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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시론]빈곤층 급증, 대책이 빈곤하다(김진동)
2010-03-12 오후 12:30:23 게재
빈곤층 급증, 대책이 빈곤하다
소득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빈곤층이 급증, 사상 처음으로 300만 가구를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는 동안 소득양극화가 확대되면서 중산층 서민층이 빈곤층으로 추락하고 있다. 이명박정부 들어 빈부격차가 개선되고 있다는 주장은 말짱 허구로 드러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빈곤층 가구수는 지난해 말 300만을 넘어 305만8000가구에 달했다. 전체 1692만 가구의 18.1%에 해당된다. 이들 가구의 부양가족까지 포함하면 7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OECD는 전체 가구를 소득수준으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있는 가구의 소득을 중위소득이라 하고 중위소득의 50%에 못 미치는 가구를 빈곤층, 50~150%를 중산층, 150% 이상을 고소득층으로 분류한다. 빈곤층은 이명박정부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급증세를 보였다. 빈곤층은 2006년 269만3000가구, 2007년 285만 가구, 2008년 292만8000가구로 매해 증가했다. 2009년은 한해에만 13만 4725가구가 증가했다. 전년의 2배에 이른다.
빈부격차 극심한 미국보다 빈곤율 높아
빈곤층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빈곤층 비율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7년 17.4%였던 빈곤율이 MB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17.5%로 높아졌고 지난해엔 18.1%까지 치솟았다. 이는 빈부격차가 극심한 미국의 빈곤율 17.3%(2008년)보다 높은 것으로 한국이 미국보다 빈부격차가 더 심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유럽 국가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빈곤문제가 얼마나 창피한 수준인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표적인 복지국가로 알려진 스웨덴은 빈곤율이 5.6%(2005년), 핀란드 6.5%(2004년)로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프랑스 독일도 10%선 이하이며 영국 이탈리아 또한 비교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낮다.
빈곤층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2006년까지만 해도 60%를 웃돌던 중산층이 2007년 59.4%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2008년 58.8%, 2009년 58.7%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중산층은 1000만 가구 선이 무너져 992만 가구로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소득계층 구조가 안정적인 항아리 형에서 빈곤층이 많은 피라미드 형으로 빠르게 전환되어가고 있음이 역력하다.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06년 0.331에서 지난해엔 0.345로 높아졌다. 이런 속도로 악화되면 곧 ‘마의 0.35’까지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지니계수 0.35는 매우 불평등한 사회, 즉 승자독식의 사회를 가리킨다.
통계수치가 우리의 현주소를 가리키고 있는데도 정부는 집권 2년간의 가장 큰 성과의 하나로 빈부격차 완화를 내세우고 있다. 낯 간지러운 자찬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정부 들어 친기업 부자감세 서민증세 등 정책이 소득불균형을 더욱 악화시켰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완화 등으로 고소득층의 소득을 도와준 반면 서민지원은 소홀히 함으로써 중산층의 몰락을 가속시키고 그 결과 빈곤층을 양산했다는 것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가정파탄과 자살, 생계형 강절도사건 빈발
지난해 빈곤층의 월 평균 소득은 80만원 수준으로 생계유지가 어려운 정도로 급감했다. 이들의 가계적자도 40만8000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벼랑 끝 인생으로 내몰린 셈이다. 언젠가는 가난에서 벗어나 잘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가물거린다. 빈곤층 급증에 대한 대책이 빈곤하기 때문이다.
일단 빈곤층으로 추락하면 중산층으로 재상승하는 ‘패자 부활전’을 기대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절망과 분노가 부글부글 끓지 않을 수 없다. 가정파탄과 자살, 생계형 강절도 사건이 빈발하는 것도 빈곤층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빈곤층의 증가는 실업과 소득감소에서 비롯되고 소비위축으로 이어진다. 이는 저축 투자위축을 불러온다. 소득불평등은 근로의욕 저하와 계층갈등을 조장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한다. 소득격차를 완화하고 빈곤층을 줄이려면 일자리를 꾸준히 많이 만들면서 소득재분배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세제와 금융, 교육정책도 빈곤탈출과 중산층 복원에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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