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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경제학 공부 다시 하시라
'초과이익공유제'는 불공정 하도급 거래의 문제 해결 위한 제안
일본과 서구에서 이미 일반화된 Profit Sharing 개념을 듣도 보도 못했다고?
교과서에도 없는 경영권 세습 방법은 어디에서 배웠는가? 반성해야 |
1.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어제(3/10) 전경련 회의장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어릴 때부터 기업가 집안에서 자라 경제학 공부를 해왔으나 이익공유제라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다”며, “경제학 책에서 배우지도 못했고,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2. 대기업의 성장이 중소기업으로까지 확산되는 통로가 차단된 채 양극화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초과이익공유제는 대-중소기업 간 하도급 거래의 불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제안된 것이다. 따라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의 근본 가치에 대해서는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그 구체적인 방법론으로서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그러나 어제 이건희 회장의 발언은 단순한 반대 차원의 의견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정도로, 매우 부적절한 것이었다. 특히 국내 최대기업의 수장이라는 그가, ‘초과이익공유제’의 제안 배경과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면, 이런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제 이건희 회장의 발언은 본인을 위해서도, 삼성을 위해서도, 그리고 삼성의 수많은 하도급업체를 위해서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3. 특히, 어제 이건희 회장은 초과이익공유제는 경제학 책에서 배우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과연 그런가?
물론 법적으로 따지면, 임직원은 고용계약에 의한 내부자이고, 협력업체는 상거래 계약에 따른 외부자이다. 따라서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는 외부자에게 초과이익을 나누어 준다는 데에 사회주의적 발상이 아니냐는 반문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보면, 특히 일본의 경제학 교과서(제도학파)에 따르면, 하도급거래는 완전한 내부조직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한 외부 시장거래도 아닌, 준내부적 조직(quasi-internal organization)으로 파악된다. 일본의 주거래은행제도(Main Bank System)도 준내부적 조직 형태의 하나다.
이러한 준내부조직적 특성을 보이는 '하도급거래' 및 '주거래은행관계', 그리고 평생직장 개념을 기초로 한 '개별기업 단위의 노사관계' 등이 일본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이른바 3가지 신기(神器)라고 일본 경제학 책에는 분명히 써 있다. 이건희 회장이 어떤 일본 경제학 책을 보고 공부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토요타 자동차로 대표되는 일본의 '준내부적 조직인 하도급 거래'의 특성을 알지 못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본의 하도급 거래를 유지하는 핵심요소가 바로 성과공유 또는 이익공유임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한 1970년대 이래 일본식 경영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서구의 기업들도 부품조달 계약(Supplier Contract)에서 다양한 형태의 이익공유(Profit Sharing)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확인해보시라.*
더구나, 삼성그룹의 계열사들은 이미 내부 임직원들은 대상으로 한 Profit Sharing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정운찬 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도 삼성의 Profit Sharing 제도를 바탕으로 한 것이고, 다만 그 대상을 내부자인 임직원뿐만 아니라, 준내부자인 협력업체에게로 확대하자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뭐가 듣도 보도 못한 것인가?
4. 마지막으로, 이건희 회장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이건희 회장 자신은 교과서에서 하라는 것만 하고,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교과서에는 나오지도 않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지분 없는 경영권 세습을 시도한 전례가 있지 않은가? 그런 이건희 회장이,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경제학 공부를 해왔다며, 경제학 책 운운하며 초과이익공유제를 비난하고 나선 것은 소가 웃을 일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 한국경제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는 사실에 동의한다면, 초과이익공유제를 비롯한 다양한 제안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라면 더욱더 그러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대한민국의 현실이 그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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