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정 조기집행 등에 필요한 자금을 미리 당겨 쓰기 위해 한국은행에서 빌려 쓴 돈이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섰다.
예산 조기집행은 이명박정부 들어 경기부양 등을 위해 목표액을 정해 상반기에 빨리 집중적으로 집행하는 것으로 2009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도 배정된 예산 271조3000억원 가운데 165조4000억원을 상반기에 조기집행해 61%의 집행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 김성식(한나라당) 의원은 24일 “한은 제출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기준 한은이 정부에 빌려준 일시 대출금 총액은 34조원이었고, 갚은 돈을 뺀 대출 잔액은 14조원이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정부가 한은에서 돈을 빌린 규모가 3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정부가 재정 조기집행을 위해 한은에서 돈을 빌린 뒤 조세수입이 들어오면 대출금을 갚았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IMF 금융위기를 겪었던 1998년부터 올해까지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던 해는 모두 8번이다. 이 가운데 대출액이 10조원을 넘었던 해는 2005년(12조원), 2009년(17조원), 올해(34조원) 등 3번이다.
재정 조기집행이 시작된 2009년의 경우 정부는 상반기 중 17조원을 빌려 조세수입이 생긴 하반기에 모두 되갚았고, 올해 들어서는 6월말까지 34조원을 빌렸으나 수시로 돈을 갚아 상반기 기준으로 20조원을 상환했다.
김 의원은 “재정 조기집행을 위해 정부가 한은 대출금을 활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생각되지만, 정부는 경기회복의 온기가 바닥까지 퍼질 수 있도록 재정집행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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