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틀니보급사업 결국 '무료 빼고' 출발

복지부 "정부 보철사업과 형평성 어긋나"…치과의사협회 "손해 감수 못해"

데스크승인 2011.04.20 23:13:56 진영원 기자 | dada@idomin.com

김두관 지사의 대표 공약인 '어르신 틀니 보급 사업'이 기대와는 달리 자부담을 안고 출발한다. 김 지사는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의 '보편적 복지'를 주장했지만 정부는 형평성을 이유로 반대했고, 경남도도 한정된 재원에 차등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춘수 경남도 보건복지국장은 20일 오전 10시 30분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르신 틀니 보급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창원 대방동에서는 첫 시술자가 나왔다.

그러나 애초 '만 65세 이상의 모든 어르신을 대상으로 보편적 건강권에 접근한다'는 김 지사의 공약 취지와는 동떨어진 출발이다. 틀니를 전액 무료로 시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못 미칠 뿐 아니라 65세 '모든' 어르신이 아니라 차상위 계층과 장애인을 우선순위로 꼽았기 때문이다. 무상 급식으로 불거진 보편적 복지 논쟁이 다시 지펴질 수 있는 지점이다.

경남도의 틀니 보급 사업은 올해부터 2014년까지 4년 동안 만 65세 이상 틀니가 필요한 어르신 1만 3800명에게 총 사업비 233억 3700만 원(도비 50%, 시·군비 50%)을 들인다. 전체 틀니는 75만 원 지원에 자부담 22만 원, 부분 틀니는 119만 원 지원에 역시 자부담 22만 원으로 보급한다는 내용이다.

자부담이 생긴 것은
1) 우선 2000년부터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한 '노인 의치 보철 사업'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다. 보건복지부는 65세 이상 노인 중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자부담 없이 75만 원을 지원해 틀니를 보급하고 있는데, 경남도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보다 형편이 나은 차상위 계층, 장애인,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는 제외됐지만 실제 살림이 어려운 노인을 가려 97만 원을 지원한다는 게 형평성이 안 맞다는 이유 때문이다.

2) 치과의사협회는 보건복지부의 자부담 없는 75만 원 틀니 시술은 손해를 감수하고서 수용했지만 도비 사업까지 자부담 없이 시술해줄 수 없다고 밝혀, 결국 복지부 사업은 75만 원짜리, 경남도 사업은 97만 원짜리가 된 것이다.

형편이 매우 어려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75만 원을 지원하는데, 그보다 조금 나은 차상위 계층에 97만 원을 지원한다는 게 안맞다는 일반 논리가 적용됐다.

부득불 무료사업이 가능한 차상위 계층·장애인 대상 틀니 보급을 자부담을 지우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전체 틀니 기준으로 원가는 100만 원 이상, 시중 시술 가격은 120만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김춘수 국장은 "경남도도 이 부분을 고민하고 여러 차례 보건복지부에 질의를 보냈지만 자부담 분을 경남도가 지원하게 되면 다른 시·도와 형평성이 안 맞는다며 '그렇게 할 거면 국비 지원사업도 끊겠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는 40억 7000만 원을 들여 2035명의 어르신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틀니가 보급된다.

경남에 있는 65세 이상 어르신은 모두 38만 5000명으로 경남 인구의 11.4%를 차지한다. 이 중 씹는 데 불편을 느끼는 어르신은 51.3%인 19만 7000명, 스스로 틀니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어르신은 6만 500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도는 2014년까지 사업이 완료되면 이미 틀니를 한 어르신 등을 제외하고 보건복지부 사업과 도비 사업 수혜자가 절반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