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 오전에는 전직 진주시의원으로 구성된 '진주의정회'에서 비거 조성사업을 진행하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진주참여연대가 함께하고 있는 진주의정모니터단에서는 해당 기자회견에 문제제기하는 피켓팅을 했습니다. 시청 직원이 진주의정회 기자회견을 안내하고, 참여한 전직 의원 중 일부는 기자회견 내용도 제대로 모르고 참여하는 등 우습고 화나는 헤프닝도 있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의정모니터단 글을 읽어봐주세요

《진주의정모니터단》

[피켓팅과 함께 한 아주 특별한 기자회견]

진주의정회가 기자회견을 했다. 진주의정회는 전직시의원으로 구성된 단체다. 정확한 사실인지는 모르나 현직인 조현신, 이상영의원도 회원이란 소리가 있다. 맞다면 두 의원 모두 낙선했던 때가 있었으니 그 당시 의정회 소속이 그대로 유지된 셈이다.

기자회견문 제목은 이랬다. <‘비거이야기’ 관관콘텐츠화는 항공우주도시를 지향하는 진주시와 조화되는 소재이다.>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비거를 새로운 관광콘텐츠로 개발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결국 닥치고 원래 진주시 계획대로 개발을 진행하라는 얘기다.

의문이 들었다. 남강에 가림막이 둘러 쳐 질 때도, 소속 의원이 비위로 구속될 때도, 그 외 어떤 진주시의 중요한 현안에서도 ‘진주의정회’를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자회견인가? 대체 진주의정회는 어떤 절차를 밟아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비거테마공원사업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가지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전직의장을 지낸 한 의원에게 물었다. 그런데 몇몇 후배들의 전화를 받았는데 왜 그런 일을 벌이냐고 다그쳤다고 한다. 진주의정회에 대해서도 ‘지역의 어른으로 역할을 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해 모임에 거의 나가지 않는다.’ 고 말했다. 자신은 기자회견에 동의한 적이 없고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다고 밝히며 ‘아마도 집행부에서 준비해서 한 것 같다.’라는 말을 남겼다.

다 떠나서 다른 모임도 아닌 시민들에 의해 선거로 선출된 이들의 모임이다.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는 현안이고 진주시의회에서도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양립되어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가 지금 ‘비거테마공원 사업’임을 모를리 없다. 관변단체나 해당 사업과 관련된 이익단체면 또 모른다. 그러나 시민들의 대표, 시민들의 주권을 대리했던 사람들이 아닌가? 이름도 ‘진주의정회’라고 당당히 달고 있으니 말이다. 시민들은 진주시의회의 입장이라 오해할 수도 있고 지역 원로정치인들의 의견이 모인 것으로 호도될 수 있다.

백번 양보해서 정기적으로 만나 식사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해보고자 했다면 갈등 국면에 있는 지역현안에 대해 의견수렴과 면밀한 검토를 촉구하는 조정자 역할을 했어야 했다. 중요한 현안에 대해 뜬금없이 기자회견을 열어 일방적으로 진주시의 입장을 대변한다면 ‘관변단체’나 진주시의 하부조직이라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는 것이다.

#1. 머하는 긴데? 기자회견하는 기가?

기자회견 30분전, 시청 2층에 노구의 어르신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머하는 긴데.’ ‘우리 기자회견 하는 기라.’ 서로 툭툭 던지는 대화 속에 기자회견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다. ‘우리가 목소리를 함 내 준다는 기네. 같이...’ 한 전직의원의 얘기에서 왜 진주의정회가 모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좀 있다 보니 젊은 여성 공무원 한 사람이 모여 있는 어르신들 앞으로 다가왔다. 기자회견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아 직접 가서 물었다. ‘시청 공무원이신 것 같은데 왜 이분들에게 협조 하시죠?’ ‘기자회견 안내해 드리는 겁니다.’ 황당한 답변을 당연하듯 했다. 진주시는 기자회견을 하면 담당부서에서 친절히 안내하고 도움을 주는 매뉴얼이 있나 보다. ‘아니 소속이 어디세요?’ ‘기획예산과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기획예산과에서 왜 진주의정회 기자회견 하는 걸 안내하고 도움을 주냐고 하니 자신이 의정쪽 담당이라 으례 그렇게 한다는 식으로 얼버무린다. 나중 그 직원의 상급자로 보이는 남성 공무원도 브리핑룸 앞에 나타났길래 똑같이 물었더니 왜 자신한테 그런 질문을 하냐며 얼굴을 붉히며 자리를 떴다.

