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고 자란 진주의 문화 컨텐츠 개발하고파"
진주성 수성중군영 교대의식 기획 정우열 대표
경남일보 / 정영효 기자
수줍은 새색시의 발그레한 볼빛 같은 고운 늦봄 노을이 진주성을 감싸고 있을 무렵, 시원한 남강과 촉석루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문화예술그룹 온터’에서 매주 토요일 ‘진주성 수성중군영 교대의식’을 연출, 진행하고 있는 정우열(40) 대표를 만났다. 안경너머로 보이는 열정 가득한 그의 눈빛과 웃을 때마다 생겨나는 깊은 보조개가 인상적이다. 불혹의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그의 앳된 얼굴에서 문득 어린왕자의 모습이 겹쳐진다.
‘진주성 수성중군영 교대의식’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다. “진주는 조선시대 경상우병영 즉, 경상우도의 군사적 중심지였어요. 그 병영의 본부가 바로 지금의 진주성 공북문 왼쪽에 위치해 있었어요. 그리고 이 곳에 수성중군청이 함께 있어 진주성 군사훈련 및 성곽방어의 임무를 맡았어요”며 조선시대 진주목의 고지도를 펼쳐 보이며 설명하는 그의 모습이 여느 역사학자 못지않게 진지하다. 그렇게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그는 지금 진주성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진주성 수성중군영 교대의식’을 연출, 진행하고 있다.
진주에서 진주만의 특색 있는 소재를 찾아내 ‘진주성 수성중군영 교대의식’이라는 조선시대 군례문화를 현대적 색채로 새롭게 해석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문화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가 전통문화와 인연을 맺은 시기는 20살 때. 대학 풍물동아리에 들면서 시작된 그의 전통문화에 대한 사랑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20여년이 되도록 단 한 순간도 식은 적이 없다고 한다. “그저 우리 장단이 좋고 우리 가락이 좋아 이 일을 시작했어요. 하면 할수록 즐겁고 또한 더 잘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고…”라고 말하는 그는 진정한 의미에서 프로다.
“20대 후반,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서 고향인 진주를 떠나 서울에서 활동하면서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에 공연을 다니면서 많은 걸 느끼고 배웠으며 무엇보다도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 더 나아가 나의 뿌리에 대한 소중함을 절감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고 자란 이 곳 진주에서 진주만이 가질 수 있는 문화 컨텐츠를 개발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고향으로 다시 내려왔단다.
진주에 뿌리를 둔 세계적인 예술단체 '문화마을 들소리'의 예술감독을 역임한 그는 1993년 전국국악대제전에서 사물놀이로 문화체육부장관상을 수상하고 15년 이상 예술창작활동에 매진함은 물론 공연단을 이끌고 일본,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곳곳을 누비며 우리의 전통 가락과 신명을 알리는데 그의 젊음을 고스란히 내놓았다. 그렇게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으며 몇 안되는 젊은 문화꾼으로써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대열에 들어서던 순간 그는 불현듯 다시 고향 진주로 내려왔다. 그의 애향심이 투철해서는 아니다. 다만 그가 지닌 예술정신의 중심이 바로 이 곳 진주에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진주에 내려오자마자 진주의 역사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어요. 진주의 중심은 진주성이라는 생각에 진주성에 관한 사료를 많이 찾아서 읽고 또 읽었어요. 늦은 나이에 다시 공부를 하자니 처음에는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그런데 이제는 신기하게 어려운 고문헌의 내용이 조금씩 눈에 들어와요” 그러고 보니 그의 사무실은 여느 예술단체의 사무실과 많이 다르다. 으레 있음직한 악기는 하나도 보이지 않고 여기저기에 책이 가득하다. 모두 진주의 역사, 진주의 문화예술에 관한 서적과 논문이란다. 바로 옆 건물에 연습공간은 따로 있어 평소에는 단원들과 그 곳에서 작품 연습이나 창작활동을 하고 틈틈이 이 곳으로와 진주에 관한 공부를 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물론 많이 힘들었지요. 예술 활동은 진주에서 시작했지만 서울에서 오래 활동을 하다 보니 진주에서는 다시 시작해야하는 입장이었거든요. 자본도 부족하고 사람도 부족하고…” 그래서 제 욕심으로 마구 몰아쳐도 싫은 기색 한번 안하고 뜻을 따라준 지금의 단원들이 정말 고맙고, 미안하단다.
또 작년에는 개천예술제의 개제식의 연출을 맡아 성공적으로 진행하였고 올해는 논개제의 집행위원으로 활동하했다. 제48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 개막 및 폐막식의 진행을 성공적으로 치른 공으로 문화관광부장관의 표창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그의 공연가로서의 소질 못지않게 문화행사 전반에 대한 연출가적 기질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앞으로 진주성을 소재로 세계적인 축제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야심찬 포부를 가지고 있다.
Write : 2009-05-20 09:30:00
|
