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log.daum.net/bulyak/127에서 퍼온 글
국가의 주체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국민이다. 언제나 통일된 목소리를 낼 수만은 없는 건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정부와 지도자는 그 다양성에서 공통점을 찾아내고 국민을 통합하고 이끌 도덕적 힘과 노력과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특히 요구되는 지도자의 덕목이 소통의 리더십이란 말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그런데 자꾸 과거에서 답을 찾으려는 이들이 있다. 다양한 시각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국민에 대해 일부 권력자들이나 신문, 보수단체(진짜로 수준 있고 멋진 보수의 이름을 붙일만한 단체가 과연 몇이나 있는지 의문이지만)가 보이는 반응에는 두 가지 인식의 오류가 작동하며 그 오류는 치명적이다. 반정부 비판을 국가체제를 비판하는 반체제로 확대하는 무지한 오해, 남북문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유연하고 진보적인 태도를 보이면 친북 빨갱이로 인식하는 거의 폭력에 가까운 집착, 그리고 그 두 가지의 치명적인 오류에는 항상 이런 등식이 따라 붙었다. 정부비판 = 반국가 매국노, 정부비판 = 친북 빨갱이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 발표에 합리적인 의문을 가진 이들은 한반도의 평화를 걱정하기에 나선 것이다. 과거 공들여 쌓아온 남북 평화공존의 기조를 서툴게 뒤흔들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 게 이 정부 아니던가? 이번에도 경솔한 점은 없는지, 그래서 참여연대는 더욱 신중한 판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유엔안보리에 보낸 것인데 단순한 외형적인 구조만을 놓고 '반국가 매국노'와 '친북 빨갱이' 로 몰아가는 동맥경화적인 인식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어뢰설계도 조차 엉뚱한 것을 제시하며 불신을 자초한 정부는 충분한 근거 있는 문제를 제기한 시민과 전문가를 허위사실 유포죄와 국가보안법으로 겁박하고, 이럴 때마다 등장하는 나라사랑 보수단체들은 규탄집회로 뒷받침을 한다. 참여연대 사무실 앞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사무실에 진입하기 위해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니 대다수 국민들이 혐오하는 쇠파이프 폭력시위대와 다를 바가 어디 있나. 사실 그들 단체들에겐 '보수' 보다는 '극우'라는 표현을 붙이는 게 더 어울릴 것이다.
정부 정책을 비판한다고 애국심이 없는 게 아니며 반국가인 것도 아니다. 비록 남북문제일지라도 정부정책에 동조하는 자들만이 애국자인 것도 아니다. 진정한 애국자는 권력의 힘에 불이익을 당할 위험을 무릅쓰고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용기를 가진 자들이다. 정부에 대한 비판을 자유민주주의 질서 파괴와 동일시 하는 무지한 오류는 이제는 사라질 때도 되지 않았는가.
참여연대가 보낸 서한이 남북의 치열한 외교전쟁에 혹 찬물을 끼얹는 결과였더라도 정부의 주장이 옳았다면 국제사회를 설득해서 우리의 정당성을 확인시키는 게 진정한 외교적 역량 아닌가. 시민단체의 서한 때문에 정부의 주장이 뿌리 채 흔들린다면 그 주장의 근거가 빈약한 때문이다.
정부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설득하고 화합과 통합의 정치를 펴는 것이 민주주의국가의 통치자가 지녀야 하는 정치력이자 덕목이라는 지적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절실하다. 정부비판을 바라보는 인식의 치명적인 오류는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며 소멸된 것이라 믿었는데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듯한 행태가 반복되면서 현실의 걱정으로 국민 가슴을 무겁게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