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원 (사)한국노동경제연구원 원장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이 민주당의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을 '선거용 구호'라고 비판했다. 또한 복지를 위한 증세는 노무현정부의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고 말해 복지를 위한 증세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복지 문제에는 재원조달을 비롯해 많은 사안들이 중첩되어 있다. 복지지출 증가세가 지금처럼 지속되면 10년 내에 남유럽과 같은 재정위기를 당할 것이라는 협박성 분석까지 나온다. OECD통계로 진실에 접근해 보자.

OECD국가 2007년 GDP대비 사회보장비 비율의 평균은 19.8%이다. 20%가 넘는 나라가 19개이고 일본은 19.3%이다. 제일 높은 나라는 프랑스로 GDP의 28.7%를 사회보장비로 사용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회보장비는 GDP의 8.1%에 불과하다.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33위이다. 7.2%인 꼴찌 멕시코와 함께 10%가 안 되는 두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복지지출 증가로 인한 재정위기를 운운하는 것은 낯 뜨거운 선동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유시민 원장의 증세 트라우마 이야기를 해보자. 2008년 OECD국가 평균 GDP대비 조세부담율은 34.8%이다.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덴마크로 무려 48.2%이다.

서민증세 9조원, 부자감세 7조4천억원

OECD의 조세통계에는 사회보장기여금 등 준조세 성격의 것들이 포함되기 때문에 다소 비율이 높아지는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같은 기준의 우리나라 조세부담율은 26.5%로 OECD국가 중 꼴찌에서 5번째다.

지도자는 다른 것이 아니다. 꼴찌에서 2번째인 복지수준을 올리기 위해 꼴찌에서 5번째인 조세부담율을 높이도록 국민을 이끌어가는 사람이다. 이것을 트라우마라는 표현으로 딴지를 거는 것은 진보개혁적 가치를 지향한다는 당의 지도자답지 않다.

유시민 원장의 주장은 근원적으로는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에 대한 논란의 연장선상에 있다. 보편적 복지를 공격하는 사람들은 부자에게 무상급식을 하면서 세금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선정적 논리를 편다. 그러나 이 논리는 지난 3년간 이명박정부의 극적인 세수 변화추세를 보면 자가당착에 빠진다.

소득세와 상속증여세 등 직접세는 2007년 대비 2008·2009년 합해서 7조4000억원이 줄었다. 소위 말하는 부자감세이다. 그러나 이 2년 동안에 대표적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는 2007년에 비해 9조원을 더 걷어 들였다. 그만큼 서민에게 부담이 전가된 것이다. 천문학적인 이익을 챙긴 부자들이 내 아이 점심 값은 내가 내겠으니 보편적 복지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말라고 하는 꼴이다.

부자의 자식에게도 무상 의무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복지제도의 본질이다. 복지는 국민이 당연히 누려야 할 사회적 권리이기 때문에 복지인 것이다. 교육 의료 연금은 물론 실업대책 등도 마찬가지이다.

보편적 복지라는 새로운 화두

개발독재와 성장정책에 의해 소외된 사람들을 제대로 품지 못했던 복지제도를 보완하는 작업에 유시민은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시대는 보편적 복지라는 새로운 화두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더구나 이는 신자유주의정권이 종식돼야 가능한 일이다.

복지와 야권연대라는 점 모두에서 유시민의 문제제기 방식은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준다. 그의 과거에 비해 그의 현재가 초라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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