가져오게 된다. 중앙위임사무에 대한 매칭펀드로 발생하는 복지예산이 지자체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지역의 복지예산이 높다고 복지수준이 반드시 높은 것은 아니다. 즉 지방의 복지예산과 복지마인드가 정비례하지는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지역자체사업으로 시행되는 복지사업을 봐야 한다
지방의 복지수준을 보려면, 일괄적으로 시행할 수 밖에 없는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사업비보다는 지방의 자체 복지사업 내용을 봐야 한다. 지방자치라는 이름에 맞게 지역특성을 반영한 주민밀착형 자체 복지사업이 얼마나 있으며, 어느 정도 내실있게 추진되고 있는지 검토해봐야 한다. 그동안 지자체는 중아에서 정해진 국고보조사업 위주로 복지사업을 추진해왔으며, 이에 E라 대부분의 지자체는 독자적인 복지정책을 수립할 만한 정책역량과 경험을 축적하지 못한 상태다. 때문에 지방의 복지사업은 자자체 특성을 살리거나, 자율적인 복지역량을 키우는 데로 발전하지 못했다. 이를 반영하듯 대부분의 지자체는 자체사업으로 시행하는 복지사업 및 예산의 규모가 매우 적으며, 사업내용 역시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필자가 분석했던 한 자치구의 경우 전체사업 중 국고보조사업이 연도별 평균 75%를 차지하고 있어 자체사업은 평균 21%에 불과했다. 자체사업중에서도 절반가량이 사회복지와 거리가 먼 보훈예산으로 편성되어 있어 순수 사회복지 자체사업비는 11% 수준이었다. 다른 지역과 달리 특색있게 외국인 지원 관련사업을 진행하고 있었으나, 1년 예산이 60만원에 그치기도 했다. 자체사업을 볼 때는 사업시행 여부만이 아니라, 예산규모도 봐야 한다는 반증이다.
지방이양된 사회복지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봐야 한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의욕있게 추진진한 지방분권과 정책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재정분권이었다. 2005년부터 국고보조사업을 정비해 지방이양이 추진되었는데, 보건복지부 소관 국고보조사업 138개 중 67개 사업이 지방으로 이양됐다. 대부분의 사회복지사업이 국고보조사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국고보조사업을 정비하겠다고 했을 때 필연적으로 사회복지사업이 주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선이야, 후대책이라는 미명하에 이뤄진 사회복지사업의 대거 지방이양은 각종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었는데, 대표적으로는 ‘결식아동 도시락 지원사업’중단사태, 신규 복지사업 회피 및 복지사업 축소등이 그것이었다.
이를 보완하고자 지방교부세법을 개정해 ‘분권교부세’를 신설했으나, 증가될 예산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으며, 이 역시 기존 재원의 88%만 보존해주는 방식을 취했다. 때문에 신규사업이거나 기존 사업의 확대시에도 예산추가부분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2010년 국회 예산결산측별위원회 자료(2009년도 결산검토)에 따르면 분권교부세가 2005~09년까지 5년가 41.3%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지자체 부담액은 168.2%증가해 지자체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한다.
신규 재정수요에 대한 고민없이 분권교부세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이양 복지사업의 원활한 집행을 위해 한시적으로 분권교부세율을 상향조정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정부 들어 추진된 감세정책으로 인해 지방재정 확충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는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부분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지방의 복지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 3월 사회복지세법 제정안을 발의해, 총 15조원 가량의 세수를 거둬 복지확대목적으로만 쓰되, 이 중 7조원의 예산을 지방의 복지예산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사회복지 인력양성 및 지원이 제대로 되지 있는지 봐야 한다
사회복지 전담공무원 인건비, 사회복지기관 종사자 인건비 등 역시 지방이양되어 지방의 주요업무가 된 상황이다.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의 사회복지 전달체계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사회복지 전담공원 1인당 담당하는 기초보장 수급가구는 평균 122가구로 나타나며, 인구대비 복지분야 공무원 현원도 12,300명으로 1인당 담당인구가 3,919명이다. 영국의 경우 1인당 담당인구가 284명이며, 호주의 경우 806명이다. 현재 사회복지 담당공무원의 업무량이 과중하여 복지대상자의 적극발굴 및 전문적 복지서비스 제공이 힘든 상황이다.
사회복지사업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복지종사자들의 노동조건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며, 그나마 자원봉사란 명목으로 민간에 계속 떠넘기고 있다. 이로 인해 복지종사자들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며, 이는 곧바로 복지사업의 전반적 질 하락과도 연결된다. 지역복지의 질을 높이기 위해, 사회복지 인력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종사자 처우개선을 위한 예산이 적절히 확보되어 있는지 함께 봐야 한다. 사회복지의 핵심은 양질의 사회복지 인력확보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기능을 복지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복지선진국인 스웨덴의 경우 기초자치구 289개의 주요기능이 주민에 대한 복지서비스 제공으로, 기초자구의 예산의 70%이상을 주민복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분에 쓰고 있다. 우리나라 지자체 역시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복지기능을 주된 속성으로 삼아야 한다. 즉 지자체는 지역 특성에 따른 복지서비스(혹은 공공서비스) 제공자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존재해야 하며, 질 높은 복지서비스를 지역주민들에게 편리하고 안전하게 제공해주기 위해 향후 재정, 행정등 전반적인 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지방의회의 전문성과 활동을 대폭 강화해 지자체장이 전횡을 휘두르지 않고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지방의 복지주체 형성이다. 기존의 지역사회 의사결정 과정을 보면, 공무원등 공식적 결정자 외에도 지역의 토호세력들이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다. 지방분권 혹은 지방자치로 인해 지방의 정책결정 권한이 확대되어가는 측면은 바람직할 수 있으나, 지역의 기득권 세력들을 견제감사하지 않으면 결국 지역사회 복지확대라는 것도 일부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의 이윤창출 수단에 불과하게 된다. 따라서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에 의해 주요정책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속에서 지방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고, 이를 통해 복지확대를 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민사회 복지네트워크가 만들어져, 지역주민들의 일상생활 과제들을 개발하고 이슈화하며, 적극적인 문제제기 및 대안마련을 통해 지역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복지의 지방분권화는 사회복지분야에 대한 정부의 재정투자를 축소시키고, 지역간 사회복지 불균등을 초래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사회복지 분권화에 따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문제점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는 지방의 복지역량을 확대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좌혜정/진보신당
정책연구위원/left95@hanmail.net [월간 좋은예산에서 가져온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