진주시 기획예산과에서 진주의정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준비했다던지, 진주시쪽에서 진주의정회에 기자회견을 요청했다던지,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럴리는 없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진주의정회가 아니라 의정회 할아버지라도 시청 담당부서에서 외부 단체의 기자회견을 챙기는 것은 자연스럽거나 상식적이지 않다. 더구나 기자회견 내용이 기획예산과와 너무나 가까운 ‘비거테마공원 사업’ 아닌가?

#2. 브리핑룸 앞 전혀 다른 두 풍경

진주의정모니터단의 이름으로 다양한 내용의 피켓을 든 사람들이 브리핑룸 앞에 진을 쳤다. 아마도 처음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오가는 기자들도 놀란 눈치다. ‘진주의정회는 진주시장의 사조직인가?’ ‘관변단체 자처 진주의정회 한심스럽다’ ‘진주의정회는 시의회와 소통이 먼저다’ ‘관광 컨텐츠 허무맹랑 비거 시민이 반대다’ ‘역사왜곡 비거 진주가 부끄럽다 전면 재검토하라’ ‘전직시의원들 허구인 비거가 자랑스럽나’ ‘진주의정회는 진주시의 관변단체인가’ 진주의정회의 기자회견에 대한 비판과 항의를 담은 내용이었고 기자회견 30분전부터 피켓은 복도를 꽉 채웠다.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점심 먹기전에 오랜만에 시청이나 들러보려 왔는지도 모른다. 몇몇 주도한 전직의원들을 제외하고는 기자회견의 내용도 제대로 몰랐던 것으로 보였다. 오히려 피켓시위를 보고 난상토론이 이루어졌다. 시청 2층 로비에 고성이 오갔다. ‘다른 도시에서도 다 하는 일이고 관광컨텐츠로 이것만큼 좋은 게 어딨냐’ 며 피켓 든 사람들을 향해 다 들리는 욕설을 내밷기도 하고 ‘우리가 어느 한쪽 편을 일방적으로 들어서는 안 된다’며 그런 내용의 기자회견은 곤란하다는 이야기도 흐른다. 의견이 분분한데 브리핑룸 안쪽에선 전직의원 다섯이 서서 비거 강력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조용히 기자회견문을 하나 들고 우루루 모여 있는 전직 어르신들한테 갔다. 가장 시끄러운 분께 회견문을 전했다. ‘기자회견 하러 오셨는데 내용은 알고 계셔야죠. 이거 보세요.’

기자회견을 마치고 난 후 이십여명의 전직의원들, 진주의정회는 또 우루루 몰려들 갔다. ‘의장실에 가서 차나 한잔 마시자.’ 진주시의회 쪽 복도로 산포하듯 몰려갔다.

진주의정회 기자회견 소식은 화가 치미는 일이었다. 차이가 있지만,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광복회가 위안부 문제는 이미 다 해결된 것이라 기자회견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냥 지켜보는 일 외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진주의정회가 기자회견을 한다고 ‘비거’사업에 결정적인 영향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또 그것에 대응해 뭘 한다고 유의미한 결과가 생길일도 없음이 뻔한 사실이다. 그래도 가만히 있는 건 아니다 싶었다. 침묵하면 뭔 짓을 하는 이들은 그것이 곧 권리인줄 알거니까. 적어도 그것이 아니란 정도는 알려줘야 한다. 진주의정모니터단이 피켓을 든 이유다. 의장실에서 웃으며 찻잔을 기울였겠지만 마음 한 구석에 피켓 문구 하나가 비수처럼 가슴에 박혔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