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5기 과제와 전망 ''지방자치 새 역사를 쓰자'']‘빚더미 지자체’부채와의 전쟁
경고등에 전전긍긍 … “불필요한 사업 과감히 중단해야”
내일신문 2010-07-07 오전 11:24:24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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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5기 지방자치가 시작됐다. ‘지방자치’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하지만 한국의 지방자치는 여전히 ‘절름발이 지방자치’라는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선4기 들어 토착비리, 재정난 등이 심각해지면서 ‘지방자치의 위기’라는 말까지 나왔다.
유권자들은 6·2 지방선거를 통해 ‘변화’를 선택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 지방자치의 일대 도약을 이뤄내길 바라고 있다. 내일신문은 새로 출범하는 민선5기의 과제와 전망을 6회에 걸쳐 짚어본다.
지방자치단체 재정이 심상치 않다. 지방재정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6·2 지방선거 최대 쟁점 중 하나는 지방자치단체 부채문제였다. 단체장이 바뀐 일부 지자체는 부채규모가 속속 드러나면서 첫 과제로 ‘부채 줄이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빚 갚다가 임기 끝날라 = 대전 동구청은 최근 신청사 건립을 중단했다. 공사금액 290억원이 더 필요하지만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미 지방채 166억원을 발행한데다 직원월급 등을 위해 312억원의 빚을 더 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새로 당선된 한현택 구청장은 빚만 갚다가 임기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인천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인천시는 올해 말 부채가 9조4000억원으로 한해 갚아야 할 이자만도 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취임사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해선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부산물을 정리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송 시장은 취임 이후 부채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사업이 민원과 얽혀있어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강원도는 더욱 심각하다. 지방공기업인 강원도개발공사는 이미 정부로부터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받고 있다. 알펜시아 리조트사업에 뛰어들다가 6730억원의 부채를 떠안아 매일 이자만 1억원을 지급하고 있다. 강원도개발공사는 본사 건물까지 매각해야 할 처지다.
가장 규모가 큰 서울시도 올해 부채가 2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도 더 이상 지방재정 안전권이 아니라는 말이다.
◆수입은 제자리 지출은 뜀박질 = 지방자치단체의 부채증가는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08년 20조에 달하던 지방자치단체 재정수지 흑자는 2009년 최종예산기준으로 7조원 적자로 돌아섰다. 전체 지자체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처음이다.
지방자치단체 살림이 적자로 돌아선 이유는 수입 증가폭이 작은 반면 지출은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2009년 예산기준으로 수입은 11조원이 늘었지만 지출은 38조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수입이 크게 늘지 못한 이유는 감세정책과 경제위기 때문이다.
시민사회경제연구소는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올해에만 지방교부세와 부동산교부세 3조4626억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2조2800억원, 주민세 1조2426억원(2011년 기준)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 경기하락으로 2009년도 지방세는 전년대비 0.7% 감소했다.
이런 감소분은 결국 부채로 메워졌다. 지난해 말 광역자치단체 지방채 발행 총액은 25조5531억원으로 2008년도 19조486억원에 비해 32.9%나 늘어났다. 2007년도 4.4%, 2008년도 5.6%에 비하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지방공기업의 부채 증가는 더욱 심각하다. 서울시 SH공사 부채는 2008년도 10조8089억원에서 2009년도 16조3454억원으로 급증했다. 인천도시개발공사 역시 같은 기간 2조9377억원에서 4조4608억원으로 늘어났다. 7746억원에서 1조0488억원으로 증가한 강원도개발공사는 자산매각이라는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지방재정 진단 엇갈려 = 지방재정 현황에 대한 진단은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지금 지방재정은 위기”라고 주장한다.
윤영진 계명대 교수는 “세입과 세출의 괴리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감세정책으로 지방재정이 타격을 받고 있는 반면 고령화 진전 등으로 복지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그리스 사태는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며 “우리도 점점 멍이 들어가고 있으며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만성적인 구조로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창수 좋은 예산센터 부소장 역시 “지자체 전체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처음”이라며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근본문제가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부소장은 “오는 9월 추경을 편성할 때 대다수의 지자체가 지방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2009년도는 특수한 해였다”면서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지방채무가 급증한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시적인 현상이지 만성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일본이나 국가채무와 비교해도 지자체 부채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며 “올해 경제가 호전돼 1분기 지방세 증가율이 전년대비 8% 늘어난 만큼 지방부채 증가는 일시적”이라고 말했다.
◆“주민과 부채현황 공유해야” = 지방재정이 위기라고 진단한 전문가들은 단호한 해결책을 주문했다. 자칫 현재 상황이 일본처럼 구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영진 교수는 “복지비용 등 세출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면서 “결국 세입을 늘려야 하는데 지방소비세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질적인 지방소득세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예를 들면 소득세 6.6%에서 일단 지방을 먼저 배려하고 나머지를 중앙이 가져가는 방식이 될 수 있다”며 “지역간 차이를 고려, 지방에 배정되는 비율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창수 부소장은 “단체장들은 기존사업 중 불필요한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며 “그동안 투입된 돈을 아까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매몰비용은 단호하게 무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부소장은 “결단을 하지 않는 한 부채 문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 역시 “기존 사업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면서 “거품이 끼었다면 사업 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사업이라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처장은 “주민에게 현황을 솔직하게 공개하고 주민과 상황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인터뷰]정창수 좋은 예산센터 부소장
“주민참여로 재정위기 막아야”
“지방재정 문제는 진보나 보수가 따로 없고 지역상황도 문제가 안됩니다.”
정창수 좋은 예산센터 부소장은 단호했다. “지방재정 문제는 결국 단체장이 마음대로 예산을 쓰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일방적인 재정운용은 견제가 없기 때문이라는 게 정 부소장의 진단이다. 견제가 있는 지자체는 부채가 낮다는 것이다.
정 부소장은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처음으로 서울시 재정을 분석했다”며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사이 지방재정이 위기로 접어들었다”고 반성했다. 정 부소장은 곧 팀을 만들어 서울시 재정을 본격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정 부소장은 부채 특히 지방공기업의 부채에 주목했다. 각 지자체 도시개발공사의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뉴타운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지난 지자체의 핵심공약이 되면서 도개공의 부채가 급증했다”며 “이는 지방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지자체 재정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지방공기업은 청산될 경우 지자체가 부채를 100% 승계해야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 지자체는 지방공기업 파산을 막기 위해 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정 부소장은 지방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예산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체장의 선심성 돌발사업 때문에 너무 쉽게 예산 원칙이 무너지고 결국 방만한 지방재정으로 이어진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도 핵심 과제다. 정 부소장은 “단순하게 자료를 공개하는 수준이 아니라 주민이 쉽게 지방재정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실명제 등의 도입으로 책임성을 높이는 것도 해결책이다.
정 부소장은 “지방의원이 예산을 감시하지 않는 게 아니라 감시하지 못할 정도로 지방재정 규모가 커졌다”며 “많은 주민이 예산편성에 참여하고 지출을 감시해야 하는 상황에 왔다”고 말했다.
정 부소장은 이번 지방선거 공약으로 제기된 주민참여예산제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또 주민소환제나 주민소송이 실효성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과제라고 지적했다.
윤여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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