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을 조명 삼아 마지막 공연을 합니다.”

지난달 24일 진주시로부터 해체통보를 받은 진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마지막으로 기록될지 모르는 공연을 했다.

합창단은 9일 오후 7시 진주시 칠암동 경남도문화예술회관 계단 앞에서 ‘눈물의 합창’을 했다. 스포트라이트도 무대도 없었다.

이날 30여명의 합창단원들은 ‘선구자’ ‘넬라판타지아(Nella Fantasia)’ ‘진주시민의 노래’ 등을 돌림노래 형식으로 불렀다.

합창단은 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유지를 호소하는 내용으로 개사한 ‘선구자’를 부르면서 간절한 마음을 대신했다.

합창단은 당초 오는 16일 공연일정이 잡혀 있었지만 진주시가 해체통보와 함께 공식 공연을 모두 취소, 이날 길거리로 나서게 됐다. 차가운 날씨 속에서 사실상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공연을 한 합창단원들은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해 목소리가 떨렸다. 공연을 듣는 학부모와 시민들까지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단원들은 이번 공연이 ‘엔딩’은 아니라는 믿음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진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 학부모 모임인 자모회의 심외경 회장은 “이번 공연은 진주시와 진주시민들에게 합창단이 최선을 다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약속”이라며 “진주시민들이 합창단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결코 해체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 단원 일동은 ‘우리도 케냐의 지라니 어린이들처럼 꿈과 희망을 갖게 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편지도 썼다.

단원들은 편지에서 “진주에는 케냐의 지라니합창단과 파리나무십자가합창단이 와서 연주를 하고, 비싼 입장료를 내고 구경을 하러 갑니다”면서 “어른들이 앗아간 꿈과 희망을 돌려 달라는 저희들은 바라보지도 않고 외국 어린이들을 보면서 꿈과 희망을 가지라고 말합니다. 진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은 지라니합창단보다 더 꿈을 꾸고 있습니다”고 했다.

이어 “저희들을 거리로 나서게 한 시장님이 밉습니다. 하지만 시장님은 아마 저희들의 인자하신 할아버지 같고 언제나 저희들을 좋아하시는 분일 것이라 지금도 믿고 싶습니다”면서 “시장님, 저희들의 꿈과 희망을 다시 찾아 주십시오”라고 덧붙였다.

지난 2004년 11월 창단한 이래 50여 차례의 공연을 가진 진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은 이날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bye)’를 부르면서 30분 남짓 짧은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