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지방선거를 통해 민선 5기 지자체를 이끌고 있는 단체장 가운데 적잖은 수가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당선의 영광을 얻었지만 ‘선거법 위반’의 족쇄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공안부에 따르면 지난 7월말 6·2 지방선거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사건은 2900여건에 달했고 이 가운데 758건이 기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단체장 당선자 228명 중 56명이 검찰 수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지방선거 위반사범에 대한 재판진행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1,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은 단체장도 나오면서 재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곳도 있다.

◆민선5기 출범 2달만에 재선거 분위기 = 광주·전남지역에선 전주언 광주 서구청장의 진퇴가 관심을 끈다.

전 구청장은 지난 1월 승진인사를 앞두고 구청 간부를 통해 승진 대상자 2명으로부터 각각 3000만원과 2000만원을 건네받고, 공무원들을 동원해 당원 1300여명을 모집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에선 뇌물죄과 관권선거 모두 당선 무효형을 선고 받았었다.

전주언 구청장은 최근 열린 항소심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전 구청장은 지난 5일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사퇴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 구청장이 8월 중에 공식사퇴할 경우 광주서구에선 오는 10월27일 재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울산에서도 단체장 재선거 실시가 유력시 되고 있다. 여론조사 비용 명목으로 지역언론사에 돈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조용수 울산 중구청장과 정천석 동구청장이 1, 2심 모두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았기 때문이다.

전북에선 윤승호 남원시장의 재판이 이목을 끈다. 윤 시장은 상대후보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죄가 적용돼 관심을 끈다. 이무영 전 국회의원이 선거토론회에서 상대후보에 대해 허위사실을 주장했다가 낙마한 전례가 있어 지역정가의 관심을 사고 있다. 12일 첫 공판이 예정돼 있지만 지역에서는 재선거를 준비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재보궐 선거비용 주민에게 떠넘겨 = 경북에선 5명의 기초단체장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또다른 2명의 단체장은 선거법 위반이 아닌 개인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성무용 충남 천안시장은 공무원 선거개입 사건으로 11일 기소됐다. 유상곤 서산시장은 자원봉사자들에게 현금과 음식물을 제공한 혐의을 받고 있고, 김세호 태안군수는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이미 2차례 검찰에 소환되기도 했다.

이밖에 김생기 전북 정읍시장이 금품제공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구형 받은 상태고, 김충석 전남 여수시장은 지지자들이 금품제공 혐의로 구속돼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출범 2달만에 단체장이 수사선상에 오르내리면서 해당 지자체의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지자체의 핵심 정책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고 공무원들의 동요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광주 서구청의 한 직원은 “단체장 부재에 따른 매뉴얼이 있지만 정책의 책임성 측면에선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재선거가 실시되면 그만큼의 행정공백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염려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실시되는 재선거 비용도 지자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뜩이나 지방재정 축소로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안 써도 되는’ 추가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민선 4기에는 기초단체장 중도하차로 모두 6번의 재·보궐 선거가 실시돼 모두 185억7900여만원의 선거비용이 추가로 소요됐다. 광역·기초의원을 다시 뽑는데 들어간 239억2979만원을 포함해 지방 재·보궐 선거로 낭비된 혈세가 425억여원에 달한다.

전주 이명환 광주 방국진 대전 김신일 대구 최세호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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