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논설주간

"백마디 말보다 행동으로 보일 때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담화에서 비장한 어조로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연평 포격은 반인륜 범죄라며 잔혹함에 분노한다고 최고강도의 표현을 쓰며 북한을 규탄했다. 그는 이어 정부와 군을 믿고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웬일인가. 다수 국민은 이명박 정부를 NATO(No Action Talking Only)라고 말한다. 말만 단호한 정부라고 비난한다.

NATO정부 호칭은 물론 이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5월 24일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의해 침몰했다는 정부 발표 직후 전쟁기념관에서 담화를 발표했다. 그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이제는 달라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단호하게 조처해 나가겠다고 했고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어떠했는가. '민간 포격'이라는 전무후무한 폭거에도 불구하고 약속한 확실한 대응은 이뤄지지 않았다. 화평하던 우리의 땅 연평도는 유린됐다. 군사적 도발에 대한 즉각 대응 공격은 자위권 발동으로 인정되건만 '말만 하는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못하는 끔찍한 사태를 당했다. 북한에 상응하는 피해를 줬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는다.

우리는 곧잘 이야기한다. 기업과 스포츠는 1류인데 정치는 3류라고. 잘하면 곧 선진국에 진입할 수도 있는데 정치가 문제라고. 그러나 천안함 폭침 사태 이후 이번에 연평 포격을 당하면서 정치에 이어 안보도 3류가 아닌가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말만 단호한 MB정부

경제발전에 힘입어 국민 총소득은 북한에 비해 30배가 넘는데 북한 잠수정은 소리 소문 없이 남쪽에 들어와 우리 군함을 쏘아 해군 46명이 숨지는 등 무참하게 깨졌다. 국방을 위해 땀흘려 번 돈 수십조 수백조를 투입했건만 이번에는 북한 해안에서 쏜 포 몇십발에 대한민국은 산산조각났다. 미사일 등 첨단화력은 북한의 미미한 해안포대 공격에 무력했던 것이다. 경제는 국력이고 국방력은 국력에 비례한다는데 대한민국 국방은 어찌 이렇게 허술해진 것인가. 취약한 안보에 국민의 허망함은 심해진다. 한편으로 억장이 무너진다.

국민 분노는 이 이 대통령의 담화 이후에도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국방개혁을 계획대로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이 대통령 의지와는 관계없이 국민 눈에는 MB정부의 경우 안보전략도 브레인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사실상 햇볕정책을 폐기했기에 '화약고 1번지'로 예상된 서해5도를 힘으로 지킬 준비를 해야 했으나 이번에 드러났듯이 아무 준비도 없었던 것 같다. 안보브레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다수 국민 인식은 일치한다. 천안함 폭침 이후 MB정부가 내놓은 대책 중 실현 가능했던 것은 군사훈련 외에 없었던 것이 아닌가. 여기에 더해 MB정부의 경우 평화통일과 남북화해협력을 위한 의지와 아이디어도 별로 없는 것 같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면 국민들은 더욱 우울해진다 .

물론 상당수 MB정부 관계자는 연평 포격으로 G20의 성공적 개최가 날라간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할 지 모른다. 후진국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아니 더 나아가 G20 의장국으로 세계를 선도했다는 것의 의미를 축소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G20의장국이면 무엇하고 아시아올림픽에서 종합2위를 하면 무엇하는가. 우리 상품이 잘 팔려 세계 1위를 기록하면 무슨 소용인가. 안보상황이 불안해 나라가 위태로워지면 스포츠와 기업의 융성이 계속될 수 있을 것인가. 19세기 말 우리 지도자들이 세계정세에 어두워 결국 안보에 대한 관념이 없어 일제에 합병되는 불운을 겪었기에 안보 3류 지적에 우리는 낙망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안보 3류는 절대 안되는 것이 아닌가.

안보전략도, 브레인도 안 보여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네번 사과했다. 촛불시위와 관련해 2번,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해 1번, 그리고 이번 연평 포격도발에 대한 사과였다. 연평 포격 도발에 흥분하면서도 대통령의 머리숙임을 여러 차례 보는 국민 마음은 착잡하다.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감있게, 당당하게 정치를 하고 안보를 지키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물론 기업 1류, 스포츠 1류 소식을 듣는 국민은 즐겁다. 그러나 더 이상 정치 3류, 그리고 안보 3류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것이 국민 심정이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