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해묵은 기사 하나가 우연이 제 검색에 걸렸네요. 장민, 권경률 스포츠서울닷컴 기자가 쓴 글입니다
비교적 최근의 제 생각과 일정까지 담아낸 기사라서 여기 인용해 봅니다 (박원순)http://wonsoon.com/2309
“젊은 그대, 발칙한 상상으로 세상을 바꿔라!”
[스포츠서울닷컴ㅣ장 민·권경률기자]
그는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했습니다. ‘1% 나눔’으로 우리나라에 기부문화를 꽃 피웠습니다. 환경을 살리는 재활용 가게를 열어 큰돈도 만져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삶의 현장에서 작은 변화를 일구는 민간 싱크탱크를 열었습니다. 그렇게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를 거치는 동안 어느새 그는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그는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했습니다. ‘1% 나눔’으로 우리나라에 기부문화를 꽃 피웠습니다. 환경을 살리는 재활용 가게를 열어 큰돈도 만져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삶의 현장에서 작은 변화를 일구는 민간 싱크탱크를 열었습니다. 그렇게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를 거치는 동안 어느새 그는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박원순입니다. 어떤 이는 변호사님이라 부르고, 어떤 이는 상임이사님이라 부르지만, 정작 자신은 ‘원순씨’라는 호칭을 고집합니다. 오늘도 원순씨의 수첩에는 일정이 빼곡합니다. 새벽부터 자정 무렵까지 10여 개의 강연과 미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동안 그의 손에선 스마트폰이 떠나지 않습니다. 트윗을 날리는 손놀림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원순씨의 직업은 ‘소셜디자이너’입니다. 말 그대로 세상을 설계하는 게 그의 일입니다. 요즘 원순씨는 젊은 친구들과 함께 재미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1000개의 직업’이 그것입니다. 스펙에 갇혀 측정 가능한 크기로 작아지는 젊음에게 다가가 상상의 힘을 보고, 듣고, 느끼라며 용기를 북돋아줍니다. 그럼 지금부터 원순씨와 함께 용감한 신세계로 떠나볼까요?
보물을 간직한 도시… 대한민국을 ‘역이용’하라!
-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바쁜 스케줄로 유명합니다. 얼마 전에는 싱가포르에도 다녀오셨지요?
“해마다 열리는 ‘사회혁신 국제회의’ 참석차 다녀왔습니다. 올해 주제는 ‘도시와 혁신’이었는데요. 일상생활 속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생태에너지를 활용하는 아이디어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도시 문제는 결국 ‘개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텐데요. 여러 모로 한국 상황이 오버랩 되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도시들을 보면 대부분 구도심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서울 같은 대도시는 물론 지방 중소도시들까지 시내 한가운데가 텅텅 빕니다. 도시 외곽에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비롯된 공동화 현상이죠. 또 뉴타운을 만들고 있는데 나무고 뭐고 몽땅 밀어버린 다음 고층 과밀화시킵니다. 이래서는 미래도 없고 건설사들만 천문학적인 돈을 챙기게 됩니다.”
- 그럼 외국에선 어떤 식으로 하고 있나요? 최근 새로운 트렌드가 있다면 맛보기로 살짝 소개해주시죠.
“상상력이 중요합니다. 건물을 상상하고, 가로를 상상하고, 사람을 상상하는 거죠. 이번에 다녀온 싱가포르는 도시에 나무를 입히고 있습니다. 건물마다 넝쿨나무가 뒤덮고 옥상에는 큰 나무들이 자리 잡았습니다. 건물옥상에서 채소와 과일을 키우는 도시농업도 가능해 보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도시를 디자인하면 기온도 얼마든지 낮출 수 있겠죠.”
- 우리도 그런 상상력을 참고할 수 있겠네요?
“참고는 할 수 있겠지만 무작정 따라하는 건 곤란하죠. 생각만 바꾸면 현재 우리가 가진 것들을 가지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미국의 애플이나 일본의 닌텐도가 엄청난 기술력이 있어서 성공한 것은 아니잖아요. 기존의 자원에 자꾸 혁신적 아이디어를 접목하다보니 과실이 주렁주렁 열린 거죠. 이건 농담이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도시개발 사례도 거꾸로 생각하면 관광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도시개발은 안 된다는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대한민국을 ‘역이용’하는 셈이죠.”
- 그럼 청계천은 어떻습니까? 왜 그렇게 만들었을까, 하는 여론도 있는데요.
“예전의 고가도로 대신 바람이 통하고 물이 흐르게 만든 것은 분명히 잘했습니다. 그런데 기왕 공사하는 김에 역사, 문화, 생태, 디자인 등 다양한 전문가 의견들을 충분히 반영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후손에게까지 물려줄 수 있는 보물을 만들었어야죠. 문제는 정치적 욕심이었습니다. 시장이 본인 임기 안에 끝내려고 그 역사문화 유적들 다 쓸어 뭉갠 것 아닙니까? 그건 다시 복구 할 수 없는 거잖아요.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도로나 지하철 공사를 할 때 역사문화 유적부터 철저히 보호합니다. 그 보물을 잘 간직하고 있으니까 세계인들이 로마를 찾는 거죠.”
