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치기 예산 이제 그만

복지예산의 적지 않은 부분은 복지가 이뤄질 수 있는 공간, 즉 인프라를 건설하는데 쓰이고 있다. 하지만 많은 자치단체들은 비슷한 이름의 각종 ‘센터’, ‘회관’등이 남발되고 있는 실정이다.

진주시의 경우 여성회관, 노인회관, 청소년수련관, 여성웰빙센터, 사회복지관 및 각종 문화회관 등 비슷한 성격이 중복투자되고 있다.

여성, 노인, 청소년 등 대상자들의 담당부서가 달라 부처별로 각각 설립돼 지역차원으로 보면 비슷한 성격의 건물이 중복 건설되고 있는 것. 이같은 사업은 최소 100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 지방재정의 부실을 부채질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진주시 보건소는 이전부지를 매입하고 건립절차를 모두 완료하고도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여성웰빙센터는 건물을 다 지어 놓고도 운영계획과 이에 따른 예산조차 편성하지 못하고 있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지자체는 시급히 복지 전달체계를 살펴봐서 낭비요인을 줄이거나 여러 부처에서 중복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훈련사업을 정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기존의 예산 사업들에 있어서 낭비나 중복이 어디에 어느 정도 있는지 철저하게 찾아내야 예산 누수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계획성 없는 예산낭비 시민부담으로

지방재정 제도상으로는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인한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 5년 단위의 중기지방재정계획이라는 제도적 절차를 두고 있다. 이런 절차를 통해 대규모 예산낭비를 막아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는 형식화되어 하나의 통과의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공동기획팀의 조사결과를 요약한 자료를 살펴보면 진주시의 중기지방재정계획이 예산낭비를 막는 절차로서 제대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자료에 따르면 청동기 문화박물관, 여성웰빙센터, 진주종합실내체육관, 진주종합경기장 등 대부분의 사업이 중기재정계획의 당초 계획된 예산을 초과했다. 예산도 국·도비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시비로 사업비를 충당하고 있다.

특히 진주대첩 기념광장조성 사업은 2년 전만 하더라도  시비 346억원의 계획으로 진주시의회의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중기재정계획에서는 총사업비 800억원은 변함없으나 시비가 크게 늘어난 690억원으로 책정됐다. 시 예산이 2배 정도 갑자기 불어난 것이다.

또한 진주성 촉석문앞 사업예상지역에 대한 부지매입에 많은 시일이 소요되면 원래 계획했던 800억원의 사업비는 계속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이에 따라 국비나 도비를 제대로 확보한다는 보장도 없는 만큼 앞으로 진주시민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는 시민들도 있다.

시민 한승규(43·진주시 대안동)씨는 “진주대첩 기념광장조성은 1300여억원의 시 예산이 쓰여진 진주종합경기장 다음으로 690억원이란 큰 돈이 계획된 사업인데도 지금까지 잘 몰랐다”며 “정부예산, 도예산 등이 점점 줄고 그 부담이 진주시로 넘어오고 있는데 자칫 시민들의 부담으로 넘어올까 두렵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인 이희정(37·진주시 신안동)씨는 “경남 전체 1인당 지방세 증가율이 10%를 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시 예산이 과도하게 쓰여지면 세금부담이 더욱 커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새는 시 예산 막고 계획보완도 시급

진주시에는 지방재정계획심의위원회가 설치되지만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많은 재정전문가들은 예산편성 제도 및 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 진주시가 지방재정계획심의위원회의 위원을 임의로 위촉할 것이 아니라 시민과 전문가들을 상대로 공개모집 절차를 통해 위촉하거나 제대로 된 시민의견 수렴을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민자치센터에 실질적인 예산편성 권한을 부여해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거나 주민참여 예산제를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형원 과천시의회 의장은 “적자재정은 한번 늘어나면 그 폭을 줄이기란 쉽지 않다. 가정살림에서도 그렇듯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출을 줄이고 세입을 늘려야 한다. 먼저 숨어 있는 중복예산을 찾아 낭비를 없애고 국민 모르게 새 나가는 예산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권 함께하는 시민행동대표는 “예산낭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예산운영에 만연돼 있는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예산운용의 경직성을 제거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예산과 관련해 각 해당부서 예산 담당자들의 공평무사 안일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진주시 기획예산관련 한 관계자는 “예산이 짜여졌더라도 정부와 경남도의 재정상황에따라 국·도비가 조정되고 있어 시예산을 일관성있게 집행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며 “정부와 경남도에 지속적인 예산요청을 통해 당초 예산계획에 가깝게 추진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남일보·진주참여연대 공동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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