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 보전과 활성화 방향
어중잽이 철이의 문화살이
2008년 11월 21일 (금) 17:07:53 최성철 / 진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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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교육대학교 교육센터에 도착한 시간은 김덕현교수(경상대 지리전공)의 강의가 시작된 지 40여분이 지난 뒤였다. 의외다. 앞서 개강한 네 번의 주제발표 때보다 훨씬 많은 방청객들이 참여했으니 말이다. 진주참여연대가 애써 준비한 '2008년 진주시민자치학교'가 진주시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그 나마 다행이다. 그래서 그런지 주형식, 조창래 두 공동대표와 사무국장 서소현씨 얼굴이 오늘따라 밝아 보였다.
김덕현 교수의 깊이 있고 안정된 강의에 강의실 분위기가 사뭇 진지하다. 진주와 비슷한 환경 조건을 갖추었지만 진주와 달리 세계 최고의 문화 관광 도시로 평가받고 있는 체코 프라하의 그림들을 비교해서 보여주며 설명을 곁들인다.
미처 듣지 못한 내용을 인쇄물을 읽고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진주성 보전과 활성화에 대한 네 가지 문제 제기를 했다.
첫째 남강과 진주성은 진주의 정체성과 역사적 상징성을 살리지 못하고 공원화 되어가고 있다. 둘째, 자연과 그 자연에 뿌리박은 역사와 문화를 통해 자연과 인간이 다시 가까워질 때 지역주민은 긍지와 만족감을 느낄 것이다. 이것이 21세기의 삶이며 좋은 삶이다. 셋째, 지금의 진주성은 역사적 명성과 아름다움에 비해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다. 넷째, 남강과 진주성을 보전하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시민운동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썼다.
이어서 진주성 활성화의 기초탐색에서 진주성에 충실한 텍스트의 필요성과 한 가지 원천을 기초로 다양한 양식의 활용을 이루어내는 'One Source, Multi Use'라는 개념을 문화산업의 특성으로 제안한다. 그 다음 프라하와 진주를 실물 사진을 통해 진주성을 바라보는 새로운 틀을 고민하게 한다. 그 고민에 대한 해결 실마리로 진주성이라는 원천을 텍스트로 꾸미는 것이라며 하드웨어적 원천을 진주성과 남강, 강 양쪽을 이어주는 다리로, 진주성 천년 역사를 소프트웨어로 텍스트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텍스트화로 먼저 진주성 관련 설화(소프트웨어)를 수집 정리하고 진주성 내부와 주변 경관의 문화적 복원을 위해 국내외 도시를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라고 한다. 끝으로 시민들이 진주성 활성화를 위해 보전과 활성화가 잘 안 되는 까닭과 사업을 소개했다.
진주 사람들 가운데 열에 아홉은 진주의 자랑으로 남강과 진주성을 말할 것이다. 그러나 한심스럽고 안타까운 것은 진주성에 대한 역사적 사실이나 문화유산으로서 가치에 별로 고민한 흔적이 많지도 깊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진주성에 대해 아는 것이 빈약하니 자부심도 약하고 사랑도 시들해지고 진주성 보전과 활성화는 강 건너 불구경 꼴이 될 수밖에.
진주 사람들이 삼장사와 삼장사시에 관한 논란과 논개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구전하는 이야기와 차이에 대해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남강과 진주성에 얽힌 이야기와 역사가 진주에서 커가는 아이들에게 자부심이 되고 긍지가 되도록 교육하고 있을까?
부끄럽다. 그 동안 내 입으로 자랑삼아 쏟아낸 진주정신이며 남강과 촉석루가 얼마나 깊이 없는 가벼움이었는지. 김덕현 교수의 강의는 진주성 활성화에 대한 그 어떤 접근보다 체계적이고 진지하게 느껴졌다.
진주 태생이 아닌 그가 이번 발표에서 진주성 활성화에 대한 바람을 진주 사람보다 더 간절히 하는 것은 임진란 때 구국의 일념을 불태우다가 진주성에서 돌아가신 그의 선조 학봉 김성일에 대한 도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진주성 1차 전투의 승전보는 학봉을 비롯한 송암 이로, 대소헌 조종도의 지혜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400년여 년 전 목전에 왜군을 두고 텅 빈 진주성을 바라보며 비통한 심정으로 지었던 삼장사시를 읊는 것으로 그들의 영혼을 위로도 하며 텍스트를 만드는 데 한 발 내딛어 볼까 한다.
촉석루에 마주한 삼장사/ 한 잔 술에 쓸쓸히 웃음지며 장강물 바라보네/ 장강물 도도히 흐르고/ 물결도 아니 멈추나니 넋인들 죽으리오(矗石樓中三壯士/一杯笑指長江水/長江之水有滔滔/波不渴兮魂不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