- 청계천이 뜨니까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유사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따라하고 있죠. 문제는 생태하천이 아니라 조형공사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부 시멘트 덩어리입니다. 10~20년 지나면 다 들어내고 다시 만들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녹색성장’을 추진해왔습니다. ‘도시혁신’이라는 측면에서 접목할 부분은 없을까요?
“그게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에는 없었지 않습니까? 지난 2008년 도야코 G8 정상회의에 다녀온 후 부랴부랴 입안한 겁니다. 다른 나라 지도자들이 전부 ‘녹색’을 부르짖으니까 충격을 받은 거죠.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졌기에 준비가 부족했을 겁니다. ‘녹색’ 한다면서 토목공사만 펼치는 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게 무슨 ‘녹색성장’입니까? ‘회색성장’이죠. 앞서도 언급했지만 도시혁신은 남의 뒤를 따라가자는 게 아닙니다. 있는 자원에 혁신적 아이디어를 접목해 앞서가자는 이야기입니다.”
젊고 산뜻한 리더가 필요해… 상상의 외연을 넓혀라!
- 요즘 펼치는 활동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것은 아무래도 ‘세상을 바꾸는 1000개의 직업’ 프로젝트일 것 같습니다. 책도 쓰시고 강연도 활발하게 하시던데요?
“우리 젊은이들이 상상력의 외연을 넓혔으면 하는 취지에서 시작했습니다. 혼자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욕심을 버리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무궁무진 널려 있습니다. 발칙한 상상과 나눔의 가치를 품고 신세계를 열어가는 젊은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젊은이들을 직접 만나 ‘세상을 바꾸는 1000개의 직업’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상상의 힘을 보고, 듣고, 느끼게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이 프로젝트에 대한 반응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옵니다. 제가 제안한 아이템 중에 미담기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굿뉴스 사업’이 있었는데요. 강연을 듣고 당장 블로그 개설했다는 친구도 있습니다.”
- 본인의 아이디어를 다 나눠주고 있는데 아깝지는 않나요?
“전부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이죠. 하지만 혼자서는 다 할 수 없으니 나눠줄 수밖에요.”
- 강연은 김제동씨 등과 함께 콘서트 형식으로 하셨네요. 요즘은 연예인들도 좋은 일에 앞장서는 예가 많죠?
“연예인들도 많이 달라졌죠. 명성이라는 것도 본질적으로는 자기 소유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으니 사회에 돌려줘야 하는 거죠. 김제동씨뿐만이 아닙니다. 박경림씨의 경우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재능기부를 실천에 옮기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의 모토는 ‘1% 나눔’입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자기가 가진 것의 1%를 나누자는 취지죠. 박경림씨는 재능의 1%를 나눕니다. 뜻 깊은 행사에 사회를 보면서 아름다운 세상에 일조하는 것이죠. 연예인들이 앞장서니 팬클럽도 따라합니다. 어느 가수의 팬클럽은 아름다운가게에 와서 가수의 이름으로 소중한 물건들을 내놓더군요. 나눔이 젊은이들의 문화로 정착하는 거죠. 비록 현실에서는 절망도 많지만 우리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 그동안 걸어온 길을 보면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아이콘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 등 한국 시민운동의 이정표를 세워왔으니까요. 그런데 현 정부 들어서 다소 시련이 있었습니다. 국정원으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하고요.
“본래 세상에서 좋은 일을 하다보면 핍박도 당하고 그렇습니다. 국가정보원 민간사찰 문제를 제기했더니 국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더군요. 감옥에 보내면 책도 쓰고 좋을 것 같은데 돈 없는 저한테 돈을 내라고…. 결국 지난달에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제가 국정원으로부터 소송을 당하자 우리 희망제작소의 후원회원 숫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겁니다. 지금은 회원 수가 대략 6000명 정도인데 매달 거의 7~8천만 원이 들어옵니다. 이거 어마어마하잖아요. 그래서 한국사회에 희망이 있다는 겁니다. 우리 국민들 우습게보면 안 됩니다. 모르는 척 해도 세상 돌아가는 걸 훤히 보고 있다는 말입니다.”
-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올해 치러진 지방선거, 재보선 결과만 보더라도 알 수 있죠. 그런데 우리 국민들도 평소에는 좀 정치에 무관심한 듯합니다.
“그분들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입니다. 정치인이 대표성을 가지고 국민의 마음속에 자리 잡지 못하는 거죠. 그러다보니 지역 색에 따라 ‘묻지 마’ 투표를 하는 폐단이 사라지지 않는 겁니다.”
