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자유무역지역 내 (주)노키아티엠씨가 사내 하도급업체 근로자 330여 명을 직영 근로자(정규직)로 전환했다. 노키아티엠씨는 직영 근로자 전환 후 사내의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인사팀 관계자는 "회사 내 생산인력의 구성비에 관한 지침을 따르고,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 정책을 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직영 근로자 전환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창원지청에 따르면 노키아티엠씨의 직원 수는 총 2300여 명으로, 이 중 하도급업체 근로자가 전체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 330여 명이 지난 25일 자로 직영 근로자로 전환됐다. 이들은 노키아티엠씨의 사내 하도급업체 네 곳 중 두 업체의 일부 직원이다.

노키아티엠씨는 앞으로 사내 생산시설에 종사하는 하도급업체 근로자를 최대한 직영 근로자로 전환한다는 태도다.

이는 최근 노키아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겨냥해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휴대전화 생산 물량이 늘고 있어 한국 공장의 업무 효율성을 더 높이려는 것이다. 노키아티엠씨는 앞으로 인건비 상승 부담이 있지만, 직영 근로자 전환이 회사를 위한 길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창원지청은 올해 경남지역에서 사내 하도급 직원을 본사 직원으로 전환한 사례는 처음이며, 특히 대규모로 전환한 사업장은 최근 몇 년 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창원지청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이 자발적으로 근로자 차별 요인을 개선하고 있다. 특히 이번 노키아티엠씨의 하도급업체 근로자 처우 개선은 2년이 채 되지도 않은 직원을 전환한 것이어서 큰 본보기가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개정된 비정규직보호법은 근로 기간 2년 이상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일부 기업은 원청업체 정규직원 전환을 부담스러워하며 계약 기간을 2년보다 짧게 정하고 있다.

심상완 창원대(사회학과) 교수는 "300명이 넘는 근로자가 일제히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은 아주 반가운 일이다"며 "많은 기업이 인건비 절감과 고용 유연성을 위해 간접 고용을 늘리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고용 안정성과 일할 동기를 부여하는 직접 고용이 기업 사업장의 생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외국기업인 노키아티엠씨가 국내 고용 관행을 바꾸는 본보기가 됐다"고 말했다.

정리해고로 수백 명이 쫓겨났다는 이야기가 흔해빠진 세상에 수백 명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신분 상승을 했다는 소식이 들리니 신기할 뿐만 아니라 반갑기 짝이 없다. 노키아티엠씨가 사내 하도급 업체 두 곳 근로자 330여 명을 정규직인 직영근로자로 전환시켜 화제를 몰고 있다. 전문가들은 획기적인 조치라며 반기고 있고 노동계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노키아의 용단이 귀감이 되어 다른 업체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으면 하는 바람도 은근히 있다.

물론 속사정을 따지는 이들은 입꼬리를 삐죽거리기도 한다. 휴대전화 등 모바일 기기 세계 1위 업체인 노키아는 전 세계 9곳에 공장을 가지고 있고, 그 중에서도 마산자유무역지역 공장은 생산성과 품질, 관리 측면에서 가장 뛰어난 주력 공장으로 정평 나있다. 노키아티엠씨의 1인당 생산성은 40억 원이 훌쩍 넘는 신화를 가지고 있고 각종 경영실적은 매년 기록경신 행진을 해왔다.

반면에 전체 직원 2300여 명 중 하도급 업체 직원이 70%에 이르고 있으니 기업 성장의 비밀이 비정규직에 의존해왔다고 쏴붙여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품위있는 공장>은 노키아 중국공장을 다루고 있는데 그곳 역시 비정규직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임금수준은 중국기업의 수준보다 낮으며, 따라서 인권경영의 감시대상이 되고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이런 점을 주목하는 이들에게 비정규직 노동자의 5분의 1 정도만 뒤늦게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은 당연한 일을 한 것이요, 오히려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관련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판을 치는 세상에, 당연한 일을 지키지 않고도 큰소리치는 세상에 노키아의 결정은 매우 소중한 것이다.

이제 노키아티엠씨는 향토기업에 가깝다. 마산자유무역지역에 뿌리 내린 지 벌써 30년의 세월이 흘렀고,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여 지역사회 구석구석까지 봉사와 윤리공헌의 손길을 뻗쳐왔다.

생산성과 고용안정,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것은 경제학적으로도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노키아티엠씨가 불가능한 꿈을 꾸준히 현실로 만들어주길 진심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