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27곳 시·군·구 중 진주시가 10위에 오른 부문이 있다. 광역시를 제외하면 2위의 기록이다. 바로 연간 불법 주·정차의 피해차량 규모에서였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2018년도 손해보험사 사고기록 조사 결과에서 진주시는 자동차 보험 가입대수 1만대당 59.7대가 불법 주정차로 물적 피해를 봤다.

피해차량의 조사 결과를 다시 읍면동으로 파고들면, 전국 3311곳 중 대표적으로 67위 하대동(118대), 165위 중앙동(88대), 177위 판문동(87대) 등으로 집계됐다. 시 규모를 따져도 적지 않은 숫자다.

이렇게 진주시의 주차난이 심각한 덕분(?)에 진주의 시민들이 직접 주차 문제를 해결하려고 발 벗고 나섰다. 경상남도에서 추진한 '사회혁신 실험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진주참여연대는 '주민 주도로 도심 주차 문제 원인 분석 및 개선방안 마련'이라는 과제로 경남도의 공모에 최종 선정돼 오는 10월까지 사회혁신 실험을 수행한다.

사회혁신 실험(리빙랩)은 주민이 주도적으로 생활 속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설계해 문제해결까지 직접 해나가는 사회혁신 정책으로 최근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진주참여연대 김연희 사업팀장은 "판문동, 평거동, 신안동 등 3곳을 정했다. 이들 지역은 행정구역이 붙어 있고, 생활권이 같다"고 설명했다.

판문동은 행안부의 조사결과에서도 진주 내에서 세 번째로 물적 피해가 많은 곳이다.

주차 문제의 해결 과정을 '행정 위주'라는 단어로 요약하고 "지자체에서 계획을 세울 때부터 시민 의견을 듣기 위해 간담회를 여는 등 나름대로 노력하지만, 주민 참여를 충분히 끌어내지 못해 실제 이해당사자의 만족도가 낮고, 정책 실효성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실험 설계의 핵심은 주민 참여의 극대화다. 먼저 주민 의견을 설문지로 조사하고, 직접 찾아가서 주민 의견을 듣고, 마지막으로 실태 조사까지 마친다.

이런 의견의 구체화 과정을 통해 주차 문제의 이해당사자인 주민을 대규모 공론화의 장으로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공론화의 장에는 주민과 더불어 관련 분야 전문가, 교수진, 공무원, 진주시의원 등이 함께한다. 즉, 이해당사자를 모두 모아 실질적 해결책을 찾겠다는 것.

김 팀장은 "주차 문제를 단기간 해소하는 것보다 주민 역량을 키워 지속가능한 공동체 활동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정책이 나온 후에 주민 만족도와 호응도가 높아지며, 더 나아가 시민 의식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남도는 공모를 통해 총 11개 팀, 11개 과제를 최종 선정해 전문가를 통한 컨설팅을 거쳐 오는 10월까지 사회혁신 실험을 수행한다.

윤난실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장은 "사회혁신 실험 프로젝트가 경남에서는 처음 시행된다. 사회혁신 활동이 도내 전역으로 확산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우수사례를 적극 발굴해 도내 전역으로 확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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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