- 뭔가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기성 정치인들은 변화를 읽지 못합니다. 옛날 사람들이라 지방선거도 읽지 못한 겁니다. 세상은 저만큼 가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나라를 이끄니까 후퇴하는 거죠. 이번에 영국 총리가 된 데이빗 캐머런도, 노동당의 새 당수 에드 밀리밴드도 모두 40대 초반입니다. 우리나라도 민노당의 이정희 대표처럼 젊고 산뜻한 사람들이 나서야 합니다. 40대뿐 아니라 20,30대의 신선한 정치인들이 출현해야 합니다. 꼭 나이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마인드가 젊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저는 사회가 길러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풀뿌리 지역부터 시민단체까지 사회 각 분야에서 공공리더를 양성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합니다. 희망제작소에서 ‘좋은시장학교’와 ‘목민관클럽’을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공정사회, 삶으로 증명해야… 국민에게 트윗을 날려라!
- 현 정권이 국정 후반기 캐치프레이즈로 ‘공정사회’를 들고 나왔습니다. 현재까지는 이런 담론정치가 먹히고 있는 듯한데요.
“카피가 아무리 좋아도 그에 합당한 콘텐츠가 있어야 빛을 발합니다. ‘공정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그 페이스에 말려드는 것 같죠. 하지만 겉만 번지르르하고 내용이 없으면 금방 드러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정사회’는 이 정권이 잘못 말한 것입니다. 실제로는 불공정한 것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말을 안 하고 있었으면 50점이라도 받는 건데….”
- 지금까지 모든 정권이 대선 1~2년 전부터 심각한 레임덕을 겪었습니다. 현 정권도 안 그런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말씀대로라면 ‘공정사회’가 오히려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레임덕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공정사회’는 공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세운 것입니다. ‘친서민정책’도 그동안 굉장히 반서민적이었기에 나온 것입니다. 진실로 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말로만 해서는 안 됩니다. 그 정책이나 메시지가 진실하지 않으면 곧장 국민 분열이 옵니다.”
- 그렇다면 현 정권이 추구하는 ‘공정사회’나 ‘친서민정책’이 진실하지 않다는 말씀입니까?
“내년 예산안을 보면 서민예산의 액수가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내용적으로도 분식한 게 많고요. 진실을 감출 수는 없습니다. 물론 예산을 짜다보면 조정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이명박 대통령이라면 차라리 고백할 것입니다. 305조 원의 예산을 짜면서 너무 힘들었다고. 하는 수 없이 이건 이렇게 줄였고, 저건 내년으로 돌리겠다고. 그러면 국민들도 좀 다르게 보지 않을까요?”
- 그럼 현 정권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어디에 주안점을 둬야 할까요?
“진짜 공정해야죠. 그래야 국민들을 설득하죠. 없는 사람도 아이디어가 기가 막히면 자유롭게 경쟁해서 성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사회가 돼야 발전이 가능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그게 왜곡되고 있습니다. 장관 딸이면 특채가 되고…. 이게 꼭 장관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공공기관의 보편적인 현상이 됐습니다. 이렇게 되면 젊은이들이 좌절할 수밖에 없죠. 진짜 공정하다고 국민들을 설득하려면 자신의 삶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전혀 안 그러던 사람이 갑자기 ‘공정사회’를 들고 나오면 나중에 어떤 평가를 받을까요?”
- 진짜로 공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통령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역할도 중요할 텐데요.
“제가 국정원 소송을 마무리 짓고 생각해봤습니다만, 이 사람들이 자기가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습니다. 권력이란 양날의 칼과 같습니다. 국민 앞에 겸허해져야 합니다. 계속 완장을 차고 다니면 참여정부 집권 후반기보다 더 추락할 겁니다. 그렇게 2년을 지나보세요.”
- 따끔하긴 하지만 의외로 현 정권에서 귀 담아 들어야 할 조언 같습니다.
“제 블로그에 보면 로마의 리더십을 정리한 포스트가 있습니다. 이건 정말 국가지도자들이 봐야 할 내용입니다. 이 대통령도 제 블로그의 구독자가 된다면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웃음)
- 어떻게 달라진다는 말인가요?
“갈등보다는 협력을 앞세워야죠. 경쟁하면서도 협력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을 잘 이끌려고 한다면 누구하고 손을 못 잡습니까? 국민과도 손을 더 꽉 잡아야 합니다. 지난번 총리 내정 과정만 해도 그렇습니다. 사실 우리사회에서 인물 구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이럴 때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트윗 한번 날렸으면 어땠을까요? ‘내가 고민하고 있는데 흠 없는 사람이 없더라. 국민 여러분이 한 번 추천해보시라’고. 아마 트위터를 장악했을 겁니다. 국민들을 감동시켰을 겁니다. 그게 바로 소통입니다.”
-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요사이 필 꽂힌 일이 있다면요?
“우선 ‘세상을 바꾸는 1000개의 직업’을 통해 계속해서 젊은 친구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또 금년 말이나 내년에 새롭게 ‘희망수레’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생각입니다. ‘희망수레’는 가난한 사람, 소기업, 사회적 기업이 만드는 물건들을 전문적으로 팔아주는 가게입니다. 현재 제품군 리스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내년쯤엔 제가 엿장수 가위를 들고 벙거지를 쓴 채 광화문 사거리를 누비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