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조명도 뜨거운 갈채도 없다. 그저 초겨울 매서운 추위만이 텅 빈 광장을 메울 뿐이었다. 그래도 공연을 준비하는 아이들은 분주했다. 앳된 표정의 아이들의 표정에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28일 오후1시30분께, 진주시 대안동 차없는 거리 광장에서 진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거리공연이 펼쳐졌다.
지휘자도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입술에서 서서히 환상의 하모니가 광장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손에는 악보대신 ‘진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 해체를 막아달라’는 글귀가 새겨진 플래카드가 쥐어져 있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공연을 그렇게 합창했다.
진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창단 6년 만에 해체기로에 섰다. 진주시는 지난 24일께 예산 등의 이유로 진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전격적인 해체를 통보했다.
지난 2004년 12월 창단한 진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은 진주 거주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공개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40여 명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다. 2007년도에는 대전에서 열린 한국어린이 합창컨벤션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전국무대에서 입상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현재 진주시는 시립교향악단, 국악관현악단, 시립합창단, 시립소년소년합창단 등 4개 예술단을 운영중이다. 내년도 긴축재정을 내 놓고 있는 진주시는 현재의 예산으로는 이들 4개 예술단을 모두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 이중 합창단 2개를 해체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진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 학부모 모임인 자모회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시의 해체 사유를 이해할수 없다는 반응이다. 학부모들의 항의는 온라인에서 먼저 달궈졌다.
진주시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 코너에는 항의글이 수십여 개 씩 폭주하고 있다. 이제와서 예산핑계를 대고 해체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설성이라는 입장이다.
소년소녀합창단의 올해 예산은 1억 4500만 원. 진주시가 올 해 4개 예술단에 지원한 총 예산규모는 약 21억원. 4개 단체중 소년소녀합창단의 비중은 채 10%도 지나지 않은데, 예산절감은 핑계일 뿐이라는 게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학부모 A모씨는 “예산삭감과 단원모집이 어려워서 운영이 힘들다는 것은 그야말로 핑계일 뿐”이라면서 “최소 비용으로 아이들이 음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시에서 박탈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다른 학부모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학부모 B모씨는 “이곳을 거쳐간 아이들 중에 음악인의 길을 걷는 졸업생도 배출되고 있고, 저마다 음악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데, 일방적인 해체에 아이들도 힘들어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대해 진주시는 안타깝지만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진주시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4개 예술단을 운영하는 곳은 인구가 50만 이상 되고 시의 재정 여건이 받쳐줘야 하는데 현재의 진주시의 입장은 이들 4개 예술단을 끌고가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4개 예술단을 운영하다보니, 단원 모집이나 마땅한 연습장소를 마련하는데도 애로가 많았다”면서 “다른 지자체의 사례를 비교검토하고, 현재 시의 예산형편을 고려해 2개 예술단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도출됐다”고 말했다.
한편 진주시는 합창단을 제외한 교향악단, 국악관현악단 등 2개 예술단의 내년도 예산 14억여 원을 책정했다.

사진설명-28일 오후 진주시 대안동 차없는 거리에서 해체될 위기에 처해있는 진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원들이 거리 공연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